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장이 필요하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지난해 두 차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활동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인권위원은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이 각각 지명하도록 되어 있다. 이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권위원에 대해서는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어 3배수의 후보를 추천하여 왔다.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의 자격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후보 추천위원을 맡으면서 과연 내가 이러한 자격을 갖춘 인권위원 후보를 제대로 살펴보고 추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받아본 후보자 면면 중엔 다소 실망스러운 이들도 많았다. 그런 가운데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한 후보가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그는 진중한 태도로 앞으로 경청하며 배워나가겠다고도 말했다. 당시 이충상 상임위원으로 인해 인권위 안에서 여러 문제들이 있던 상황에서, 나름 기대도 갖게 해주었다. 그러한 기대가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가 바로 지금 여러 언론에서 오르내리는 김용원 상임위원이다.

“기레기가 쓰레기 기사를 쓴다.” “인권 장사치가 회의 내용을 왜곡한다.” 최근 김용원 위원이 국가인권위원회 회의를 방청한 기자와 인권 활동가들을 향해 쏟아낸 말이다. 인권위원으로서 인권 감수성은커녕 공직자로서 공식 회의석상에서 해야 할 최소한의 윤리도 지키지 못한 발언들이 연일 나오는 것이 최근 인권위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리고 그렇게 막말이 오고가는 가운데 인권위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할 독립보고서 심의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반인권적 발언들이 나왔고 결국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 폐지 권고가 보고서에서 제외되었다. 이미 인권위가 여러 차례 권고했던 성소수자 인권 의제조차 김용원, 이충상 두 위원과 이들에게 동조한 이들의 전횡으로 인권위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후임으로 이들 두 상임위원이 이름을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피해유가족을 고소하고 공식 보고서에서 혐오발언을 버젓이 올리는 등, 이미 인권위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자격을 보여주지 못한 이들이 인권위원장까지 된다면 인권위는 지금보다 더욱 엉망이 될 것이다. 2001년 출범 이후 부침은 있어도 수십 년간 인권의 보루로서 역할을 해온 인권위는 지금 가장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사태를 예방할 시스템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률에 규정된 사항이 아니기에 대통령 지명 경우에만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추천 없이 단독으로 대통령이 지명해도 이를 문제 삼을 근거가 없다. 실제 아직 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다행히 22대 국회 출범 후 독립적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명시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들이 발의되었다. 국회는 인권위 문제를 더 이상 외면 말고 이들 법안에 대한 빠른 논의를 해야 한다.

한편으로 시스템에 못잖게 필요한 게 있다. 인권위원의 자질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다. 과거 보수정권하에서 임명된 인권위원들이 있었고, 이로 인해 인권위 운영에 문제가 있던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 정도의 사태는 없었다. 인권위원으로서, 아니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은 다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아시아 국가인권기구 감시 NGO 네트워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어, ‘국가인권위원장을 신중하고 사려 깊게 선택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호소를 엄중히 받아들여 제대로 된 인권위원장을 임명해야 한다. 더 이상 인권 의식 없는 인권위원은 필요없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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