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고양이 손도 빌려 쓰는 모내기 철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며칠 전 망종(芒種)이 지났다. 보리 수확을 마치고, 이제는 쌀을 얻기 위해 ‘모내기’를 서두르는 때다.

‘모’는 “옮겨 심기 위해 기른 벼의 싹”을 뜻하면서 “옮겨 심으려고 가꾼, 벼 이외의 온갖 어린 식물 또는 그것을 옮겨 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내기’나 ‘모심기’는 벼를 대상으로 할 때만 쓰고, 벼 이외의 식물은 ‘모를 심다’ 또는 ‘모종을 옮기다’ 따위처럼 풀어서 써야 한다.

요즘에는 이앙기가 있어 혼자서도 모내기를 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집집이 돌아가며 품앗이로 동네 논을 채워 갔다. 지역 공무원은 물론 학생과 군인들까지 너나없이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논으로 뛰어들곤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못줄(모를 심을 때 줄을 맞추기 위해 일정한 간격마다 표시를 한 줄)을 따라 가로와 세로 모두 반듯하게 심는 것을 ‘줄모’라 한다. 이와 달리 못줄을 쓰지 않고 손짐작대로 이리저리 심는 것은 ‘벌모’다. 이를 ‘허튼모’라고도 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하늘만 올려다봐야 하는 천수답(빗물에 의해서만 벼를 심어 재배할 수 있는 논)도 많았다. 하지만 야속한 하늘이 비를 내려주지 않는다고 모내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곧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논에 물이 적어서 흙이 부드럽지 못할 때는 호미로 파서 ‘호미모’를 냈고, 논에 물이 없어 흙이 굳었을 때는 꼬챙이로 구멍을 파고 ‘꼬창모’라도 심었다. 이처럼 가물 때 마른논을 파서 하는 모내기를 ‘강모’라고 한다.

쌀농사를 짓는 농가에선 이때가 가장 바쁘다. “모내기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거나 “모내기 때의 하루는 겨울의 열흘 맞잡이다”란 속담이 그래서 나왔다. 물론 모내기로 농부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단한 돌봄의 시간이 기다린다.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최근 국회가 개원했다. 지금이 4년 ‘국회 농사’의 모내기 철이다. 22대 ‘국회 대풍’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국회의원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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