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오직 오늘의 딸기](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4/09/l_2025041001000288100029521.jpg)
나는 밥 먹을 준비를 할 때만 집을 나선다. 상추며 깻잎이며 대파며 양파며 당근이며 오이며 하는 것들을 서리해 오기 위해서다. 마을을 설렁설렁 한 바퀴 돌면 어느새 양손이 가득하다. 씨를 뿌리지도, 물을 주지도, 잡초 한 번을 매지도 않은 수확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텃밭을 돌보고 있던 이웃이 나를 보고 말한다. “채소를 직접 가져다 먹는 거야? 기특해라.” 그렇다. 나는 이 마을의 유명한 서리꾼이다.엄마는 환갑이 넘어 친구들과 함께 산골 마을로 단체 귀촌했다. 목장으로 쓰이던 허허벌판을 단체로 매입해 하나둘 집을 지어 지도에 없던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의 이름과 규칙을 짓고, 건강 교실을 만들고, 공동 텃밭도 가꾼다. 나는 이 마을에서 제일 게으르다. 내가 잠든 동안 마을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동이 틀 즈음 다 같이 밭을 매고, 시기에 따라 꽃과 모종과 나무를 심고, 해가 질 때쯤 흙이 축축해지도록 물을 준다. 그 모든 궂은일에 나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
2025.04.09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