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가지를 스치는 바람에 가을 기미가 스미면 감이 붉게 익어가면서 단맛이 들기 시작한다. 감나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잘 자라지만 그 가운데에 경북 상주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을 만큼 유명한 감나무 명소다. <세종실록>은 상주의 공물 목록으로 곶감을 지명했고, <예종실록>에는 상주 곶감을 조정에 진상했다고 기록돼 있다.
상주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 ‘하늘 아래 첫 감나무’라는 별명으로 많이 부르는 상주 소은리 감나무다.
예전에 이 마을에는 ‘할미샘’이라는 이름의 우물이 있었다. 소를 몰고 가던 할머니가 목이 말라서 소 발자국이 찍힌 자리를 호미로 파니 샘물이 솟아올라서 마을 사람들은 이 샘을 ‘할미샘’이라 불렀다. 할머니는 이 샘물을 마시고 젊어져서 딸을 낳았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병을 얻자 딸은 어미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하늘까지 올라가 곶감을 얻어왔다.
딸의 효성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그에게 감나무를 고욤나무에 접붙여 키우는 법과 곶감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옥황상제가 가르쳐준 대로 처음 심은 나무가 상주 소은리 감나무이며 지금의 상주 지역에서 자라는 모든 감나무의 시작이 바로 이 나무라는 게 상주 지역에 전해오는 오래된 전설이다.
2010년 국립산림과학원은 이 나무의 줄기 절편을 시료로 채취해 DNA 지문을 분석, 530년 전에 고욤나무와 접목해 키운 나무임을 밝혀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는 이야기다.
특히 비슷한 나무나이의 여느 감나무들이 감을 맺지 못하는 것과 달리 이 감나무는 해마다 3000개가 넘는 감을 맺는 놀라운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 나무에서 맺는 감은 상주 곶감의 대표적 재료인 ‘둥시’다.
긴 세월을 살아오며 줄기는 썩고 갈라졌지만, 나무높이 10m의 상주 소은리 감나무의 기세는 여전히 활기차다. 전설을 품고 한 지역을 곶감 명소로 키워온 소중한 우리의 자연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