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만의 국가는 국가가 아니지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 나오는 말이다. “이 나라를 내가 아닌 남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고?”(736행)라는 크레온의 물음에 대한 그의 아들 하이몬의 답이다. 이에 크레온이 “국가를 통치하는 자가 바로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냐?”(738행)라고 되묻자, 하이몬은 “사막에서라면 멋대로 독재할 수 있지요”라고 되받는다. 크레온은 격노한다. 이성을 잃고 크레온이 비극적 불행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작품은 막을 내린다. 하이몬은 자신이 사랑하는 안티고네를 따라 지하세계로 가버린다. 그의 어머니도 사랑하는 아들의 뒤를 따른다. 크레온의 말이다.
“내가 너를 죽였구나. 아들아! 뜻하지 않았건만/ 당신도! 여보, 아아, 기구한 운명이여!/ …/ 손대는 일마다 잘못되었구나.”(1340~1345행)
자신을 국가의 주인으로 착각한 크레온도 자신이 “국가가 임명한 자”(666행)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권력에 취해버린 탓에 자신을 국가 자체로 착각한다. 이는, “불복종보다 더 큰 악은 없다. 불복종은 국가를 파괴하고, 집들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잘사는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질서에 순종하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672~678행)라는 그의 말에서 확인된다. 우리의 귀에도 익숙한 말이다. 독재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기에.
하지만 이는 레온만의 생각일 뿐이다. 하이몬의 부탁이다. “제발 아버지 말씀만 옳고 다른 사람의 말은 모두 틀렸다는 그 생각 하나만은 마음에 품지 마세요.”(705~706행)
하지만 크레온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착각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착각의 종착지는 비극적인 불행이었다. 이런 크레온에게 국가의 원래 주인인 시민들이 전하는 말이다. “그대는 정의가 무엇이지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소이다.”(1270행)
정의가 아닌 권력을 지켜주는 수단으로 법이 악용될 때 정의가 본격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너무 늦게 깨달은” 크레온의 후회 어린 말이다. “아아! 나는 정의가 무엇인지 불행을 통해서 배웠소!”(1272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