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하릅강아지’와 ‘애돝’은 동갑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소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은 ‘송아지’이고, 말의 새끼를 일컫는 말은 ‘망아지’다. 이들 말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아’는 “작고 어린 것”을 뜻한다. 그래서 “나이가 어린 사람”이 ‘아이’이고, “어린 젖먹이 아이”가 ‘아기’다.

‘강아지’도 당연히 개의 새끼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다 큰 개를 이야기하면서 강아지로 표현하는 일이 흔하다. 특히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나 반려동물과 관련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쓴다. 그러나 성견(成犬)을 ‘강아지’로 부르는 것은 바른 언어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

견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의 평균 수명은 10~13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강아지였을지라도 개는 성장하면서 주인보다 훨씬 빨리 늙어 간다. 그런 노견(老犬)을 강아지로 부르는 것에는 주인(인간)의 우월적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지 낮잡아 볼 대상이 아니다. 사람 눈에는 늘 작고 어리게 보이겠지만 언제나 ‘새끼’는 아니라는 얘기다.

개를 강아지로 부를 수 있는 때는 생후 1년까지일 듯싶다. ‘하릅강아지’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어에서는 ‘하룻강아지’로 더 익숙한 하릅강아지는 태어난 지 1년이 된 개를 가리킨다. “한 살의 나이”를 뜻하는 ‘하릅’은 송아지와 망아지 앞에도 붙는다. 하지만 모든 동물의 새끼 앞에 하릅이 붙는 것은 아니다. “한 살이 된 돼지”는 ‘애돝’이다. ‘애’는 ‘아이’가 준 꼴이고,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또 “어린 새끼 돼지”를 의미하는 말로 ‘애저’ ‘아저’ ‘애돼지’ 등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이 밖에도 많은 동물이 새끼를 가리키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아기 곰’을 뜻하는 말은 ‘능소니’이고, ‘아기 호랑이’는 ‘개호주’이며, 꿩의 어린 새끼는 ‘꺼병이’다. 또 제비의 새끼는 ‘연추(燕雛)’이고, 꾀꼬리의 새끼는 ‘추앵(雛鶯)’이다. ‘雛’는 “새의 새끼”를 뜻하는 한자로, 닭의 새끼인 병아리는 ‘계추(鷄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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