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오래된 히말라야시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영동 부용리 개잎갈나무

영동 부용리 개잎갈나무

충북 영동군 영동산업과학고등학교 교정에는 특별한 나무 한 그루가 학교의 상징목으로 서 있다. ‘영동농업전수학교’로 1936년 개교한 이 학교가 1944년 4년제 갑종으로 승격한 계기를 기념해 심은 ‘개잎갈나무’다.

‘히말라야시다’로 많이 불리는 개잎갈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도 그즈음이다. 농업이 전공이던 학교였기에 그때로선 낯선 개잎갈나무를 학교 상징목으로 선택하고 널리 알리는 데 선구적으로 나선 것이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여서 히말라야시다라고 부르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정한 우리말 이름은 ‘개잎갈나무’다. 잎갈나무와 생김새는 닮았어도 분류학적으로 다른 나무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개잎갈나무는 생김새가 아름다운 데다 빠르게 큰 나무로 자라 풍치를 좋게 하는 나무여서 세계 3대 조경수로 꼽힌다. 우리나라 전국의 기후에서 잘 자랄 뿐 아니라, 공해에 견디는 힘이 강해 도시 가로수나 아파트 조경수로 많이 심어 키우는 나무다.

‘영동 부용리 개잎갈나무’는 나무나이 80년, 나무높이 15m의 큰 나무로, 한국전쟁 때 이 학교 본관이 폭격으로 전소하는 참화 중에도 살아남은 역사적인 나무다. 1930년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개잎갈나무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나무로는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거개의 개잎갈나무는 줄기가 일정한 높이까지 곧게 솟아오른 뒤 가지를 펼치면서 고깔 모양의 생김새를 이루는데, ‘영동 부용리 개잎갈나무’는 줄기 아래쪽에서부터 나뭇가지를 부채꼴 모양으로 넓게 펼친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생김새로 자랐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가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이 잦은 곳이어서 나뭇가지를 펼친 공간은 화단을 쌓고 울타리를 설치했다. 100년이 안 된 젊은 나무이기도 하지만, 학교의 상징목으로 정성 들여 관리한 덕에 생육 상태가 무척 건강하다. 먼 곳에서 왔지만 이제 우리의 대표적 풍치수가 된 개잎갈나무의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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