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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칼럼]망가진 인권위, 무너진 독립성
    [정동칼럼]망가진 인권위, 무너진 독립성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동인권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필 모양이다. 연초에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돌봄 노동자와 새벽배송 노동자의 인권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AI)이 노동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업무계획에 포함하기로 논의했다고 한다. 노동에 대한 논의에서조차 사각지대에 위치한 소외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의 맥락에서 노동인권을 심도 있게 고찰하겠다는 계획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다만 걱정은 지금의 인권위가 노동인권을 포함해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다양하고 절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보듬을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이다.최근 몇년간 인권위에 대한 언론 보도는 위원장의 퇴행적 인권 인식과 인권침해적 언행, 그리고 몇몇 위원의 편향적이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배되었다. 기관 내부의 상황은 파행적 운영으로 점철되었으며 사회적 위상과 신뢰는 처참하게 훼손된 실정이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서 부의장국까지 지낸 대한민국 인권위는 이제 등급 ...

    2026.02.05 20:12

  • [세상 읽기]‘사이코’가 되지 않는 법
    [세상 읽기]‘사이코’가 되지 않는 법

    “내가 8개 이상의 전쟁을 중단시켰는데도 귀국이 나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기로 했다는 점에서, 나는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더는 느끼지 않는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인 통제권을 주장하며, 미국 대통령이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다.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평화를 도외시한다니, 우스꽝스럽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무시당했다는 감정은 오늘날 폭력을 이해하는 열쇠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검색창에 “무시했다는 이유로”라는 문구만 입력해도 온갖 강력범죄 사건들을 마주하게 된다.도덕적 의무가 타인들의 인정에 기반하고 있다는 이 스스럼없는 발언을 접하며,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를 떠올렸다. 주인공 패트릭 베이트먼 역시 이런 세계에 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 금융가의 젊고 유능한 임원처럼 보이지만, 실은 동료들과의 기괴한 명함경쟁에서 줄곧 열패감에 시달리는 왜소한 자아를 지니고 있다. 거의 구별되지 않는 하얀색 명함들을 주고받...

    2026.02.05 20:11

  • [에디터의 창]새벽배송을 시켰더니 악마가 왔다
    [에디터의 창]새벽배송을 시켰더니 악마가 왔다

    2019년 미국 연수 1년간 체험한 ‘아마존’은 신세계였다. 배송에 일주일은 너끈히 걸리던 한적한 시골마을도 아마존프라임에 가입하면 2~3일 만에 상품이 척척 배달됐다. 반품정책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사유가 뭐든 포장해 동네 우체국에 내려놓으면 모든 상품이 반품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아마존프라임을 통해 영화 <기생충>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유통의 천국답다는 생각을 했다.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귀국하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쿠팡이 있었다. 2주의 격리 기간 동안 쿠팡 덕을 많이 봤다. 무엇이든 신속하게 배달됐고, 반품도 쉬웠다. 와우멤버십에 가입하면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아마존과 너무나 닮은 꼴이길래 창업자가 누군가 찾아봤더니 김범석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했다. 보나마나 아마존을 베껴온 것이겠지만 아무렴 어떠냐, 우리나라에도 쓸 만한 e커머스 하나가 생겼구나 싶었다.그래서일 거다. 쿠팡이 갖은 구설에 올라...

    2026.02.05 20:00

  •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AI 시대, 단발령 시절을 생각한다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AI 시대, 단발령 시절을 생각한다

    아리송한 정답 앞에서 구르던 옛 버릇이 남아 볼펜은 떨어지는가. 혼자 있겠다며 구석으로 달아나는 저 물체. 줍고 일어서다가 책상 밑에 머리를 찧기도 한다. 짜증 난다고 말 없는 무정물을 쥐어박는 건 부질없다. 이런 마음의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나이가 가르쳐준 바이기도 하다. 말 않는 사물하고 싸우지 말자.올해 들어 부쩍 인공지능(AI) 관련 소식이 요란하다. 특집 방송마다 AI가 도래할 세계를 그린다. 그간 개인마다 선택의 문제라고 여기며 오염이라도 되는 듯 피해왔는데, 이건 150년 전의 쇄국정책을 답습할 뿐이겠다. 피지컬 AI, 보편적 고소득, 몰트북 등 낯선 용어들이 이미 공기처럼 공중을 장악했다.지나가는 일은 지나는 순간 팔다리를 거두고 기억의 창고에 뒤죽박죽 보관된다. 인간이 겪어낸 역사 또한 모두 그러하다. 작년 궁리에서 펴낸 <횡단 한국사>는 엄청난 가뭄이 몰아닥친 1901년부터 121년간 우리의 근현대사를 해마다 두 페이지에 ...

    2026.02.05 19:59

  • [녹색세상]‘흑백요리사’를 보며
    [녹색세상]‘흑백요리사’를 보며

    뒤늦은 새해 모임을 빙자해 ‘쓰레기’ 활동가들이 만났다. 누군가 얼마 전 인기리에 종방된 <흑백요리사>라는 요리 대결 방송 이야기를 꺼냈는데, 우리에게는 역시 ‘쓰레기’만 보였다.“고기를 랩으로 싸더니 뜨거운 물에 퐁당 넣더라. 세상에나. 우리 때는 육수를 플라스틱 바가지로 푸기만 해도 난리 났었어. 플라스틱에 뜨거운 음식 닿으면 환경호르몬 나온다고.”“그건 환경호르몬도 있는데, 공산품을 식품에 사용해서 문제가 된 거야. 뭐 그렇다 해도 플라스틱 용기나 랩을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말라, 그게 상식이었지.”“난 첨 봤는데 그게 수비드라며? 고기를 비닐에 싸서 오래 가열하면 맛이 좋고 모양이 완벽하다나? 요샌 수비드 기계도 팔아.”“경연이라서 때깔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너무 자연스러워 보여서 사람들이 따라 할 거 같아.”“환경호르몬이 특히 지방에 잘 녹는데. 고기에 또 지방이 많아요.”“근데 환경호르몬만 문제겠냐? 배달음식 많이 먹는...

    2026.02.05 19:57

  • [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따뜻한 밥 한 끼
    [중얼거리는 사진 한 장]따뜻한 밥 한 끼

    날이 춥다. 너무 춥다. 처음 서울에 왔던 1984년, 영하 18도의 겨울밤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생이 되어 교사 시절 모은 돈 몇푼을 들여 운영하던 화실의 모든 물이 얼어붙어 마실 물조차 없던 겨울. 건물주가 화실에 더 이상 세를 주지 않겠다는 바람에 화실을 접은 뒤, 서교동 어느 차고 두어 군데 세를 살다 다시 근처 어느 집으로 세를 들어갔다.내가 세 든 집은 전체가 셋집이었다. 집에는 두 가구가 세 들어 있었다. 중국집을 운영하는 40대로 보이는 부부와 남매로 이루어진 일가, 갓난아이가 있는 신혼부부 황씨네였다. 내가 세를 든 곳은 황씨네 두 방 중 작은 방이었다. 그러니까 집주인이 아닌 황씨네와 계약을 해서 세를 든 것이다. 이른바 겹세였다.이사를 한 첫날 저녁 나는 황씨네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서울에 와서 몇군데 이사를 다녔지만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지방 도시에서는 셋방에 세를 들면 대개 밥 한 끼는 같이 먹...

    2026.02.05 19:54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비용’의 귀환이 던지는 경고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비용’의 귀환이 던지는 경고

    나의 소비는 누군가에겐 소득이다. 그래서 소비는 미덕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기에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을 흥청망청 써버리면 안 된다. 현세에 소비하고,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자원을 비축해놓는 게 최선이다. 기업이 쓰는 비용도 누군가에겐 귀중한 소득이다. 인건비는 노동자들의 소득이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채권자들의 소득이며, 세금은 정부의 소득이다.기업이 창출하는 수입에서 이를 위해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차감하고 남는 잉여가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손익계산서의 매출에서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자비용, 세금 등을 차감하고 남는 당기순이익은 온전히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재무상태표의 자기자본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에서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몫을 보여준다. 그래서 투자자(주주)들은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중시한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투자자들에게 가장 직관적인 가치평가 지표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도 이...

    2026.02.05 19:54

  • [고병권의 묵묵]은하수는 있다
    [고병권의 묵묵]은하수는 있다

    여름밤 평상에 누우면 은하수가 보였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흐르는 신비한 안개. 집은 가난했지만 내 유년이 가난하지 않았던 것은 이런 보물들 덕분이다. 그런데 언젠가 한 친구가 내 보물이 진품이 아닐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맨눈으로 은하수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아마도 사진으로 본 은하수를 어린 시절 본 것과 뒤섞었을 거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는 ‘서울 출신이 뭘 알아’라고 대꾸했지만, 오랫동안 은하수를 보지 못했던 나는 그의 말에 흔들렸다. 그러다 그해 가을, 생애 다시 보기 힘든 유성우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면도까지 갔다. 불빛 없는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았을 때 너무 기뻐 고함을 쳤다. “저기 있잖아!” 은하수였다.사회학자 조형근의 글은 내게 이날의 은하수를 떠올리게 한다. 3년 전쯤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를 읽었을 때 그랬고, 이번에 나온 <앎과 삶 사이에서>를 읽고서 더욱 그렇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대학 시절 나...

    2026.02.05 19:51

  • [기고]원전, 여론이 아니라 책임으로 말할 때
    [기고]원전, 여론이 아니라 책임으로 말할 때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도한 원전 관련 여론조사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마치 국민 다수가 원전 확대에 동의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시민의 숙고된 판단을 반영한 것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원전 정책은 여론조사 숫자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책임 있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문제이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질문의 구조와 전제가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믹스’를 사실상 전제로 깔고 원전 필요성을 묻는 방식은 중립적 질문이 아니라 특정 방향의 동의를 유도하는 설계에 가깝다. 원전은 단순한 선호 문제가 아니라 위험과 비용, 장기적 책임, 지역 부담을 함께 묻는 사회적 선택이다. 그럼에도 설문에는 핵폐기물 처리, 사고 위험, 입지 갈등, 대안 시나리오 같은 핵심 쟁점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여론조사는 공론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오해받기 쉽다.조사 결과의 불투명성 역시 문제다. 공개 자료에는 지역별 응답 분포, 특히 ...

    2026.02.05 19:51

  • [사유와 성찰]정교분리는 가능한가
    [사유와 성찰]정교분리는 가능한가

    인류사의 케케묵은 논쟁 중 하나는 국가와 종교의 관계다.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종교교단의 정치개입을 엄단할 것을 요청한 사실은 제정일치를 향한 인간 욕망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다. 1905년 프랑스 제3공화국 헌법에 최초로 명시된 정교분리는 중세의 종교권력에서 비로소 국가가 독립한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보라. 불교·기독교·이슬람교와 같은 세계적 종교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가 있는가. 생명력에서 국가는 종교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무상한 지상 권력은 하늘의 영원한 권력이 지배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종교는 시대의 구원자를 자임하며 부패한 정치를 대신하고자 그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채택한 정교분리나 국교불인정은 국가권력의 장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 한국은 국가의 기원인 단군신화를 비롯해 유구한 불교 문화재, 유교적 생활방식, 편의점보다 많은 교회, 신종교, 예언자적 능력을 발휘하는 점집 등을 ...

    2026.02.05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