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사회 전반에서 심리적 위기와 정신과적 응급 상황이 증가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심리적 위기상황이란 자해 및 자살 충동을 강하게 경험하는 상황, 자신 및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 등을 아우르며, 위기 개입이 꼭 필요하다. 지난 14일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8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작년에 자살로 숨진 사람이 1만3770명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올 1분기 들어서도 자살 사망자 증가 추세가 심각하며, 자살 재시도도 늘어 두 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응급실 내원자의 비율이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10~30대 청년층의 자살시도율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높다는 결과도 발표되었다.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자살 증가 원인을 분석한 바로는 코로나19 장기화 이후의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등이 영향을 미쳤다.
현장의 전문가로서 덧붙이자면 기후위기, 전쟁으로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와 취업난, 전세사기 문제, 높은 물가, 세대 간·성별 간 소통의 어려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부족한 사회안전망 등이 정신건강의 위기를 지속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곳에서 자기돌봄, 스트레스 관리, 사회적 트라우마 대처, 서로 수용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만은 ‘심리적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 방법’에 대한 응급대처법 설명과 구체적 안내를 하려고 한다. 우리가 서로의 정신건강에 대해 적극적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로 가족들이 함께 살았기에 심리적 위기를 빨리 눈치채고 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청년세대는 1인 가구가 대다수이며 가족과 친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교, 직장, 친구들이 심리적 위기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고립되기 쉬운 당사자들을 돕는 것이 정말 중요해졌다.
심리적 위기에 처한 분들을 알아차릴 단서는 이런 것들이 있다. 자살 위기에 처한 분들은 주변에 ‘죽고 싶다’는 직접적 의사표현, ‘사는 게 힘들다’ ‘살아갈 힘이 없다’는 간접적 표현, 자살 도구를 모으거나 유서를 쓰는 행동, 주변 정리를 하고 아끼던 것을 나눠주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해 술·약물 등에 탐닉하거나, 충동성이 강해져 주변과 갈등을 빚거나 위험성이 높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잠을 못 자고 현실 검증력이 떨어지며 주변 사람을 의심하는 상황도 있다. 밤낮이 바뀌고, 식사와 수면이 불규칙해지며, 무단결근 등 돌발적 행동이 일어나고, 위생을 챙기지 못할 수 있다.
주변사람의 심리적 위기를 감지한 가족, 친구에게 드리는 가장 중요한 조언은 혼자 도우려 하지 말고 주변과 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그가 다니던 정신의료기관이 있다면 급히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자살예방 통합상담 109,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도 활용한다. 위급할 때는 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가족과 주변에 알려 함께 대처해야 한다. 그가 혼자 있지 않도록 하며, 술을 먹지 못하게 하고, 자살도구가 있다면 합의해 치우는 게 좋다. 119에 도움을 청하고, 입원도 고려한다. 많은 분들이 기피하지만, 정신건강 위기에서 보호병동 입원은 효과적 치료법이다. 외부와 분리되어 일상을 회복하고, 집중적 약물 및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의료공백으로 입원이 어렵지만 가능한 병원들이 있다. 치료 연계 및 퇴원 후 관리에 해당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심각한 심리적 위기도 적절한 대처로 호전될 수 있으며, 특히 자살생각은 파도와 같아 밀려오는 시기를 견디면 잦아드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서로를 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딱딱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