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구박이 대중정당 노선인가?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국회의장을 맡기로 한 우원식을 민주당 일부 당원들이 구박하는 걸 보기가 참 민망하다. 저것이 정녕코 당원 주권의 표현이란 말인가? 나는 우원식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 가끔 그가 휴대전화를 어리바리 잘못 눌러서 나와 이름이 같은 민노총 김태일 사무총장에게 할 전화를 나에게 걸어놓고 서로 멋쩍게 웃던 기억이 전부다. 어느 날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우원식을 국회의장으로 뽑았다고 하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무슨 일인지 당 내부가 계속 시끄럽다. 당원이 당의 주인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러나 우원식을 지지한 민주당 국회의원을 수박이라고 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샅샅이 뒤져 찾아내겠다고까지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원식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의 정체성과 진정성은 의심치 않는다고 한다는데 그러면 됐지 왜 논란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당원 대중과 원내 의원의 선호가 달라서 당원들이 불만을 표할 수는 있겠으나 선호의 차이 문제로 혐오까지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정치개혁의 바람을 일으킨 열린우리당 때부터다. 당시 정당개혁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당원 중심 대중정당 모델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지자 기반 원내정당 모델이었다. 대중정당은,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당원들이 엄격하게 정의된 책무를 수행하고 정당 운영의 주축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민주적 정당을 말하는 것이었다. 원내정당은, 국회의원들이 지지자들의 이익과 가치를 존중하되 자기들의 주도적 의지와 권능을 가지고 의정 활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민주적 정당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조직 노선에 대한 치열한 토론의 결론은 ‘두 모델의 취지를 함께 추구하자’였다.

사실,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두 가지 대안은 아주 다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함께하자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제왕적 총재와 명망가 정당 시대를 마감하고 정당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름의 정치적 맥락에서 나온 정당개혁 모델이었다.

그 후 지금까지 민주당에서는 두 가지 가치가 함께 진화했다. 대중정당 노선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숫자의 당원들이 더 많은 책임과 권리를 행사하면서 정당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근년에 들어와 급증하고 있는 당원의 규모는 주목할 일이다. 그리고 원내정당 노선에 따라 국회의원 의정 활동의 자율성이 커졌다. 국회의원은 독립기관으로서 각자의 양심에 따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헌법정신이라고 했다. 원내대표의 지위를 대표와 괄목상대하도록 끌어올려 투 톱 체제라 부르기도 했다.

논단에서는 대중정당 노선만 강변하는 이도 있고, 원내정당 모델이 해답이라는 전문가도 있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당원 중심 대중정당, 지지자 기반 원내정당의 취지를 함께 추구했다는 ‘이중전환’ 전략을 취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그간의 개혁 성과를 평가하고 우리 정치 상황에 적절한 정당 조직 노선의 심화를 검토할 때인데 마침 불거진 국회의장 선출 논란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발 빠르게 그 갈등을 정당 조직 노선 쟁점으로 진전시킨 것은 적절했고 훌륭했다. 민주당은 차제에 그 논쟁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 민주당이 천명하고 있는 대중정당 노선을 실현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뜨겁게 논구하길 바란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보면 대중정당 노선은 시대착오적이며 지지자 기반 원내정당 노선이 더 잘 어울린다는 극단적 주장도 있으니 그런 주장에 대해서도 응답해야 할 것이다. 대중정당에 걸맞게 민주당 당원들이 인민의 구성 분포와 인민의 가치, 선호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대중정당의 당원들이 정당과 유권자를 잘 연결할 수 있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건지.

지금 민주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소동은 솔직히 보기 거북하다. 이런 건 대중정당 노선과 아무 관계가 없다. 이념과 정체성이 완고하다는 것이 대중정당의 덕목일 수 없다. 다양한 이익과 가치에 반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인민의 삶에 다가가는 게 본질이 되었다. 저런 소란이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스스로 가두는 건 아닌지. 민망한 얘기지만 대중정당 노선이라는 이름으로 강성 당원과 당대표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강화하여 정당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성, 역동성이 약해지는 건 아닌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수박색출과 같은 거친 말과 행동이 대중정당 노선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민주당의 조직 노선 논쟁이 권력투쟁의 소품이 아니라 미래 정당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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