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사태 해결을 위해선 정부와 전공의 주장 사이의 중재안과 상호 양보가 꼭 필요하다. 지난 2~3월 의대 증원 제안들(의대학장협의체 350명, 대한외과의사회장 500명 이하, 홍윤철 교수 500~1000명, 신영석 연구위원 1000명 등)이 있었지만 타협 없이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되었다.
2025년 증원 조정을 바랐다면 수시 접수 전에 중재안이 나왔어야 한다. 의료계와 정부 간 대치가 지속되면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큰 손해다. 정부는 5년 동안 연 2000명씩 총 1만명을 증원한다는 목표를 65% 양보해 5년간 총 3509명으로 줄이고, 전공의도 대승적으로 35% 양보하자. 즉 2025년 1509명 증원, 2026~2029년은 500명씩 증원하는 안이다(5년 평균 702명 증원). 그럼 한국의 5년간 의대 정원 증가율은 평균 22.9%로 일본의 10년간(2008~2017년) 증가율 23.5%와 비슷해진다. 2025년 늘어나는 1509명의 교육을 위해 증원이 없는 8개 수도권 의대와 일반종합병원들에 기초 및 임상 교육 협조를 구해야 한다.
다음은 연평균 702명 증원안에 대한 근거이다. 진찰의 수준은 진찰 소요 시간에 따라 최소 진찰(10분 이하), 문제에 국한(10~20분), 광범위 진찰(20~30분), 세부적 진찰(30~40분), 포괄적 진찰(40분 이상)로 나눈다. 한국은 저수가 단일 진찰료 제도로 ‘10분 이하 최소 진찰’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미국은 진찰 수준이 가장 높아서 광범위·세부적·포괄적 진찰을 하고, 일본은 중간 수준으로 문제에 국한·광범위·세부적 진찰을 하고 있다.
연 2000명 증원(65.4%)은 미국의 20년간 총 증원폭(60%)보다 커서 너무 급격하고 과하다. 국가의료보험제도와 의료환경이 한국과 비슷한 일본의 의대 증원을 참고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2000년 의약분업 전 의대 정원 3409명보다 연평균 351명 증가하는 것으로 정부가 의료환경 개선책을 약속한다면 수용 가능한 범위다. 82개 의과대학이 있는 일본의 의대 1개당 평균 신입생 수는 115명이고, 40개 의과대학이 있는 한국은 의대 정원이 3760명(5년 평균 702명 증원 시)일 때 의대 1개당 신입생 수가 94명으로 적절해 보인다. 195개 의대가 있는 미국은 의대 1개당 신입생 수가 155명이다.
의대 정원은 미국, 일본과 같이 10~20년 동안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중요한 20년을 잃어버렸다. 가장 힘들고 아픈 국민들을 위해 한국 의료의 역사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중견 의사들이 중재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전공의를 설득하는 것이 국민과 사회에 대한 도리(道理)다.
전공의와 의대생에게는 “의사는 환자를 친구, 동료보다 더 우선시해야 하며, 공익 마인드는 의사의 필수요소로 아무리 힘든 환경에서도 아픈 환자가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 의사 블랙리스트를 빨리 삭제하고 환자를 위해 복귀한 동료를 비난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블랙리스트를 방지하는 법이 필요하다. 전공의는 중재안을 받는 조건으로 필수의료 진찰료와 저평가된 수술들의 수가 인상을 요구하자. 난도가 매우 높은 ‘뇌전증 수술’의 수가는 일본이 1200만원인데 한국은 150만~250만원으로 너무 낮아서 뇌전증 수술 병원이 전국에 단 7개뿐이고, 수술 건수가 너무 적어서 큰일이다.
적정 의사 수는 어느 수준의 진찰과 환자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정답이 없다. 그래서 중재안과 의·정 양쪽의 양보가 필요하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대화에 나서주길 간절하게 요청한다. 그것이 국민과 의사들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