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말고 오겹살. 우리들 몸에도 있다. 나잇살이라 불리는 뱃살이 생기면 잘 안 빠져. 그렇다고 비만하지는 않지만 경각심에서 그렇다는 거다. 지실마을 사는 누이가 고기를 구워준다고 해서 친구들이랑 방문. 요들린(스위스 민요 요들을 부르는 여성)인 누이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주로 토끼풀 상추를 위주로 저녁 만찬. 얼짱이나 몸짱은 틀렸고 맘짱이면 족하다 하면서들 오겹살 푹푹 찌는 소릴 외면하는 시간. 인생은 함께 먹고 노래하며 웃을 때가 가장 행복해라. 그래도 꼭 식사 자리에서 살 떨리게 살 이야길 꺼내는 이가 한 명씩 있다. 잘 먹고 놀던 사람 우울하게 겁박하고 면박 주는 안기부 형사님인가.
지금은 국정원 그러니까 과거엔 안기부에 맹구가 끌려갔다. 무섭게 생긴 형사가 맹구를 쏘아보더니 “왜, 기분 나빠?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어~.” 맹구가 눈을 내리깔며 대답하길 “안 기분 나빠요. 안 기분 나쁘다니까요.” “뭐라고? 안기부가 나쁘다고?” 그래서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는 전설 같은 얘기. ‘공산당이 나빠요’의 그가 있다면 ‘안 기분 나빠요’ 민주화 청년 맹구가 있다. 간첩으로 억울하게 몰렸던 맹구는 시방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오겹살, 아니 삼겹살이라도 가끔 구워는 먹는지. 나처럼 풀만 뜯어 먹고 사는 건 아닌가 몰라.
물가가 통째로 올라 식단이 부실해지고 있다. 월수입 말고는 싹 올랐대. 원고료도 오르지 않았는데 시인은 대체 무얼 먹고 글을 쓰란 소린가. 오겹살 구워주는 누이도 늙어만 가는데….
간만에 밥이라도 얻어먹을까 친구에게 전화하면 꼭 통화 실패. 밥을 사야지 생각하고 전화하면 냉큼 받는다. 신기하지 정말. 먼저 밥 먹자 전화한 사람이 돈을 내는 게 ‘국룰’이렷다. 하지만 시인은 국룰에서 빼주시면 좋겠어. 시인이 배곯는 세상이 지옥이지 뭐야. 권력을 쥔 간첩 잡던 분들, 허구한 날 간첩이다 반공이다 전쟁터로 내몬다. 정작 물가는 절대로 못 잡는 거 같아. 늦었지만 토마토라도 심어 먹을까 밭에다 괭이질을 했다. 젠장할 삭신이 쑤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