노래와 세상

신경림과 노래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신경림과 노래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는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신경림 시 ‘눈 온 아침’

시인 신경림은 노래를 사랑했다. 그의 시는 한 편의 노래였다. 많은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나는 시’를 발표해온 싱어송라이터 신재창이 부른 ‘눈 온 아침’은 담백하면서도 정겹다. 살아생전 신경림 시인은 신재창이 마련한 ‘시, 노래를 품다’ 행사에 초대돼 시와 노래에 관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어느 날 문학강연회에 갔는데 앞에 앉아 열심히 메모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어찌해서 뒤풀이까지 같이 갔다가 노래방에 가게 됐죠. 제가 노래 세 곡을 했는데 그분이 와서 그러는 거예요. 이거 다 제가 작사한 노래라고.”

그날 신경림 시인이 만났던 사람은 아주 유명한 작사가였고, 뒤늦게 시를 쓰고 싶어서 문학강연회에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경림 시인은 시와 노랫말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했다. 노랫말이 보편적인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거라면 시는 나만의 언어로 사람들이 느끼지 못한 마음을 담아내는 거라고. 신경림 시인과 더불어 시와 노래를 교직(交織)하던 신재창이 많이 아프다. ‘목계장터’(백창우), ‘파장’(김현성)도 노래로 만들어진 걸 보면 신경림은 가수들이 사랑한 시인이었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파장’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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