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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구도라는 광풍, 정책이라는 촛불
    [정동칼럼]구도라는 광풍, 정책이라는 촛불

    정치평론가들은 선거 승리의 3대 요소로 구도, 인물, 이슈를 꼽는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흔히 구도라고 말한다.구도란 이를테면 ‘정권 심판이냐, 내란 세력 심판이냐’ 혹은 ‘2파전이냐 3파전이냐’ 같은 프레임이다. 그러나 이런 구도 속에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구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도만으로 치른 선거가 끝난 뒤, 정작 주권자에게 무엇이 남게 될까?인물도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인물이라고 해도, 그는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순진하게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한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바뀌느냐, 본래 그런 사람이었냐’라는 얘기는 어느 사회든 존재하는 딜레마이다. 분명한 것은 권력자 개인을 믿는 것보다는 동네 이웃을 믿는 것이 배신당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이슈는 정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공소취소 저지’ 같은 지역...

    14시간 전

  • [세상 읽기]내 새끼가 아니어도…우리는 포기하면 안 된다
    [세상 읽기]내 새끼가 아니어도…우리는 포기하면 안 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조카가 며칠 전 어린이집에 다니는 큰애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노란 비단뱀을 목에 걸치고 있었다. 동물체험 가서 이렇게 선뜻 뱀을 두른 애는 그 녀석 하나였단다. 아이의 담대함에 감탄하기 이전에 내게서 질책이 튀어나왔다. “이거, 동물학대야!” “그건 그래…” 조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 “그럼 체험하지 말자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또 뾰족한 소리를 냈다. 조카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못하지.”그래, 이해는 할 수 있다. 중뿔나게 나섰다가 아이에게 미운털 박힐까, 열심히 프로그램 짠 선생님 마음 다칠까 염려스럽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이벤트는 만들어야 하는데, 현란한 광고로 유혹하는 체험행사에 솔깃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애는 왜 그런 체험 안 시켜주느냐는 민원도 무서울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이런 것들 모두 이해해줘야 하는 상황에 참 속이 상한다.예로부터...

    14시간 전

  • [시론]모든 정치는 지역적이어야 한다
    [시론]모든 정치는 지역적이어야 한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팁 오닐 하원의장은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All politics is local)’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정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이 중요하고 주민들과 밀착된 정치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 초년병 시절 동네 주민들이 당연히 지지해줄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선거운동을 소홀히 하다가 아깝게 낙선했을 때 그의 아버지가 건넨 조언에서 비롯된 소신이라고 한다.6·3 지방선거가 두 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기에서 선출되는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오닐 의장의 소신을 말 그대로 실천해야 하는 정치인들이다. 지자체장들은 공무원 조직을 지휘해 자신이 책임진 지역의 발전 방향을 정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며, 의원들은 지자체장과 집행부를 감시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국가 전체의 일을 주로 다뤄야 할 국회의원이 시군구 의원이 처리할 법한 작은 지역 현안에 매몰되는 것이 문제라면, 역으로 지자체장과 ...

    14시간 전

  • [기자칼럼]물티슈 유감
    [기자칼럼]물티슈 유감

    “화장실용 물티슈는 변기에 버려도 되나요?”온라인 육아카페 단골 질문이다. 물티슈가 하수관을 막는 주요 원인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수처리장 스크린 공정에서 발생하는 협잡물의 약 90%는 물티슈다. 물티슈로 막힌 하수관로를 유지하는 데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쓰인다.육아카페에 올라온 답변은 제각각인데, ‘카더라’ 비중이 높다. ‘녹아서 괜찮다더라’ ‘아파트는 괜찮다더라’ ‘단독주택은 쉽게 막힌다더라’ 등이다. 녹는다는 광고만 믿고 버렸다가 변기가 막혀 낭패를 봤다는 경험담도 종종 등장한다. 대부분 결론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막힐 수 있으니 변기에 넣지 말자’는 쪽으로 모아진다.정답을 찾아보자. 검색창에 ‘녹는 물티슈’를 검색하니 화장실용 물티슈가 줄줄이 나온다. ‘자연 생분해’ ‘플러셔블(Flushable)’ 등 잘 녹는다는 광고 문구를 보고 있자니, 고민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진다.그런데 물티슈 분해 실험 영상들은 광고와 다른 결과...

    14시간 전

  • [이선의 인물과 식물]투사와 꽃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왕관을 닮은 꽃잎, 화려한 색채, 짙은 향기로 장미는 오래전부터 ‘꽃의 여왕’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가냘픈 아름다움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붉은빛과 가시는 피와 존엄, 저항과 투쟁의 의미도 있다.꽃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다. 특정한 의미와 정서를 품은 상징적 매개체이기도 하여, 인간의 기억과 감정, 이념을 담아내는 표상을 함께 지닌다.영국 감독 켄 로치의 영화로 더 유명해진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는 생존과 삶의 품위를 함께 요구한 노동운동의 상징이다. 191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 섬유노동자 파업에서 빵은 생존을, 장미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을 뜻했다. 이후 장미는 프랑스 사회당의 표상으로 등장했다. 특히 붉은 장미를 움켜쥔 주먹을 그린 이른바 ‘주먹과 장미(Fist and rose)’는 1970년대 프랑스 사회당의 공식 로고로 채택됐다. 이는 연대와 저항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행복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완강함을...

    14시간 전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저신뢰사회의 노사협상 넘어서려면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저신뢰사회의 노사협상 넘어서려면

    피서철 관광지에서 바가지요금을 내본 경험은 흔하다. 뜨내기손님을 다시 볼 이유가 없으니 한철 장사로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상인들의 전략 때문이다. 상인들을 욕하긴 쉽지만, 단속으로 근절하긴 어렵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관광객 숫자가 안정화되거나, 도시가 확장해서 내수 시장이 커지면 바가지 장사는 위축된다. 이번 노사협상은 반도체 초호황 성수기의 대목을 노리는 장사인가? 노사가 서로 믿을 수 없으니 성과급이라는 확실한 담보만 논의에 남는 것으로 보인다.삼성전자 직원들은 지난해 성과급 포함 1인당 평균 1억5800만원의 연봉을 받았고, 국내 임금노동자 가운데 최상위다. 영업이익에 대해 ‘큰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곱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 조합원들이 ‘귀족 노조’라 멸칭을 듣는 이유 중 하나지만, 영업이익에서 정률로 성과급을 받고, 주식을 받는 선례를 만든 SK하이닉스의 작년 교섭 내용을 가지고 삼성전자와 비교해야 공평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

    14시간 전

  • [직설]매력적인 ‘미끼’, 장애
    [직설]매력적인 ‘미끼’, 장애

    세상만사 모든 복잡한 감정과 개념이 한 단어로 존재한다는 독일어 단어 설명을 보며 즐거워했던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고향이 아닌 다른 먼 곳을 그리워하며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은 ‘Fernweh’라 하고, ‘타인의 불행이나 불운을 보고 느끼는 기쁨’은 ‘Schadenfreude’라 한다. 종종 내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에서, 설명되지 않던 마음을 함축된 한 단어로 만날 때면 ‘아하!’ 하고 머릿속에 불이 켜진다.최근 새로 마주한 ‘아하!’ 단어는 ‘Rage bait’다. 직역하자면 ‘분노-미끼’인데, 의도적으로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의 강렬한 반응을 끌어낼 때 쓰인다. 이 행태가 어찌나 만연해 있는지, 2025년에는 옥스퍼드대학에서 올해의 단어로 ‘분노-미끼’를 선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단순히 시청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어떤 콘텐츠들은 우리의 감정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댓글, 공유수, 좋아요 같은 인터랙션의 증가가 곧 알고...

    14시간 전

  • [생각그림]오두막
    [생각그림]오두막

    사람들과 떨어진 깊은 산골에 조그만 오두막을 지어 봅니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하던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집은 열려 있어 안과 밖이 통해 있습니다. 나무냄새 흙냄새 물냄새가 막힌 코를 뚫어 주고, 뜨거운 햇살이 나의 찌든 때를 소독해 줍니다. 이대로 멍하니 마루에 앉아 아무 생각 않고 가만히 시간을 잊어 봅니다. 밤에는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자리들을 맞춰 보고, 낮에는 조그만 텃밭에서 오늘 먹을 야채를 손질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조용히 자연과 한 몸이 되어 봅니다.

    14시간 전

  • [기고]인간을 위한 미래, AI·문화기술의 교육서 시작된다
    [기고]인간을 위한 미래, AI·문화기술의 교육서 시작된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느릿하게 굽이치는 푸른 도나우강을 끼고 있는 도시 린츠에 닿게 된다. 이 도시는 겉보기에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유럽의 소도시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린츠에는 과학기술과 창의성이 융합돼 최첨단의 미래 문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뻗어나가고 있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연구소와 산하 퓨처랩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과 소통하는 ‘생각하는 인공지능(AI)’과 초고해상도 미디어 공간 ‘딥스페이스’ 같은 이곳의 과학 예술작품들은 미래가 궁금한 세계인들을 린츠로 오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한국은 어떠한가. “오늘날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가 AI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각에서는 ‘AI가 다 해주는 편리한 사회’와 ‘AI에 인간이 지배당하는 사회’ 두 극단의 그림을 그리면서 미래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소외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인간...

    14시간 전

  • [김재인의 피지컬 vs 디지털]반도체·AI 곳간 넘치는데, 한국인 ‘항심’은 어디로
    [김재인의 피지컬 vs 디지털]반도체·AI 곳간 넘치는데, 한국인 ‘항심’은 어디로

    한국이 경제 선진국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면, 인문사회 연구자를 기꺼이 보호해야 한다 반도체와 AI로 가득 찬 곳간을 가졌다면, 그 기술을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를 연구하는 인문사회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인문사회 연구자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정신적 파탄을 면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비용이다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문학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결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대심문관’이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때는 16세기, 추기경 대심문관은 재림한 그리스도를 체포하고는 꾸짖는다. “당신은 어째서 우릴 방해하러 온 거요?” 1500년 전에 예수는 민중을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오히려 대심문관이 그 일을 대신 떠맡아 민중을 자유로 충만하게 해주었다는 것이다.대심문관에 따르면, 광야에서 악마가 예수를 시험하며 던진 질문은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가장 어려운 물음이었다...

    14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