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이면 기초연금 10년이다. 근래 한국 복지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제도를 꼽으라면 단연 기초연금이다. 현재 노인 약 700만명에게 매월 33만5000원을 지급한다. 올해 예산은 24조4000억원으로 10년 전 6조9000억원에서 3.5배나 늘었다. 기초연금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10만원씩 오를 만큼 정치적 역동성을 지니고 앞으로 노인 수가 계속 늘어나므로 위상도 더 높아질 것이다.
특히 주목할 건 기초연금의 노인 빈곤 개선 효과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노인빈곤율은 2012년 48.8%에서 10년 후인 2021년 37.7%로 낮아졌다. 만약 기초연금이 없다면 2021년 노인빈곤율은 44.9%이니, 기초연금 덕분에 7.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소득배율도 2021년에 10.9배에 이를 전망이었으나 기초연금 효과로 6.8배로 완화되었다.
연금개혁에서도 기초연금은 핵심 주제다. 국민연금은 당분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집중하지만, 기초연금은 도입 후 시간이 흐르면서 대상 기준, 급여구조 등에서 전면적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안을 22대 국회로 넘길 때 명분도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여야가 합의했지만 보장성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공적연금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구성된 만큼 보장성도 두 제도를 결합해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22대 국회도 연금개혁 논의를 이어갈 태세다. 민주당은 미완의 숙제로 넘어온 연금개혁을 서둘러 마무리하자고 압박하고 국민의힘도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자당의 방안을 다듬을 계획이다. 결국 기초연금 개혁이 관건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여야가 합의한 13%를 이어가면 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치도 기초연금의 급여 구조 개편에 연동하여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의 이유가 노인 빈곤 대응이었으므로 만약 기초연금의 역할이 강화된다면 소득대체율 인상의 필요는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열 살 기초연금, 어떻게 더 커가야 할까? 다음 두 가지에서 구조개혁이 요구된다. 우선 기초연금이 소득보장 제도이므로 급여 대상도 노인의 70%가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으로 설정한 소득보장선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사실 노인 70%가 왜 소득보장의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 근거가 불명확하다. 이후 소득보장에 더 충실하려면, 기초연금도 다른 소득보장제도처럼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대상을 정하는 게 당연하다. 올해 기초연금에서 수급자격이 부여되는 소득인정액 213만원은 기준중위소득의 9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연금개혁에서 기초연금의 대상을 이 기준중위소득 수준으로 설정하여 대상 기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기초연금의 급여 구조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지금은 일부 감액 항목이 있지만 기본 골격은 해당 노인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 구조다. 이는 제도가 출발할 때 적용된 방식인데, 기초연금이 전체 노인을 포괄하지 않는 선별 소득보장이고, 노인 계층 간 소득격차도 큰 현실에서 적절한지 의문이다. 앞으로는 어려운 노인일수록 두껍게 급여가 지급되는 누진 방식으로 가야 하며 그래야 빈곤 개선 효과도 클 수 있다. 정부의 기초연금 40만원 국정과제가 출범 초기 시기를 놓치면서 의미가 퇴색된 만큼 이후 최고액을 45만~50만원으로 상향하고 단계적으로 차등하는 급여구조 개편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일부에서 구조개혁은 무척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걱정한다. 심지어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동시에 하면 4년 내내 논의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구조개혁을 함께하자는 여당을 향해 “혁명주의자가 된 것이냐”고 비판한다. 모두 과도한 정치적 언사다. 구조개혁은 기초연금의 급여구조 개편, 국민연금의 완전소득비례 혹은 확정기여형 전환,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등 그 층이 다양하다. 이것들을 한꺼번에 할 이유는 없다. 이번에 기초연금 급여구조를 먼저 개혁하면 된다. 그러면 보장성에서 국민연금의 모수개혁과 기초연금의 구조개혁을 결합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누가 이를 주도해야 할까? 22대 국회로 연금개혁을 넘기면서 구조개혁을 강조한 정부·여당의 몫이다. 연금개혁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우려도 해소할 겸 서둘러 기초연금을 포함한 보장성 방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연금개혁에서 가장 무책임한 집권세력이었다고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