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손님을 ‘사람’으로 보려면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대법원이 타다 드라이버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클래식을 틀고, 불평 없이 골목길까지 안전하고 친절하게 운행해주는 택시는 앱이 아니라 노동자가 만들었다.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충직한 택시기사를 원하면서도 노동법상 책임과 비용은 회피하기 위해 세 가지 꼼수를 썼다. 타다를 관리 운영할 자회사 VCNC를 만들어 노동법에서 한 걸음 도망쳤다. 타다를 운전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중간 협력업체를 끼워 두 걸음, 협력업체에 타다 노동자와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위탁계약서를 쓰게 해 세 걸음 달아났다. 그러나 타다는 근태관리를 하고 교육 면담을 진행하는 등 타다 드라이버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처럼 통제했다. 지휘감독의 대가는 월급제였다. 타다 월급제가 타다를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택시로 만든 비법이었다.

타다의 불법을 바로잡았지만 타다 논쟁에서 드러난 택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택시를 타다처럼 만들기 위해선 앱이 아니라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타다의 혁신을 합법적으로 발전시킬 고민을 하기는커녕, 하루 20만원씩 사납금을 갖다 바치라며 노동자를 난폭·과속 운전으로 내몰았다. 입금된 사납금에는 시민의 칭찬을 받은 노동자인지, 규탄을 받은 노동자인지 표시되지 않는다. 이 폐단을 막기 위해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월급제를 도입했지만 택시업주들은 법을 비웃듯 사납금제와 월급제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탈법의 비밀은 간주근로시간제도다. 간주근로시간제는 회사와 근로자대표가 합의하면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합의한 시간대로 임금을 줄 수 있다. 택시노동자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하루 12시간 일하더라도 회사가 근로자대표만 잘 구슬려 합의하면 4시간의 임금만 줘도 된다. 국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택시회사가 간주근로시간제에 따라 임금을 주기 위해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려면 주 40시간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택시완전월급제라 불리는 이 법은 8월20일 전국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단시간 노동자를 쓸 수 없고, 월급을 줄 돈이 없다는 택시업계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거짓말이다. 주 40시간의 간주근로시간제가 싫은 택시업주는 노동자의 실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주면 된다. 택시에는 노동자들의 주행, 정차, 수익 등을 알 수 있는 운행기록장치가 부착돼 있어 실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이 가능하다. 지급여력도 충분하다. 공공운수노조가 교통안전공단에서 받은 전국 6개 법인택시업체 운행정보관리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회사가 노동자 1명당 올리는 월평균 운송수입금은 무려 667만원이었다. 그럼에도 택시업계는 경영혁신도, 타다도 싫다는 떼만 쓰면서 사납금제를 고집한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택시업계에 호응해 완전월급제를 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흔들리고 있다. 국회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보다 택시회사의 이익만을 좇아 갈지자 운행 중이다. 월급을 받고 일하기 시작한 한 택시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손님이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는 총알택시를 원하는 택시업계가 아니라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기사가 되고 싶은 양심적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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