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성향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머리가 좋다고 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공부 잘한다고 다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탁월하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어느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야 그 정도의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타고난 지능이 곧 학업성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머리 좋은 학생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 대학교나 과학영재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평생 동안 ‘머리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사는 복을 누린다. 하지만 명문대를 나왔으나 그리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을 그동안 나는 많이 봐왔다.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는 일단 차치하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성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학생들에게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성품과 정서를 키워주어야 아이가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전에 이 칼럼에서 ‘겸손’이라는 기초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겸손한 마음가짐은 정서적 안정, 끈기, 정신적 맷집, 책임감, 경쟁심, 인내심, 자기반성 등 학업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우쭐대는 심리를 가진 아이들은 좋은 성취를 거두기 어렵다. 학습의 가장 핵심적인 동기는 바로 경쟁심이다. 그런데 이것은 ‘건전한 경쟁심’이어야 한다. 자기보다 더 잘하는 학생들을 질투하고 미워하는 학생들은 심리적 부담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거나 경쟁을 회피할 수 있다. 물론 오만방자한 사람임에도 좋은 학업성취를 이루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기 마련이다.

공부 잘하려면 ‘겸손’이 중요

미국의 심리학자들 중에는 훌륭한 학업성취를 이루는 데에는 타고난 지능보다 다른 심리적 요소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꽤 많다. 여러 모델 중 개인 성향에 대한 ‘5개 요소 모델(five-factor model)’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5가지 요소란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신경증(Neuroticism)’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이다. 여기서 신경증이란 걱정, 분노, 자기연민, 강박, 불안정 등 불쾌한 정서를 쉽게 느끼는 성향을 말한다. 이 요소들의 첫 글자를 따서 ‘OCEAN’이라 부르기도 하고 이 요소들을 통하여 성취와 개인 성향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5요소 이론가(five-factor theorist)’라고 부른다. 한편 5개 요소 모델은 영어의 첫 글자를 따서 ‘FFM 이론’이라 부르거나, 그냥 ‘Big5’라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원래 폴 코스타 주니어(Paul Costa Jr.)와 로버트 매크래(Robert MaCrae)가 구성한 모델로, 현대 심리학에서 널리 인정받는 요인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성격 특성이론이다. 매크래와 올리버 존(Oliver John)의 논문은 이 5개의 요소가 얼마나 광범위한 영역에서 신빙성 높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이론을 토대로 한 검사로는 ‘NEO PI-R’이 있다. FFM 이론의 여러 장점 중 하나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서 포로팻(Arthur Poropat)은 약 7만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성취와 5개 요소의 상관관계를 연구하였는데 그는 논문을 통해 뛰어난 학업성취를 이루는 데에는 A(우호성), C(성실함), O(경험에 대한 개방성)가 IQ보다 더 상관관계가 깊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C(성실함)가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해당 학생의 IQ가 높고 낮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도 밝혔다.

‘FFM’이 MBTI보다 신뢰도 앞서

FFM은 요즘 한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와 유사한 점이 많다. 흔히 MBTI라고 부르는 이것은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녀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80년 전에 개발한 자기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눈다. 그런데 이것은 자기평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전문가에 의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 오래전에 개발되었다는 점 등의 취약점이 있고 일관성과 신뢰도 면에서 FFM에 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의 MBTI를 궁금해하는 제자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MBTI를 모른다. 실은 나 자신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MBTI 검사에 자신이 없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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