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는 까다롭다. 유행에 민감하며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파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와이파이와 SNS 강국이다. 대한민국이 패션, 영화, 자동차, 정보기술(IT) 제품의 유행을 미리 점검하는 세계적 테스트베드로 떠오른 까닭이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음식은 수천년간 지역의 기후와 식생에 최적화된, 집단지성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어떤 지역은 밀로, 어떤 지역은 쌀로 탄수화물을 얻고 어떤 지역은 치즈로, 어떤 지역은 발효 생선으로 단백질을 얻는다. 그래서 음식은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공동체 문화의 정수로 불린다. 또 오랜 테스트를 거친 안전한 먹거리라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음식 유행 주기는 지나치게 짧다. 올해 초 들불 같던 탕후루 인기가 시들해지자 두바이 초콜릿이 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릭 요거트가 유행이다. 그사이 땅콩버터, 마이크로 케이크처럼 조용히 사라진 유행도 있다. 변화무쌍한 유행 속에서 살아남는 음식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구글트렌드로 최근 5년간 SNS에서 핫했던 음식인 마라탕,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그릭 요거트 등 4개의 검색량을 비교해봤다. 두바이 초콜릿과 그릭 요거트는 최근 몇달 새 검색량이 급증했다. 반면 탕후루는 검색량이 올해 초부터 미미했다. 마라탕은 달랐다. 5년간 검색량이 꾸준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늘었다(물론 영원한 국민간식인 떡볶이에 견주면 절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다).
마라탕은 탕후루처럼 한때의 반짝 트렌드가 아니라 한국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마라탕은 중국과 달리 국물까지 마실 수 있게 향신료 비중을 낮추고 소고기 기름을 적게 쓴다. 이미 마라 맛을 강조한 라면에서부터 치킨까지 다양한 음식으로 진화 중이다. 마라탕은 SNS 광풍에도 생존한 음식 트렌드의 본질을 보여준다. 한식화다.
실제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도 ‘알고 보면 한식파’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2023년 5월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20~30대의 SNS 활용 식품소비행태’ 논문에선 SNS 활용도에 따라 젊은층을 고·중·저층 3개 층으로 나눠 이들의 식당 이용 성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각각 54.3~74.4%가 “한식과 한식 고기류를 즐긴다”고 답했다. 외식 장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모든 집단의 50%가량이 ‘맛’이라고 했다. 반면 ‘분위기’는 10%대에 그쳤다.
최근 고물가에 경기침체로 과시용 ‘플렉스’를 추구하던 젊은층의 소비 패턴도 꼭 필요한 것에만 지갑을 여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로 바뀌었다. 초밥과 파스타 등에서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오마카세’(주방 특선 요리)를 즐기던 젊은층이 짠물소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트렌드의 변곡점인 올해 하반기에는 어떤 음식이 인기를 얻을까? SNS에 올릴 만한 ‘괴랄’한 음식이기보다는 수수하고 건강한 집밥 같은 음식이 유행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