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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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 [김경식의 이세계 ESG]현대제철 창으로 본 한국 철강산업 딜레마
    [김경식의 이세계 ESG]현대제철 창으로 본 한국 철강산업 딜레마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문자로 “IF YOU DON’T HAVE STEEL, YOU DON’T HAVE A COUNTRY(철강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라며 미국 철강산업 보호 의지를 피력했다. 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뤄진 현대차그룹 미국 투자 발표에서도 그의 지극한 철강 사랑이 드러났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트럼프를 초청하려 했으나,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일관제철소’ 투자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장소가 바뀌었다고 한다.현대제철이 미국에 건설하는 제철소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다. 일관제철소는 쇳물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연료비와 물류비가 절감된다. 일본제철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US스틸 같은 고로 제철소는 지난 60년간 보호무역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뉴코어(NUCOR) 같은 전기로 회사들은...

    2025.04.10 21:27

  • [루페로 보는 시선]새로운 날은 과거의 실수를 제물로 삼아 온다
    [루페로 보는 시선]새로운 날은 과거의 실수를 제물로 삼아 온다

    햇볕이 부쩍 맑고 따뜻해졌다.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창밖을 보니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마흔 중반을 훌쩍 넘겼으니, 봄꽃을 본 날이 어쩌면 봄꽃을 볼 날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더 곱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번 봄꽃이 유난히 반가운 것은 겨울이 그만큼 추웠기 때문이리라.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1910년 ‘불새’를 탈고한 후 고대 러시아 축제의 환영을 보게 된다. 그는 자서전에 ‘봄의 제전’ 창작 동기에 대해 상세하게 써놓았다. ‘상상 속에서 엄숙한 이교도 의식을 보았는데, 현자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있고 한 소녀가 죽을 때까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꿈에서 본 춤이 봄의 신을 달래기 위해 제물을 바치는 고대 의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실제 슬라브족들의 봄 축제 ‘야레 고디’에서는 겨울과 죽음을 상징하는 여신, 마르자나 혹은 마라의 이름을 붙인 허수아비를 물에 빠뜨리...

    2025.04.10 21:26

  • [문화와 삶]오직 오늘의 딸기
    [문화와 삶]오직 오늘의 딸기

    나는 밥 먹을 준비를 할 때만 집을 나선다. 상추며 깻잎이며 대파며 양파며 당근이며 오이며 하는 것들을 서리해 오기 위해서다. 마을을 설렁설렁 한 바퀴 돌면 어느새 양손이 가득하다. 씨를 뿌리지도, 물을 주지도, 잡초 한 번을 매지도 않은 수확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텃밭을 돌보고 있던 이웃이 나를 보고 말한다. “채소를 직접 가져다 먹는 거야? 기특해라.” 그렇다. 나는 이 마을의 유명한 서리꾼이다.엄마는 환갑이 넘어 친구들과 함께 산골 마을로 단체 귀촌했다. 목장으로 쓰이던 허허벌판을 단체로 매입해 하나둘 집을 지어 지도에 없던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의 이름과 규칙을 짓고, 건강 교실을 만들고, 공동 텃밭도 가꾼다. 나는 이 마을에서 제일 게으르다. 내가 잠든 동안 마을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동이 틀 즈음 다 같이 밭을 매고, 시기에 따라 꽃과 모종과 나무를 심고, 해가 질 때쯤 흙이 축축해지도록 물을 준다. 그 모든 궂은일에 나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

    2025.04.09 21:32

  • [정동칼럼]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정동칼럼]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6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는 단지 계엄 이전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한 직접적 근거는 계엄 선포에 의한 헌법 유린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3년간 국가운영을 망친 실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탄핵을 외친 시민들이 사회대개혁을 함께 요구했던 이유이다.사회대개혁의 여러 분야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건 민생일 것이다. 사회 첫발부터 불안정 노동에 직면한 청년, 극한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 전월세에 허리가 휘는 주거 서민, 돈도 없고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 노인, 그리고 노년 부양 부담이 훨씬 클 미래 아이까지, 새 정부가 챙겨야 할 민생들이 모두 만만하지 않다.새 정부는 민생 정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 새 대통령이 민생에 앞장서겠다고 말하겠지만, 나라 곳간이 사실상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제 발표된 국가결산에 의하면, 작년 중앙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5...

    2025.04.09 21:32

  • [임의진의 시골편지]고양이 나라
    [임의진의 시골편지]고양이 나라

    재작년인가 ‘이매진도서관’ 식구들이 시사만화가 박순찬 화백을 한번 뵙고 싶다고 요청. 이전에 사석에서 인연도 있어 강연회에 모셨다. 고양이 캐릭터 ‘냥도리’가 등장하는 만화를 화면 가득 보면서 정치 풍자의 해학을 즐겼다. 강연 후엔 백지에 냥도리 사인도 나눔했지. 나도 한 장 받았는데 어디 뒀더라? 자취 집 데이트 신청이 과거엔 “라면 먹고 갈래?”였는데 요샌 “고양이 보고 갈래?”로 바뀌었단다. 애묘인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고양이가 대세다.지난주 헌재 재판정 풍경을 생중계로 구경하면서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 미야자와 겐지의 우화소설 <고양이 사무소-어느 작은 관공서에 관한 환상>을 떠올렸다. 내 묘한 기억력은 가끔 소설이나 영화의 장면이 현실과 뒤죽박죽. 소설은 고양이 나라의 역사와 지리를 관장하는 관공서 얘기다. 글씨를 잘 쓰고 시를 잘 읽는 고양이들을 뽑아 일을 맡긴다. 사무장은 약간 노망이 들긴 했으나 실로 멋진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 그리고 ...

    2025.04.09 21:30

  • [경향의 눈]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경향의 눈]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로버트 브라우닝의 ‘피파의 노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평안함, 충일감을 찬미한 시다. 소설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가 은사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일부를 인용해 친숙하다. “시절은 봄/ 봄날 아침/ 아침 일곱 시.// 언덕 중턱엔 이슬방울 진주 되어 맺히고/ 종달새는 높이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를 기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사물이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장소에 존재하는 평범한 상태가 실은 우주의 섭리가 드러나는 비범한 상태임을 이 시는 보여준다. ‘언덕에 맺힌 이슬방울’ ‘높이 나는 종달새’ ‘가시나무 위를 기는 달팽이’와 같은 일상적인 일을 우주적인 사건으로 고양하는 건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건 평소 당연한 일로 여기고 무심히 지나친 일상적인 것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하는 어떤 특별한 경험의 소산이기 쉽다.‘시인과 촌장’의 ‘풍경’은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

    2025.04.09 21:30

  • [겨를]내 나이 묻지 마세요
    [겨를]내 나이 묻지 마세요

    “왜들 그리 남의 나이를 궁금해하나 모르겠어.” 어머니께서 잔뜩 기분이 상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이제 90대 중반을 지나 100세를 향해 가는 어머니는 어디를 가도 최고령자이고, 가는 곳마다 당신의 나이가 화제가 되는 것이 못마땅하다.조금만 친해지면 형님, 동생이고 처음 보는 이에게도 이모, 삼촌, 어머님, 아버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지만 정작 나이 확인은 복잡하다. 음력, 양력 생일이 다르다. 누구는 ‘빠른 ○○년’이라 하고 또 누구는 호적이 잘못됐다고 한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입학 시기를 정하고 만 나이 기준을 법으로 도입했지만,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적지 않은 관계에서 나이는 권력이다. 하지만 정작 초고령에 접어들면 나이 권력은 상실된다. 90대 초반의 어머니 친구는 동네 친구를 새로 사귀었다. 그런데 자신의 나이가 많은 걸 알면 친구가 싫어할 것 같아 88세로 나이를 속였다고 한다. 나부터도 나이 많은 사람을 대하기가 어렵고...

    2025.04.09 21:30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사람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사람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가 간첩, 빨갱이 천국이 되겠구나.”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던 개표 결과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기울자, 새벽녘까지 지켜보던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고, 내 고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았다. 이렇다 할 현대사나 정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던 데다 나고 자란 곳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나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다음날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등교했다. 평소 좋아한 과학 선생님이 분위기를 살피더니 말했다. “호남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지.” 딱히 설득이나 강변도 없었다. 그저 별일 아니라는 투였다. 머리가 쨍하고 울렸다. 말보다 그 태도가 내겐 충격이었다. 체 게바라 얼굴이 커다랗게 박힌 시사주간지를 들고 다니던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굳이 선생님께 ‘그 사람이 대체 누구냐’고 물어보고 주간지를 사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우리 자신은 수많은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다.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 산물...

    2025.04.09 21:29

  • [예술과 오늘]하지 말 일을 ‘하지 않는’ 것
    [예술과 오늘]하지 말 일을 ‘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보통 사람’으로 칭하며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 대통령이 있었다. 5년 동안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없지만, 보통 사람 입장에서 확실한 것은, 그가 ‘보통 사람’이라고 ‘믿을’ 만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은 침대 밑이나 책갈피 사이에 몇만원 정도 숨겨놓지, 그토록 큰 비자금을 만들 수 없다. 또 하나, 보통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그는 보통 사람 기준에 한참 미달이다. 욕망을 향해 달렸을 뿐 삶의 지향, 즉 기본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제네바 출신 명문 귀족인 과학자가 있었다. ‘생명의 발생과 원인’을 탐구하던 그는, 끝내 “세상이 창조된 이후 가장 현명하다는 사람들이 바라고 연구하던” 비밀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무생물에 생명을 입히는 일이었다. 우주의 신비를 풀어낸 과학자는 시체 조각들을 덧대어 “어두운 세상에 폭포처럼 빛이 쏟...

    2025.04.09 21:29

  • [오건영의 경제읽기]더욱 강해진 트럼프 관세
    [오건영의 경제읽기]더욱 강해진 트럼프 관세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교역 관계에 있는 185개국을 대상으로 보편 및 상호 관세 적용을 발표했다. 이에 냉전 시대 이후 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추동하던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보호무역과 블록화 경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수사까지 나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보였다. 아직 경제 지표는 양호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소비 심리 및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빠르게 악화하는 등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관세의 충격에도 강한 성장세를 이어왔던 세계 경제가 왜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는 이렇게 크게 흔들리는 것일까?우선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관세 정책 집행의 규모, 속도, 방식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1기 당시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변될 정도로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에 집중했고,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 관세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1...

    2025.04.09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