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새벽은 분주하다. 지난 두어 주 공론장을 강타한 쿠팡 새벽배송 논쟁은 국가의 관리를 벗어나 질주하는 시장의 복잡한 이면을 드러냈다. 하나의 사업 모델로 출발한 새벽배송은 한국 사회의 노동권, 노동자들의 분화, 건강과 소득, 규제와 자유, 소비의 필요와 윤리, 그리고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웠다. 사실 새벽은 그 이전에도 국가적으로, 산업적으로, 종교적으로 전략적인 시간이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朝鮮)’의 후예들에게 새벽은 과연 어떤 시간이었는가.산업사회 이전에 새벽은 희망과 재생 같은 추상적 가치와 연결된 우주론적 시간이자, 생명의 휴식과 활동이 전환되는 중요한 경계로 인식되었다. 그것은 매일 일어나는 작은 천지개벽의 시간이었다.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소원을 비는 절박한 시간이자, 깨어 있는 신앙을 신에게 증명하는 기도의 시간이었다. 새벽은 신성했다.개발연대에 새벽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근대화 프로젝트와 결합하면서 ‘근면’의 시간이 ...
3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