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단결’ 당원 중심주의는 민주당에 독이다

박영환 정치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왼쪽부터)이 5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05.31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이(왼쪽부터)이 5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05.31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당원권 강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당원권 강화가 정당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다수 당원의 결정이라고 무조건 옳을 수 없고, 당원 민주주의와 정당 민주주의가 등치될 수도 없다. 당원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운 민주당 친이재명계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두고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데 정작 민주당은, ‘명심단결’ 외의 목소리는 존재할 수 없는 정당으로, 점점 더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대표 대권가도에 도움을 주는 국회의장이 되겠다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당내 후보 경선에서 동료 의원 최다수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추 의원을 지지하던 친명 당원들은 “의원들이 또 우리 말을 안 들었다”며 분노했고, 2만명 탈당으로 힘을 과시했다. 이 대표와 참모들은 이에 호응해 당원권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당원권 강화와 당원 참여 확대 방안이 담겼다.

문제는 국회의장 후보자와 원내대표 선출 선거에 권리당원 유효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는 조항이다. 국회의원의 자율투표 영역까지 당원들이 개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정당 당원들이 국회의장을 직접 뽑겠다는 것은 국회의장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당적 이탈 조항(국회법 20조)에 대한 정면 부정이다. 국회의장도 당원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선거 당심 반영 조항도 당대표와 달리 의원 직선제를 통해 원내대표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원내대표가 되려면 당원 눈치를 보라는 것이다.

민주당 권리당원은 250만명이다. 이들 다수의 뜻은 곧 민심일까. 당원 다수의 결정은 다 옳을까. 한국갤럽의 5월 5주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였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50.4%였다. 투표 안 한 시민까지 따지면 민주당 지지는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다. 민주당 당심이 곧 민심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개딸’ 친명 강성팬덤이 주도하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또 당원 다수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잘못된 결정을 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파시즘이나 나치즘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다. 미국 공화당원 다수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연방의사당 무력 점거라는 폭동을 선동한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세우려 한다. 다수의 당원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비민주적 지도자를 뽑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사례다. 또 당원 민주주의가 정당 민주주의와 충돌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가 말하는 당원 중심주의의 또 다른 문제는 특정 개인의 정치적 이해와 닿아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역대 처음으로 당대표 연임을 준비 중이다. 당원권을 강화하겠다며 제시한 당헌·당규 개정안 뒷부분에는 당권·대권 분리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는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조항에 예외를 두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2026년 3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하는데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까지 마무리하고 당 전체를 장악한 후 대선에 나설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공직선거 후보자 부적격 심사기준에는 당론 위반을 슬쩍 끼워 넣어,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비명횡사’를 예고했다. 부정부패 연루자 자동 직무정지 조항은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는 직무정지 조항에 예외를 두는 개정으로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는 부패방지 취지고 뭐고 아예 규정을 없애버릴 태세다. 당헌·당규 개정의 속내가 이 대표 대권가도 장애물 제거에 있음을 보여준다.

당원권 강화에 반대한다는 말은 아니다. 당원 중심주의가 절대선이자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교조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원 다수의 뜻을 앞세워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토론을 외면한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민주적인 정당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총선 때 이미 당원평가란 이름으로 비이재명계 의원만 골라 아웃시키는 신기한 ‘시스템 공천’을 확인한 바 있다. 특히 이재명 사당화를 위한 도구로 당원 중심주의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권을 탁란하기 위한 ‘뻐꾸기 둥지’가 아니다. “임기응변으로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면 이 대표 이후 민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은 어느 한 사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전체 야당을 대표하는 오래된 정당이다. 그 역사적 책무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중도 확장을 통해 지지율을 높이고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본다.” 원조 친명 김영진 의원의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박영환 정치부장

박영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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