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정)이 발표되었다. 경제전망도 발표되었는데 예상대로 연초 경제성장률 2.2%보다 높은 2.6%로 수정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2.6%로 그대로이고, 취업자 증감(23만명) 및 고용률(62.8%)도 그대로이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 증가율이 8.5%에서 9.0%로 증가한 것과 수입이 4.0%에서 2.0%로 감소한 것을 반영하여 500억달러에서 630억달러로 상향되었다. 성장률은 높아지지만 성장의 과실이 반영되지 않은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이라는 해묵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즉, 고용 없는 성장과 수출 중심의 성장 회복세가 민생 경제 회복과 잘 연결되지 않아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에게는 여전히 ‘빛 좋은 개살구’이다.
정부 성장률 전망은 잘 맞으면(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면!) ‘정책적 노력의 결과’이고, 약간 부족하면 ‘목표’이고, 많이 부족하면 틀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예측’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래도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맞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세 가지 포인트를 짚고자 한다. 그것은 정부가 열심히 잘해야 할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 그리고 하되 대단히 조심해야 할 것들이다.
첫째, 열심히 잘해야 할 것 중 제일은 민생경제 회복 정책이다. 이번 하경정에서 다행스럽게도 소상공인·자영업자·서민 지원대책이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소상공인 회복 대책이 있으나 금융 지원의 한시적 지원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 지난 코로나 위기로 자영업자들의 기반은 상당수 붕괴되었다. 버티고 버티다 시장에서 나가고자 하는 자영업자들에겐 남은 건 빚뿐이다. 하경정에 들어간 이자지원 확대/융자지원 대상 확대/대환대출 지원대상 확대/체불임금 대지급금 지급/임금체불 사업주 및 근로자 융자지원 등은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화끈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물가안정에 대한 대책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착하더라도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와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세 지속과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세 지속 등으로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매우 높다. 공공요금 상승억제만으로 서민들의 생활안정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가장 최우선으로는 국가 곳간을 텅텅 비우고 있는 각종 감세조치이다.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세 폐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과 조세감면의 확대를 가져오는 여러 정책은 자제되어야 한다. 2023년 56조원의 세수결손의 충격이 여전한데 올해 역시 큰 폭의 세입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국세수입은 자연스럽게 많이 걷히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정부 들어와 시행한 2022년과 2023년의 감세조치로 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마당에 또다시 감세타령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이다.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족한 국가 재정 수입을 어떤 식으로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매우 부족하다. 감세의 이론적 근거는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실적이 좋아지면 세금이 술술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수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는데 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부터의 법인세는 들어오지 않고 있는가. 이제 감세로 인한 경제활성화 세수증대의 주술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재정 건전성을 방패 삼아 재정을 운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추진을 하되 조심해야 할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정책과 같은 것이다. 지금 부동산 경기가 꿈틀꿈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금리인하 완화의 속내와 함께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 1기 신도시 재건축 바람 등은 안정화될 조짐을 보였던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그중 1기 신도시 재건축 바람이 K부동산에 대한 욕망의 빗장을 열까봐 두렵다. 부동산 정책은 주택 건설경기의 활성화와 가계부채 증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 정부의 시그니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감세정책이 그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마땅히 해야 할 정책을 잘하기를 바라는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