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역사 왜곡’ 비판 돋보여…K원전 수출, 정부 입장 치우쳐”

최민지 기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9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회의가 4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의가 4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9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명예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김봉신(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주) 부대표),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으며 경향신문에서는 구혜영 정치부문장이 함께했다. 회의에선 뉴라이트 교과서 검정 통과를 비롯한 역사 왜곡 논란, 특별사면 등 윤석열 정부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에 비판 목소리를 낸 기사들이 호평받았다. 딥페이크 성착취 사건 관련 보도와 플랫팀의 교제폭력 기획 등 젠더 이슈 관련 보도도 경향신문의 강점이 돋보인 기사로 평가됐다. 경제부의 <세금은 죄가 없다> 시리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K원전’ 수출과 관련해선 정부 입장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 기용과 이들의 역사 왜곡 시도에 대한 심층적 반박 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정부 ‘역사 왜곡’ 비판 돋보여…K원전 수출, 정부 입장 치우쳐”

조상식 = 전반적으로 오피니언과 사회·교육 이슈에 대한 논조가 적절했다. 경제 낙관론 및 긴축 예산안 편성, 디지털 성범죄에 취약한 한국 상황, 역사교과서 검정 심사 등이 돋보였다. 특히 전문가 필진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 감소 이슈에 대한 분석이 좋았다. 9월3일자 이대근 칼럼 <보수를 응원하며>는 현 정권의 정치 철학 부재를 과거 보수 정치와 비교해 비판한 점이 흥미로웠다. 교육 분야에선 돌봄과 의대 입시, 인공지능(AI) 교과서, 역사교과서 등 관련 분야 쟁점을 두루 다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마지막 실적인 생태 교과서 개발 내용은 오랜만에 보는 밝은 기사였다. 딥페이크 성착취 문제에 대한 대담 기사 9월3일자 <속 타들어가는 엄마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성평등 교육 절실”>은 이 사안을 불평등 의식 문제로 다뤘는데, 맞는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을 다루는 데 게임화를 많이 한다. 이걸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로 보는 게 구체적인 문제 접근 아닌가. 8월27일자 <‘교권침해’ 담론 확산 이후 “정서위기 학생 소외됐다”> 기사는 교권침해라는 지배적인 담론 속에서 정서적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이 소외되고 있다는 내용인데 간과할 수 없는 문제를 잘 발굴했다. <‘학폭 근절’ 외친 지난해, 학폭 되레 늘었다>(8월26일자) 기사는 교육부가 학교폭력 관련 대책에도 오히려 빈도가 늘었다는 걸 숨기려 하다가 들켰다는 내용인데 왜 학교폭력이 늘었는지 원인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 또 조 교육감 체제에 대한 비판적 기사 <‘진보’ 내세운 조희연의 10년, 서울 교육은 앞으로 나아갔나>(8월30일자)는 맞는 말이지만 법원 판결 직후라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 차분하게 평가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정은숙 = 8월에는 역사 관련 기사에 주목했다. 이전 세대의 과거사 문제로 젊은 세대가 일본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는 데 대해 자신들이 억압받는다고 느끼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지 어려웠는데 장지연 교수의 <역사 리터러시 규칙 제0조>(8월22일자) 칼럼이 이 문제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인간은 태어나고 성장한 공동체의 서사를 공유하고, 그렇기에 인간은 역사적 존재이며 모든 역사 의식이 여기서 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젊은 세대가 역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다 함께 공유해야 하는 지점에 가장 쉬운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칼럼은 이번에도 딥페이크 문제를 차분한 논조로 잘 정리했다. 이 문제는 범죄로만 접근해선 곤란하다. 교육과 제도로 해결해야 한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의 통일부 포럼 보이콧 내용을 쓴 손제민 논설위원의 <영국 대사의 ‘포럼 보이콧’>(8월30일자 ‘여적’)은 외교 현실을 돌아보는 울림 있는 내용이었다. 간송미술관 개관 기념전을 정리한 8월29일자 도재기 선임기자의 <간송의 국보·보물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기사는 다른 언론보다 더 자세하게 간송미술관의 활동을 담았다. 8월19일자 반기웅 일본 순회 특파원의 <공유형 서점, 상자 도서관, 서점형 편의점…손 닿는 곳에 종이책> 기사도 재미있었다. 도서·출판에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본에 견줘 예산 삭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현재 한국의 출판 현실을 느끼게 한 의미 있는 기사였다.

김소리 = 성착취물 처벌 강화법 시행 후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8월28일자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자 줄줄이 집행유예>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선례를 분석해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현황을 알린 것, 현재 진행되는 사건 관련해서도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재판과 처벌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사였다. 8월30일 온라인으로 출고된 <‘딥페이크 성착취물 대책본부’ 등장…실체 봤더니 가해자들만 북적> 기사는 법무법인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게시판 운영을 하면서 수임을 홍보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총선 때도 후보자의 성범죄자 변호 홍보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의 성차별적인 내용의 홍보, 변론이 없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치하는 엄마들’ 대담 기사도 잘 읽었다. 가해자 중 10대가 많다고 하는데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성평등 교육, 디지털 특화 교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심층 보도를 제안한다. 7월31일자 <휠체어 타고 물에 들어갔다…‘모두의 바다’를 향해> 기사는 인권 동아리 학생들이 사회복지사와 무장애 해수욕장을 기획하고 기업 후원금으로 지역 축제 기간에 수영을 했다는 내용이다. ‘무장애 해수욕장’은 처음 들어보는 개념인데 바다라는 공간이 이동약자를 배제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좋은 기사였다. 8월12일자 중국의 비혼 여성 난자 동결 소송 기사는 중국에서 한 비혼 여성이 난자 동결을 허용해달라고 소송했다가 패소했다는 내용인데 중국에서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박은정 = 기후 대응은 환경부 정책 중 가장 문제적 이슈 중 하나다. 환경 문제뿐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는 문제도 있어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강원 양구의 수익천댐이다. 8월27일자 양구군 현장 르포, 지역 주민들이 설명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낸 지천댐 현장 이야기 등이 유익했다. 지난 회의 때도 원전 수주 관련 내용을 지적했는데,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으면서 진정을 제기했다. 그런데 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의아했다. 8월28일자 기사 제목은 <미 웨스팅하우스 ‘몽니’에…K원전 ‘몸살’>이다. 몽니라는 표현은 심술궂게 욕심을 부리는 성질을 말한다. 웨스팅하우스의 문제 제기를 해석하는 데 몽니란 표현은 부적절했다. 또 K원전이란 것도 실체가 없다. 그 기술이 우리 기술이냐 아니냐는 문제로 발생한 건데 K원전이란 단어가 본질을 흐리는 느낌이다. 다음날 나온 <‘원전 발주’ 체코 특사 내주 방한…계약체결 청신호?>는 대통령이 나서서 잘될 것이라 했던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 대책이 뭐냐는 질문이 없는 기사가 반복돼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8월에는 좋은 기사가 더 많았다. 플랫의 교제폭력 기획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개별 사건 안에서 사회적 문제들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주목했던 건 피해자나 생존자 가족들, 조력자는 다 실명을 썼지만 가해자는 익명의 A씨로 썼다는 점이다. 교제폭력이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젠더 위계에 따른 것이란 게 핵심이다.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교제폭력 관련 여러 기사를 아카이빙한 것은 지면 인터뷰 기사를 볼 때의 감정 이상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교육이 사교육에 기대고 있다는 내용을 다룬 주간경향의 기사도 시의적절했다. 다만 8월30일자 <성범죄 피해자에 손가락질하는 경찰의 ‘딥페이크 예방’ 홍보물> 기사는 아쉬웠다. 일부 기사는 경찰 발표를 그대로 받아써 ‘딥페이크 음란물’ ‘음란 합성사진’이라고 표현했다. 크고 민감한 문제이니 원칙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연우 = 8월15일자 <국정농단 주역 10명 중 7명이 특별사면 됐다> 기사는 국정농단 주범들이 대거 사면복권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많은 언론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묻혀서 잘 다뤄지지 않은 내용인데 민주주의 체제를 교란한 이들을 사면복권한 문제를 잘 짚었다고 평가한다. 8월13일자 <뉴라이트, 윤 정부 ‘전면에’…역사기관 25개 요직 장악> 기사는 뉴라이트 역사관 문제를 잘 정리했다. 뉴라이트의 뿌리, 정치권과의 연계 같은 내용을 특집으로 다뤘으면 한다. 경제부의 <세금은 죄가 없다> 기획 시리즈는 금투세가 마치 민생 법안인 양 쟁점이 된 상황에서 금투세 시행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점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9월3일자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 관련 기사들도 일부 언론과 달리 국회라는 헌법기관을 무시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8월20일자 <재개발에 짐 싸는 달동네 ‘정릉골’>의 경우 보통 부동산 관련 기사가 개발 정책 수단으로 접근하는 데 비해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사였다. 8월23일자 <공공성 외면한 ‘지하철 역명병기 판매’> 기사는 서울교통공사가 입찰 금액을 공공성 고려나 주민 참여 없이 돈만 기준으로 정했다고 지적했는데 적절하고 타당했다. 두 가지는 아쉬웠다. 8월14일자 13면 광고인데 화성시가 글로벌 기업과 함께 성장해 세계 7대 부자도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내용이다. 신문법이 금지한 에디토리얼이다. 화성은 아리셀 사건도 있었고 외국인도 많다. 그런데 광고주가 원하는 내용을 경향신문이 동조할 수 있는가. 다른 하나는 지난 6월에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언론노조를 표기할 때 ‘민주노총’을 붙인다. 그런데 이런 표기는 언론노조가 민주노총 지시를 받고, 언론노조 주장은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다는 프레임을 만든다는 걸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김지원 = 8월에는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룬 기획 기사들이 돋보였다. <폭염이 드러내는 격차> 시리즈는 폭염과 지역별 격차 문제를, 플랫의 교제폭력 관련 시리즈는 교제폭력의 심각성을, 임신중지 관련 시리즈는 여성의 권리 문제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김선수 전 대법관 인터뷰, 한국 ‘괴롭힘 금지법’ 시행 5년을 돌아보며 진행한 국제노동기구(ILO) 담당관 인터뷰 기사도 깊이 있는 논의를 끌어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파리 올림픽에서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와 대만 린위팅의 성 정체성 논란이 제기됐을 때, 맥락 제공은커녕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정리된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자극적인 헤드라인, 경기 중계에만 머물러 있는 현장 기사들이 아쉬웠는데 강형철 교수가 8월12일자 <올림픽 여성 복서에 대한 소수자 혐오 보도> 칼럼으로 이런 문제를 잘 짚었다. 8월23일자 부천 호텔 화재 사건 기사,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법적 권리 부여 기사, 22일자 강남 유치원생의 선행학습 기사는 사건이나 자료의 의미나 분석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승환 = 8월 한 달 기사를 보며 협의와 토론이 사라진 권력 구조를 엿봤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부모 자치 활동 미담을 다룬 8월9일자 <학폭 갈등 해결, 엄마들이 나섰다>는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였다. 아이들 간 문제가 학교폭력법으로 규정된 이유는 권력을 가진 부모의 비호로 억울한 약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만든 학교폭력 방지 제도가 오히려 학교 권위를 실추시키고, 교사의 무력함을 낳는다. 부모와 교사 대신 변호사가 아이를 보호하는 게 맞나 싶다. 아쉬운 부분은 8월8일자 사설 <안세영이 공개 제기한 후진적 스포츠 행정 바로잡아야>이다. 권위적이고 비과학적으로 움직이는 협회 비판은 좋았지만, 2013·2018년의 사건은 다른 매체도 거론했다. 고질적 문제를 지적하는 데 너무 과거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8월28일자 <SK이노베이션 E&S 합병…100조 에너지 공룡 탄생>은 예고됐던 2개 기업의 합병 관련 기사인데 왜 합병이 찬성되었는지, 두산그룹과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분석이 없고 SK 박상규 사장 코멘트만 나왔다. 경향신문이 이 사건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피니언을 즐겨 보는데 ‘아침을 열며’ ‘미디어세상’ ‘청안백안’ ‘정동칼럼’ 등 칼럼명이 쓰는 사람 중심의 제목 같아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김봉신= 8월19일자 박영환 정치부장의 칼럼 <‘어대명’ 민주당의 모순>은 더불어민주당의 현실을 꼬집는 내용으로 설득력이 있지만, ‘모순’이라는 제목의 근거가 약하다. 대통령 직무 긍정률이 28%에 불과한데, 민주당 지지도가 27%로 국민의힘 35% 대비 저조하다는 거다. 그런데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논란 당시 국정 긍정률이 25%로 낮아질 때 민주당 지지도는 29%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동률이었다. 결국 대통령 긍정·부정 평가와 지지하는 정당 선택의 상관관계는 정세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8월30일자 박상인 교수의 칼럼 <금투세, 선동 말고 분석을 하자>는 여야가 금투세 유예를 위해 밀어주고 끌어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따끔한 회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표현이 계속 등장해 우려된다. 9월2일자 <소신과 독선 사이…윤 대통령 지지율 다시 급락>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이 4%포인트 하락한 결과를 ‘급락’이라고 한 것은 오차범위를 무시한 해석이다. 4%포인트 하락이 ‘급락’이라면, 한국갤럽 조사의 7월 2주와 3주 결과인 4%포인트 상승도 ‘급등’이라 해야 했는데 당시 기사 제목은 <윤 대통령 지지율 4%P 올라 29%…원전 수출 영향?>이라고 달았다. 8월24일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1년, 안심해도 된다고 볼 근거 없다> 사설은 시의적절했다. 다만 본문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5~19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인용했는데 1년 전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우려감이 나타났던 것을 함께 소개했다면, 여론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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