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앉아.” 수백 번 말했습니다. 지금은 훌쩍 커버린 나비가 솜털이 보송보송, 궁둥이가 말랑말랑, 백설기 같던 시절. ‘앉아’ 한 동작을 가르치느라 땀깨나 흘렸습니다. 간식으로 어르고, 폭풍 칭찬으로 달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설명하고 또 설명했습니다. 나비가 스스로 국어사전을 뒤적여 ‘앉다’란 단어를 찾아보거나, 사진이라도 검색해 공부할 걸 기대할 순 없으니,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친절하게 꾸준히 설명합니다. 사람이 그보다 나은 건 당연하겠지만, 스스로 공부할 게 참 많은 대한민국입니다.
수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잊은 줄기세포를 9시 뉴스에서 보았습니다. 언론과 정부의 설명은 중언부언, 저렇게는 수의사인 나도 못 알아듣겠다 싶던 찰나, 온 국민이 줄기세포에 관해 공부했습니다. 전염병학 교과서를 놓는 순간 잊은 광우병은 신문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전 국민이 전문가가 되어갔습니다. 우리는 여객선의 변침, 평형수의 역할을 공부해야 했고, 전환사채와 자전거래, 불법공매도 또한 스스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방류와 수산물의 안전에 관한 공부도 채 끝내지 못한 와중에 어느새 유기화학 시간입니다. 탄화수소에 관해 공부할 차례입니다.
지난 3일,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습니다. 추산 가치는 2260조원. ‘기름이라도 콸콸 쏟아지면 우리나라 숨통 좀 트이겠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내심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불쑥거리지만,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시대착오적 산유국 코미디”라는 말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천공 스승의 연루 혹은 대통령 부인의 연루, 일본에 제7광구를 가져다 바칠 요량이라는 의혹들은 그저 음모론이길 바랍니다.
큰 우려는 이번 발표의 근거를 제공한 ‘액트지오’사에 기인합니다. 월세 매물 가정집에 둥지를 튼 1인 기업인 것과 탐사기업이 아닌 컨설팅업체인 것까지는 양보한다 쳐도, 고문 아브레우 박사의 기자회견 다음날,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를 찾지 못한 것은 리스크’라는 기사 제목은 아쉽습니다. 탄화수소란 탄소와 수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을 통칭하는 것인데, 부탄가스의 부탄, 프로판가스의 프로판, 어느 회사 휘발유가 옥탄가가 높다더라 할 때의 옥탄, 모두 탄화수소입니다. 탄화수소가 석유이고, 석유 매장 가능성을 묻는 우리에게 아직 석유를 못 찾은 것이 리스크라고 답한 겁니다. 구태여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을 피해 ‘탄화수소’라고 말한 이나, 그대로 받아쓰는 이들의 속내가 궁금합니다. 뒤를 이은 정부의 설명 또한 의혹과 우려만 더하는 형국이니 이 정도면 설명이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숫제 못 알아듣길 기대하는 건 아닌가요?
무언가 누구에게 설명을 한다는 행위는 알아주길 소원하는 마음입니다. 큰 가르침은 못 될망정, 분석하고, 정의하고, 비교와 예시를 들어, 유추하고 상세화해 이해할 수 있도록, 듣는 상대방을 돕는 마음입니다. 설명이 부족하다는 건 마음이 부족한 겁니다. 강아지 한 마리 앉히는 데에도 성심껏 수고로움을 져야 하는데, 정부와 언론 모두, 우리에게 설명하는 마음이 그만큼에 미치지 못하니 서운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