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탈조선’ 하고 싶은 이유는 줄줄 읊을 수 있지만 반대로 좋은 점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음식을 가위로 썰어 먹는 편리함이나 밖에서 휴대폰을 테이블에 두고 화장실에 가는 안전한 치안 외에 뭐가 있을까.
그중 하나가 한국의 분리배출 제도다. 쓰레기를 돈 주고 배출하는 제도를 이토록 빨리 성공시킬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두 곳뿐이다. 전 국토의 요새화가 가능한 북한 그리고 남한이다. 영국 작가가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발로 뛰어 기록한 <웨이스트랜드>라는 책엔 음식물 쓰레기의 지상 낙원이 한국이라고 나온다. 이 대목에서 나는 책을 집어 던져버렸다. 내가 바로 쓰레기 덕후의 성지에 살고 있다니!
약 30년 전에는 우리도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매립했다. 운영이 종료된 난지도 매립지와 현재 운영 중인 수도권 ‘위생’ 매립지의 가장 큰 차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묻는가 아닌가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섞어 버리는 곳이 여전히 많다. 일본도 음식물 쓰레기의 99%를 소각한다. 수분이 80%나 되는 음식물을 불에 태우다니 원시적이지 뭐야.
그럼에도 우리는 쓰레기 제로 정책을 펼친 일본 가고시마 ‘오사키정’에 다녀왔다. 새 소각장을 지어야 할 기로에서 소각장을 짓는 대신 재활용률을 높이기로 결심한 곳이다. 부피가 크고 잘 타지 않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 기저귀부터 분리배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오사키정은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세계 최초로 일회용 기저귀를 재생펄프로 만들어 기저귀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재활용률 20%의 일본에서 20년째 80% 이상 재활용하는 지자체로서, 소각장을 짓지 않았을뿐더러 매립지 수명도 50년 연장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버려진 나무 잔가지, 낙엽 등과 섞어 6개월 동안 발효시켜 퇴비화한다. 퇴비와 퇴비로 키운 농산물도 판매하고 학교 급식에도 사용한다. 유채밭에 뿌려 마을 특산품인 유채유도 생산한다. 재활용 판매금은 장학금으로 사용되거나 10만원 상당의 ‘아리가토 지역 상품권’으로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2023년 국내 음식물 쓰레기 퇴비 사용률은 49%, 사료 활용률은 30% 선이다. 대부분 무상 제공한다. 오사키정처럼 에너지 투입을 줄이고 장기간 발효시키는 공정이 아니라 대규모 시설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음식물 쓰레기를 찌고 말려 이틀 내에 사료화한다. 겨울엔 꽝꽝 언 음식물 쓰레기를 뜨거운 물로 녹이고, 여름엔 기계에 낀 동물 사체, 골프공, 숟가락 등 이물질을 끄집어낸다. 다 사람 손으로 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메탄이 터져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정작 에너지와 사람을 갈아넣어 만든 사료는 국내 사용처가 부족해 아프리카와 베트남 양계장으로 보내기도 한다.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재활용한다. 전 세계 최초로 음식물 쓰레기에 칩을 부착해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한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시설을 혐오시설로 지하에 몰아넣고 재활용 결과물을 내다 버린다면 무슨 소용인가. 음식물 쓰레기 매립이 금지된 지 20년이 지났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일본의 지역 맞춤형 중소형 음식물 쓰레기 퇴비장을 보고 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