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성 식품은 몸에 좋은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요리를 과학적으로 다루는 글을 쓰다보니 가끔은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산성보다는 염기성 식품이 몸에 더 좋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시중에는 염기성 또는 알칼리라는 이름을 붙여 파는 식품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그만큼 염기성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먼저 산과 염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산과 염기는 물질을 구분하는 한 가지 기준입니다. 과학자들은 보통 물에 녹아 수소이온을 내놓으면 산, 수산화이온을 내놓으면 염기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이 둘을 구분했습니다.

먼저 산은 신맛이 나는 레몬·오렌지 등의 과일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물질인데, 황산처럼 아주 강한 산의 경우는 금속까지 녹일 정도로 자극적입니다. 그래서 산의 영어 단어인 acid는 ‘시큼한’ ‘날카로운’이란 뜻의 라틴어 acidus에서 유래했습니다.

이에 대응되는 염기는 식품 그 자체에는 많이 들어 있지 않지만, 이를 태우는 과정에서 생성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염기를 알칼리(alkali)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아랍어로 ‘재’를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이 재를 물에 풀어 빨래를 할 때 사용했다고 합니다. 옷감의 때는 대부분 단백질이고, 염기는 이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산성 식품과 염기성 식품을 구분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구분은 식품 그 자체가 아니라 식품이 우리 몸에서 소화되는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죠.

소화란 식품이 잘게 부서지고, 이것들이 세포 내로 전달된 후 산소를 이용한 산화반응을 거치면서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을 얻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물질이 불에 타는 것, 즉 연소와 매우 흡사하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산성 또는 염기성 식품은 식품을 실제로 연소시키고 남은 재를 분석해서 분류합니다. 재에 산이 많으면 산성 식품, 염기가 많으면 염기성 식품이 되는 것이죠. 소화 과정을 실험실에서 구현하여 식품이 실제로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단계에서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레몬 그 자체는 산성이지만, 이것이 소화되고 나면, 즉 연소된 후에는 염기성 물질이 많이 남으므로 염기성 식품입니다. 유산균으로 인해 신맛이 나는 김치도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산성이 아니라 염기성 식품이 됩니다. 반면에 곡식과 육류, 그리고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산성 식품입니다.

흔히 우리 몸은 체액이 약 염기성이기 때문에 산성보다는 염기성 식품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우리 몸은 안정적인 생명 유지를 위해 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산성이나 염기성 식품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몸이 산성이나 염기성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산성과 염기성만으로 식품의 유용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산성이나 염기성을 따지기보다는 곡식·육류를 비롯해 야채와 과일 등을 골고루 먹는 균형 잡힌 식습관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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