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머니는 왜서 자꾸 어디니이껴 하고 물을까 안현미(1972~)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시멘트로 사방에 벽을 친 회색 빌라에 모여 혼자인 듯 함께 산다. 옆집, 앞집, 윗집, 아랫집이 내는 왁자한 기척이나 비명들을 함께 들으며 “숨죽이며” 산다. 커다란 울음통 같은 빌라에서 다세대가 한 덩어리의 가족인 듯 모여 산다.
시인에게 극락은 “공간이 아니라 순간” 속에 있다. 극락과 지옥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마음에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번뇌의 집을 가로로 세로로 한 칸씩 올린 다세대주택에서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진주라 착각하며 산다. 매일 착각을 이불처럼 덮고 산다.
살기 위해 더 높은 허공에 올라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며 거미줄을 한 줄 한 줄 간신히 잇는다. 우리가 매일 짓고 부수는 번뇌의 빌라. 존재들의 모퉁이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번뇌를 반복하고 번복하며” 우리는 산다. 어머니가 시인에게 전화해 “어디니이껴” 자꾸만 물어도 대답할 수 없던 빌라에서 발버둥치며 산다. 우리는 모두 안개처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