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기자
종이에 아크릴(31×40㎝)

종이에 아크릴(31×40㎝)

나는야 초식동물. 피라미드 먹이사슬의 제일 아래 단계에 살고 있지요. 이곳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보지만, 벗어날 방법은 보이지 않네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목숨을 쥐고 있는 맹수의 말을 잘 들으며 끝까지 살아남는 것뿐. 내 기분에 상관없이 항상 미소 지어야 하고, 내 잘못이 아닌데도 고개 숙여야 하는 나는 초식동물. 언제 나는 마음 편하게 먹고 자고 놀 수 있을는지, 언제 나는 이곳을 벗어나 저 윗동네로 올라갈 수 있을는지. 오늘도 맹수들을 피해 발버둥을 쳐보지만, 아직도 허허벌판 한가운데 내 몸 숨길 데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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