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살이의 고통을 치유받을 수 있는 나무가 있다. 199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북 고창 선운사 입구의 ‘고창 삼인리 송악’이다.
송악은 스스로 양분을 지어내기는 하지만 홀로 설 수 없어 다른 나무나 바위를 타고 오르는 아이비와 같은 종류의 덩굴식물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는 송악은 담장을 타고 오른다 해서 ‘담장나무’ 혹은 잎을 소가 잘 먹는다 해서 ‘소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15m 높이의 바위 절벽을 온통 휘감으며 뻗은 ‘고창 삼인리 송악’의 가지가 지어낸 풍광은 장엄하다. 바위 절벽에 단단하게 붙은 채 솟아오른 줄기에서 뻗어나온 무성한 가지가 절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에는 그가 살아온 수백년 세월의 풍상이 그대로 묻어 있다. 볼수록 신비롭다.
‘고창 삼인리 송악’은 처음에 바위틈에 뿌리 내렸다. 긴 세월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었다. 만일 다른 나무를 타고 올랐다면 지주가 되는 나무가 송악의 무성한 잎이 지어내는 그늘에 묻혀 죽을 것이고, 죽은 나무가 무너앉으면 송악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크기의 송악에는 오래전부터 사람의 머리를 맑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개울가의 송악 앞에 잠시 서 있으면 두통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이다. 쓸 만한 진통제가 따로 없던 옛사람들은 두통을 치유하기 위해 장대하게 자란 송악 앞에 서 있었던 게다. 푸르른 송악의 생김새를 짚어보노라면 그가 어떻게 이 바위 벽에 붙어 살았는지 놀라게 되고, 그사이에 사람들은 어지러운 세상사의 고통을 내려놓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송악 곁으로 끊이지 않는 개울물 소리까지 더해져 치유효과는 배가한다.
과학적 증거는 제쳐놓더라도 ‘고창 삼인리 송악’처럼 기기묘묘하게 자라난 나무를 바라보는 일에는 필경 번거로운 세상살이를 잊고 평안한 마음을 회복하는 치유효과가 담겨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