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9일 대법원 선고로 인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해직 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감직을 잃었다.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조 교육감의 활동을 익히 알고 있고, 학생인권법 제정이라는 중요한 과제 또한 남아 있는 상황이라 그의 공백이 아쉽고, 앞으로 교육 현장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부터 앞선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교육감으로서 임무를 수행했기에 평가가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2014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최초의 교육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 등의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공격받을 때마다 차별금지 원칙이 성소수자 학생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때로 본인이 직접 나서 인터뷰하는 등 학생 인권을 적극 방어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제2기 학생인권기본계획’을 발표할 당시 ‘성소수자 학생의 보호와 지원’이라는 문구를 삭제만 했어도 조용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조 교육감은 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소수자를 그들이 사용하는 이름으로 부르고, 존재 자체로 존중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학생들이 비록 소수일지라도, 아니 소수자이기에 더욱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더 가치 있는 일이고, 대상 학생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어쩌면 당연한 이 말이 ‘사회적 합의’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현실을 돌아볼 때, 당시 조 교육감의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학생인권기본계획에서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지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모든’ 학생을 포용하고자 했던 그 노력 속에서 교육감의 ‘자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3일 예정되어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줄곧 반대해 왔고, ‘복음법률가회’ 공동대표로서 특정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인권을 해석하고, 성소수자 혐오 표현을 노골적으로 해 온 후보자가 국가인권기구의 대표자가 되는 참담한 현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인권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자격’을 갖췄는지는 더 살펴볼 필요도 없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해왔던 인권위가 더 망가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누군가는 자격을 잃었고, 또 누군가는 자격을 얻고자 한다. 어떤 신분이나 지위를 갖고자 할 때 필요한 조건과 능력을 ‘자격’이라고 했을 때, 지금 자격이 없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자격 없는 사람을 특정 지위를 갖도록 지명한 사람도 문제지만, 자격이 없음에도 끝끝내 버티는 사람도 문제다. 지명을 철회하거나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자격을 모독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