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조희연의 시대사색]‘서울대 10개 만들기’ 넘어 5대 광역생활자립권으로
    조희연의 시대사색

    ‘서울대 10개 만들기’ 넘어 5대 광역생활자립권으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하는 위기의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위기 이후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오랫동안, 초중등교육에 종사하는 교육자들은 -혁신교육이라고 표현하건 행복교육이라고 표현하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모든 노력과 헌신을 원점으로 돌리는 하나의 블랙홀이 있다. 바로 대입과 대학 서열체제이다. 일류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과도한 경쟁은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꾸건, 그 변화를 공포 마케팅의 계기로 활용하는 사교육 산업을 팽창시키고, 학부모는 학원비 대고 학생들은 적응하느라 죽어난다. 교육입국(敎育立國)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을 통해 나라를 건설하고 발전시켰는데, 이제 교육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탄식이 그래서 나온다.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침몰할 건가.다행히, 저출생 위기감 때문에, 과거보다는 파격적인 개혁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나 김세직 서울대 교수가 ...
  •  [느린 이동]아직 도착하지 않은 편지
    느린 이동

    아직 도착하지 않은 편지

    차를 타고 3월로 이동 중이다, 사월아. 나는 느리니까 사흘 일찍 출발했다. 그러니까 아마도 그보다 더 늦게 넌 이 편지를 읽게 된다. 느린 자들은 가장 먼저 움직이는 자들이기도 하다.어디로 움직이고 있니. 어제 나는 노래를 몇 곡 부르고 빨래하고 버섯을 씻고 말렸다. <고상하고 천박하게>가 출간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요즘 시대의 책이란 게 그렇잖아. 너무 빨리 낡잖아. 몇 해 동안 쓴 원고가 출간 몇 주 만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울어진 세숫대야에 담긴 시간처럼 금세 잃어버린 기분이 들기도 한다.인쇄가 들어갈 즈음 알게 됐다. 앞으로 나의 편지는 어딘가 달라지겠구나. 어떤 편지는 너라는 수신인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가닿을 예정이다. 우리가 모르는 여러 편의 후속작이 도착할 거다. 파편적으로 이 책은 늘어날 거다. 구름이 길어지고 이름이 늘어나고 눈길이 불어나듯이.어떤 시절에는 아무것도 심지 못했다. 무엇도 자라...
  •  사회정의·인권보호 감시자…‘경향 4기 독자위원회’ 출범

    사회정의·인권보호 감시자…‘경향 4기 독자위원회’ 출범

    경향신문 4기 독자위원회가 출범했다. 독자위원회는 경향신문과 독자 간 소통을 위한 자문기구로 경향신문 보도의 공정성과 진실성을 평가하고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독자위원회는 경향신문 콘텐츠가 사회정의 실현과 인권보호라는 언론의 사명에 충실하며 공정하고 진실된 보도와 논평을 하는지를 진단하고 올바른 보도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4기 독자위원회는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3기에 이어 위원장을 맡는다. 최정묵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장, 김예희 다인세무회계 회계사, 김용 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구원장, 김소형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초빙교수가 위원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정은숙 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는 3기에 이어 4기에도 함께한다. 박병률 탐사기획에디터 겸 경제에디터가 내부위원으로 참여한다.
  • “노인 등 취약층 보도 더 깊어지길…탄핵 관련 뚜렷한 방향성 돋보여”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2025년 3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최정묵(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소장), 오용석(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팀장), 김예희(다인세무회계 회계사), 김용(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구원장), 김소형(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초빙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경향신문에서는 박병률 탐사기획에디터 겸 경제에디터가 내부위원으로 참석했다.이날 회의에서는 <직업계고 취업장려금에서 배제된 이주학생들>, 정지아의 할매열전 등 이주민, 고령자, 직업계고,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같은 한국 사회가 관심을 잘 기울이지 않는 대상에 관한 기사와 칼럼에 대해 위원들의 격려와 추가 취재 당부가 있었다. 또 <다시 검건희…이 모두가 우연인가>, 3·1절 집회 보도, 극우 단톡방 잠입 보도 등 ...
  •  언니들과 목욕재계 [플랫]
    플랫

    언니들과 목욕재계

    최근 몇년간 내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좋은 것은 언니들과 가까워진 것이다. 감탄, 존경, 질투, 거부감, 즐거움, 애착, 두려움, 기대, 실망, 불편함, 거리감, 이해할 수 없음, 답답함, 슬픔, 안쓰러움, 편안함… 다양한 감정을 거치면서 나는 세대가 다른 여자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아갔다. 그들이 나의 어머니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어떤 역할도 지우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들이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버텨준 덕분에 한없이 인내하고 이해하는 어머니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한 여성에게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알았다.언니들과의 관계는 숨겨진 보물섬을 찾아가는 비밀지도를 만난 것과 같았다. 배움은 언니들에게서가 아니라 언니들과 나 사이에서 얻어졌다. 언니들과 만나고 있을 때보다 언니들과 만나지 않고 있을 때 더 많이 배웠다. 엄마와는 왜 이런 관계를 맺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던 것일까?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
  •  [문화와 삶]둘도 없는 것
    문화와 삶

    둘도 없는 것

    서울 관악구에 있는 작은 영화관 앞에 도착했다. 영화관 앞 카페에서 감독과 제작진을 만났다. 춥고 청명한 주말 오후, 카페 안은 만원이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살갑게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한 영화의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막 지방에서 올라온 차였다. 몇주간 기다리던 시간을 앞두고 조금 들떠 있었다. 이런저런 무대 경험이 있었지만, 감독과의 대화는 처음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거듭하여 보고, 질문을 적어둔 메모가 깜지를 이뤘다. 내가 말했다. “제가 좀 서툴더라도 잘 부탁드려요.” 그때 감독과 제작진 사이에 알 수 없는 눈빛 교환이 이뤄졌다. 모두가 나를 향해 수상할 만큼 환하게 웃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내가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그러니까, 오늘…” 감독이 시선을 테이블로 떨구며 말했다. “관객이 한 분입니다.” “한 분이요?” “네.” 나는 검지를 펴고 물었다. “온리 원?” 감독이 고개를 끄덕...
  •  [정동칼럼]민주당은 어쩌다 감세당이 되었나
    정동칼럼

    민주당은 어쩌다 감세당이 되었나

    10년 전인 2015년 초, 연말정산 파동이 일어났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근로소득세의 여러 소득공제를 손보아 역진성을 개선하는 세제개혁을 단행했다. 다자녀 또는 1인 가구에 세금이 늘어나는 일부 틈새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근로소득세의 오래된 문제였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주로 상위계층이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는 증세 개혁이었다. 그런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이 틈새를 부풀리며 증세 개편을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몰아갔다. 상대편의 정책은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진영논리가 낳은 대립 구도였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당이 ‘세금폭탄’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했고, ‘한겨레21’은 “고소득층이 ‘세금폭탄 논란’ 주도했다”며 세금폭탄론이 지닌 계층적 성격을 꼬집었다.연말정산 개혁처럼, 박근혜 정부는 보수정당이지만 증세를 추진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세수 부족에도 대응해야 했기에, 소득세 최고세율도 올리고 담뱃세도 대폭 인상했으며 과세행정...
  •  [임의진의 시골편지]약한 마음
    임의진의 시골편지

    약한 마음

    춘삼월에 드문 싸래기눈이 내리던 도쿄에 좀 있다가 왔다. 영상에 담아야 할 게 있어 하루는 지브리의 숲 미타카 골목에 있는 동경신학대 졸업식엘 물어물어 갔는데, 백년 전 대선배가 현해탄을 건너가 입학한 청산학원 신학교의 후신. 감리교 선교사가 세운 청산학원은, 시방은 ‘있는 사람’만 다니는 고급 사립학교가 되어 버렸고, 신학교는 시부야를 떠나 변두리에서 통폐합되었다. 일본말이라면 ‘구다사이’나 중얼대는 수준이라 찬송가는 허밍으로 흠흠 따라 불렀지.자전거를 탄 청소부 아저씨가 교정을 죽 달려가고, 체 게바라처럼 생긴 청년이 조용한 변두리에 오토바이로 굉음을 내지르며 달렸다.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캔커피 자판기가 있네. 어디서 봤더라. 아~ 맞다 맞아.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영화 한 장면. 공중화장실 청소부가 새벽 출근길 빼 먹던 그 캔커피. 차에선 카세트테이프로 옛날 깐날 올드 팝이 흐르고 말이다. 고단한 아시아 민중의 선하지...
  •  [겨를]아~파트 아파트
    겨를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어느 날 갑자기 여기저기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게 무슨 일인가?블랙핑크 로제가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아파트’(APT.)가 국내외 음악 차트를 강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K팝 열풍을 타고 전 세계인들이 “아~파트 아파트”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지금,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아파트가 아닌 집에 사는 사람. 한국의 주거정책은 다음 세 부류의 사람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 아파트를 사고 싶은 사람.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다.모두가 아파트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스스로 아파트를 떠난 사람들이 있으니, 나와 같은 공동체주택의 주민들이다. 나는 8년을 살았어도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아무도 없는 쓸쓸한 나의 아파트”를 견딜 수 없어 아파트를 떠났다. 그렇게 공...
  •  [경향의 눈]‘봄’이 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경향의 눈

    ‘봄’이 오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각본대로 흘러갈 것 같던 ‘탄핵심판 드라마’가 예상을 살짝 비켜갔다. 구치소에서 ‘대통령직 파면’ 통보를 받을 줄 알았던 윤석열이 풀려났다. 구속 기간 산정 문제로 석방됐을 뿐인데도 내란 우두머리는 개선장군인 양 득의양양했다. 웃음기 띤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간간이 주먹을 불끈 쥐거나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탄핵 반대 세력은 ‘왕의 귀환’이라며 반겼다. 윤석열은 석방 직후 낸 메시지를 통해 “불법을 바로잡아준 재판부 결단”에 감사하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다 고초를 겪는 분들의 석방을 기원한다”고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결딴낸 데 대한 사과는 없었다. 많은 시민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이 모습을 바라봤다.‘탄핵 드라마’의 얼개와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명료하다. 반전 요소가 중간중간 있을지언정 결국은 파면으로 결말 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자신의 통치 기반 강화를 위해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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