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노래가 있다. 윤시내(사진)의 ‘열애’도 그런 노래다.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흩어지는 바람인 줄 알았는데/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그대의 그림자에 쌓여 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별처럼 찬란한 진주가 되리라.”- ‘열애’ 일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1979년 미8군에서 활동하던 윤시내가 불러 히트했다. 이 노랫말은 서른여섯 살의 나이에 요절한 부산 MBC PD 겸 DJ 배경모(1943~1978)가 남긴 편지가 모티브가 됐다. 부산지역 유명 DJ였던 그는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아내 김지현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지현아. 너는 그때 스물하나의 꽃다운 나이였다. 서른여섯이 되도록 내가 한 일은 무엇일까.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했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목숨을 나누는 친구가 있었고, 술잔에 담긴 시가 있었고, 그리고 나의 전부를 사랑해 준 나의 아내 지현이가 있다. 이제 죽음은 고통이 아니라 나의 친구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다. … 음악도 끝났고, 술병은 비었고, 친구들도 떠났다. 너를 남겨 두고 이제는 내가 간다.”
이 편지가 작곡가 최종혁에게 건네져서 ‘열애’로 탄생했다. 노래가 히트하자 1982년 김호선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하여 개봉했다. 배경모의 편지는 ‘아내에게 쓴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으로 최백호가 불러서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 등장한다.
다른 얘기지만 윤시내는 10대 시절 영화 ‘별들의 고향’에 등장하는 유명한 노래 ‘나는 열아홉살이에요’를 불렀다. 그가 생애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는 소식이다. 그것이 그녀의 첫 콘서트라는 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