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칼럼
신속한 탄핵, 엄정한 처벌, 철저한 개혁
윤석열 탄핵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나와 겁먹은 표정으로 혹세무민하는 그의 선동이 도를 넘어 세상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 하던가? ‘한 마리가 짖으니 두 마리 개가 짖고 만 마리 개가 따라 짖는’ 격이다. 지난 주말은 광주를 시끄럽게 한 모양이다. 그가 자기 잘못에 대한 추궁을 가리켜 ‘호수 위에 뜬 달그림자를 쫓는 것’이라며 눙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는데, 나는 그에게 ‘달그림자를 보고 짖는 윤석열’이라는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그가 대통령으로서 헌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뭐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 1호를 승인한 건 국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이 결코 아니었으며, 필요한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건 천하가 아는 사실 아닌가. 그리고 그의 계획이 ‘국회 기능 정지→선관위 장악→정치인 체포→비상입법기구 설립→정치판 재구... -
IT세상
‘업’이 사라진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만들어내고 있는 자동화 물결이 이제 단순한 예측이나 공상이 아닌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딥시크가 고효율 생성형 AI 제품을 만들어내고 메타가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산업 변화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은 ‘해고 열차’를 멈출 기세가 없다.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느낌이다.미국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가 신기술 중심의 사업 확장을 위해 1000명 수준의 감원을 단행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올해는 더 이상 엔지니어를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AI 기술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올해 들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계속해서 인력을 줄이고 있다.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는 전체 고용 인력의 17%를 감원할 계획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2025년 2월 중순까지 알려진 미 기술 분야... -
詩想과 세상
봄의 제전(祭典)
마침내 겨울은 힘을 잃었다여자는 겨울의 머리에서왕관이 굴러떨어지는 것을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았다이제 길고 지리한 겨울과의 싸움은 지나갔다북벽으로 이어진 낭하를 지나어두운 커튼이 드리워진 차가운 방에얼음 침대에겨울은 유폐되었다여자는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왕관은 숲속에 버려졌다겨울은 벌써 잊혔다오직 신생만을 얻기 바랐던재투성이 여자는봄이 오는 숲과 들판을 지나다시 아궁이 앞으로 돌아왔다이제 이 부엌과 정원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오직 그것만이 분명한 사실이었다송찬호(1959~)험난했던 겨울은 마침내 “힘을 잃었”다. 어리석고 난폭한 왕의 머리에서 “왕관이 굴러떨어지는 것을” 곧 보게 될 것이다. 봄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던 왕은 “얼음 침대”에 갇힐 것이다. 왕 옆에 있던 “여자는” 이미 그를 버렸을 것이다.그 어둡기만... -
아침을 열며
이러다 윤석열도 중국인 될 판
지난 14일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 앞. 마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40대 남성이 경비를 서는 경찰관에게 시비를 걸었다. “시진핑 XXX 해볼래. 못해?” “말도 좀 어눌한 것 같아. 한국 분 아닌 것 같아. 나, 얘 패도 되죠? XX니까.” 그는 “중국대사관 테러할 것”이라 외친 후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중국인 딱지 붙이기’가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 세력을 집어삼킨 극우의 담론과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시민을 중국인, 화교 혹은 친중으로 몰아간다. 이제는 아무 말 수준의 ‘기승전중국인’ 화법까지 등장했다.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이 열리는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중국인을 색출하려는 ‘애국시민’의 불심검문이 종종 이뤄진다. 이들은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짜고짜 “중국인이냐”고 윽박지른다. 아무나 붙잡고 “한국말 해봐” “주민증 까봐”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윤석열 지지자들은 탄핵 찬성 ... -
시선
그래도 민주당은 다르다는 말
“이제부터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다 같다는 말 하지 마세요.” 12·3 계엄 이후 인문학 연구자들의 작은 공부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게. 그때는 윤석열이 계엄을 할 줄 몰랐지”라며 이어지던 말들 사이에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다수가 윤석열이 탄핵되면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한가. 2017년 박근혜 탄핵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광장은, 시민들은 무엇을 기대했었나. 5·18 유가족 앞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 ‘비정규직 제로시대’ ‘저녁이 있는 삶’을 호기롭게 외치던 것과 달리 어떤 정책이든 빠르게 포기하거나 절충했다. ‘공약대로’ 추진하되, 여러 우회로를 만들어 제도를 내부로부터 허물어버렸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더니, 최저임금을 올리는 대신 산입범위를 확대해 ‘올랐지만 오르지 않은’ 월급봉투를 들고 어리둥절해했던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기억할까.2017년 법 개정으로 주 52... -
지금, 여기
짠맛을 잃은 소금, 국가기록원
성경에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바깥에 버림을 받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짠맛을 잃은 공공기관이 많이 있었지만, 새로운 주인공이 전격 등장하고 있다. 바로 국가기록원이다.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국가기록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행안부는 산하기관 대상 정기 감사로, 직원 복무 현황과 예산 집행 등 운영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가기록원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실제 엄청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국가기록원은 이번 내란 사태와 관련해 기록물 파기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지난달 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육군본부가 지난해 12월4일 0시58분 합참으로부터 팩스로 받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오전 7시에 파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도 같은 날 0시11분 계엄사령부로부터 포고령을 팩스로 받았으나 오전 5시쯤 파기...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윤석열의 청년팔이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게 되고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누구의 말인지 맞혀보라는 퀴즈를 낸다면 당신의 답변은 어떤 것일까? 우리에게 익숙한 객관식 선택지(가나다순)까지 제시한다면? ①김대중 ②김영삼 ③노무현 ④윤석열. 꼼꼼하게 기사를 읽는 독자라면 ④번을 선택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될 때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일부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네 명의 대통령이 언젠가 한 번쯤은 했을 법한 말이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 말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서 헌법질서를 유린하고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의 언어가 되고 있다.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연거푸 쏟아낸 메시지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자신의 지지세력이 60대 이상 고령층에 한정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걸까... -
기고
공화정, 대통령, 헌법수호자
178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헌법제정회의 마지막 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중요한 질문을 받는다. “박사님, 우리가 가지게 될 정부는 무엇인가요. 공화정인가요 아니면 왕정인가요?” 이에 대한 프랭클린의 답변은 이렇다. “공화정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18세기 말 미국은 독립전쟁과 연방헌법 제정을 통해 삼권분립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제 연방정부를 세계 최초로 구성하였다. 하지만 당시 미국인들은, 대통령직을 신설하고 독립전쟁의 영웅인 조지 워싱턴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음에도 공화정과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래서 워싱턴을 ‘선출된 전하’(His Elective Majesty)라고 칭하고 국왕처럼 예우하려 했다. 그러나 신생 공화정이 왕정으로 해체될 것을 우려한 워싱턴은 자신을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부르도록 명하였다. 또한 당시 연방헌법에는 연임금지 규정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3연임이 대통령은... -
NGO 발언대
긍정의 언어·연결의 언어가 필요하다
극우화나 파시즘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서울서부지법 폭동이 남긴 상흔이 크다. 폭력을 일상의 수단으로 삼고 조장하는 이들을 어떤 세력으로 규정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들을 정체화하고 호명하는 순간 공론장의 일부로 공고화될 거란 우려다. 국회에 결코 등장해선 안 되었던 ‘백골단’처럼 이들을 공적 무대에서 비가시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극단주의자들을 합리적 보수와 분리해야 한다고도 한다. 이는 보편적 합의를 중심으로 연합을 형성해 그들을 소수파로 낙오시키는 전략이다. 이러한 구상들은 대체로 현 시기 사회운동의 역할과 맞닿아 있다. 어떤 집단을 대상으로 누구와 연합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여전히 여당을 지지하는 다수의 시민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고, 서부지법 폭동에 단호히 반대하는 시민들도 있다. 역시나 이들 모두가 선거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파적 이해에 따라 선관위... -
반복과 누적
혁명에서 일상으로
지난 1일 브루노 마스와 로제의 ‘아파트’(APT.·사진)가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올랐다. 한국 여가수로는 최고 기록이다. 모든 기사가 그렇진 않았지만 구체적인 음악 얘기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순위와 수익을 강조해 국뽕을 자극하는 조회수 장사는 이제 시대정신이라 할 만하다. 활자 매체만은 아니다. 거대한 낚시터가 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풍경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대다.장르로 구분하면 ‘아파트’는 팝 펑크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펑크란 무엇인가. 적시하면 펑크는 뭐가 있기보다는 없는 음악이다. “달랑 코드 3개로 음악 할 수 있다”라는 게릴라적 상상력이 펑크 정신의 요체다. 심지어 펑크의 시조새라 할 영국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는 베이스를 전혀 칠 줄 모른다는 바로 그 이유로 베이스 연주자가 됐다. 한데 이 덕분에 펑크는 결정적인 장점을 획득한다. 뼈대만 덜렁 있는 음악이기에 다른 장르와 아주 잘 붙는다는 거다. 특히 전자음악과의 궁합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