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의 극치, 산업폐기물 매립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서울에서 친환경과 ESG를 표방하는 대기업이 농촌에서는 농지를 없애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유해성이 강한 산업폐기물을 매립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로 인해 고령의 주민들이 땡볕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고,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SK그룹 얘기이다.

SK에코플랜트는 충남 예산군 신암면 등 충남지역 5곳에서 산업단지와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묶어서 밀어붙이고 있다. 그 산업단지 명칭이 ‘그린 콤플렉스’다. 환경오염의 우려가 큰 산업폐기물을 땅에 묻는 사업을 ‘그린’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경남 사천시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일반산업단지 하나를 통째로 산업폐기물 처리단지로 바꾸려고 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에는 풍력발전과 위그선 관련 기업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된 산업단지인데, 이를 산업폐기물 매립 등 폐기물 사업을 하는 단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바로 옆에는 작년 10월 해양수산부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광포만이 있는 상황이다.

또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는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전곡해양일반산업단지 내의 폐기물매립장 부지에 유해성이 강한 지정폐기물을 매립하려고 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산업단지 계획에는 일반폐기물만 매립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계획을 변경해서 외부의 지정폐기물을 반입해서 매립하려는 것이다.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과 주민들은 당초 계획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산업폐기물 매립이 엄청난 이윤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 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 매립장들이 비일비재하다.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5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20억원을 투자해서 400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배당받은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업체들은 ‘인허가만 잘 받으면, 수백~수천억원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으로 전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입지를 선정하는 절차도 없다. 업체가 ‘이 자리에서 매립장을 추진하겠다’고 하면, 매립장 예정지가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산업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동해안의 주문진이나 전남 벌교의 청정지역에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 심지어 수십 년 동안 토석을 채취하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업체가 그 자리에 매립장을 조성하겠다고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 본류에서 가까운 곳, 한탄강에서 가까운 곳처럼 안전과 환경을 우선해야 하는 곳에도 매립장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인허가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특혜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연천군의 경우에는 업체가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연천군이 승소했는데도, 현 군수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수용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더구나 현 군수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매립장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했었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업체들은 인허가를 받기 위해 지역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던 농촌의 마을공동체가 갈등에 휩싸이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지경이 된 것은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는데, 산업폐기물은 영리기업에 맡겨놓은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게다가 매립이 끝나면 최대 30년간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데도, 업체들이 ‘먹튀’를 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 세금으로 침출수 처리 등 사후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허가를 지연하는 사례가 없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는 식의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환경청에 보내는 것이 환경부가 해왔던 행태다. 업체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그 공문을 유리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가 업체 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산업폐기물 문제는 환경 부정의, 경제 부정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고, 영리기업들은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사후관리는 국민세금으로 해야 하는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회가 법제도 개선에 나서고, 언론과 시민사회도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극심한 부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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