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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읽기]잠실 집회, 첫 시민의 순간
    [세상 읽기]잠실 집회, 첫 시민의 순간

    또 민주진영이 한창 2030 보수화를 탓하던 중이었다. 합리화와 책임 전가가 범벅된 지겨운 세대론 너머로, 그 담론으로 결코 이해되지 않는 당혹스러운 현상이 출현했다. 참정권과 재선거를 외치는 청년들이 불쑥 등장한 것이다. 물론 잠실 집회가 세대론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 청년 전체를 대변하지도, 청년만 참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뒤죽박죽이다. 합의된 거라곤 재선거 구호, 애국가, 태극기가 전부다. 극우에서 무당파까지 광범위한 시민이 뒤섞인 채 이름도 결속력도 갖지 못한 무정형의 집단이다.집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예단할 수 없으나, 분명한 건 그들 다수가 양당제가 민의를 대의하는 방식에서 비켜난 이들이라는 점이다. 개혁신당을 향한 싸늘함에서 보듯 양당만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진영논리에 갇힌 유튜브 채널이나 레거시 미디어 역시 그들이 분노를 모아내는 데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정치와 미디어가 의사를 조직하고 동원하는 방식으로는 잡히지 않는, 소문과 감정이 ...

    2026.06.08 19:58

  • [시론]선거가 지나간 자리
    [시론]선거가 지나간 자리

    선거가 지나간 자리는 황량하기만 하다. 전쟁의 황폐감과 축제가 끝난 허탈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표를 준 사람의 당락과 무관하게 유권자들은 지방정부들에 필요한 4년치의 지지를 미리 선불해버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라는 제도의 놀라움은 누구나 불만족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닌가 생각한다.미국의 정치학자 아담 셰보르스키는 이 점을 더욱 냉정하게 표현했다. 민주주의란 어떤 정당과 후보든 “선거에서 질 수 있는 체제”이며, 선거란 갈등을 제거하는 제도가 아니라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라고 말이다. 민주주의가 위대한 이유는 모두가 만족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패배한 사람들조차 다음 선거를 기다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의 패자가 내일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오늘의 승자 역시 언젠가는 심판받을 수 있다는 믿음에 있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가 남긴 첫 번째 교훈은 매우 상식적이다. 선거에서 당락을 결...

    2026.06.08 19:55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개항의 그늘 지켜낸 양버즘나무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개항의 그늘 지켜낸 양버즘나무

    도시의 가로수 가운데 흔하게 마주치는 나무는 양버즘나무다. 플라타너스로 더 많이 불리는 양버즘나무는 그늘을 넓게 펼칠 뿐 아니라 잎 표면의 미세한 솜털이 미세먼지와 매연, 공해 물질을 흡착해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도 뛰어나 가로수로는 더없이 좋다.세계 곳곳에서 이 나무를 가로수로 널리 심는 이유다. 기원전 4세기 무렵 그리스에서도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종류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로 도시 풍광에 제격이다.인천 송학동 ‘자유공원’ 언덕의 양버즘나무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심은 양버즘나무 가운데 한 그루다. 나무 높이 30.5m, 가슴높이 줄기둘레 4.7m에 이르는 이 나무는 2015년 보호수 지정 당시 국립산림과학원의 감정 결과, 1884년 무렵에 심은 것으로 추정됐다.인천 송학동 양버즘나무가 뿌리내리고 살아온 응봉산 자락은 개항장 제물포의 역사를 간직한 인문학적 공간이다. 1883년 개항 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풍광 좋은 언덕에 집...

    2026.06.08 19:55

  • [기자칼럼]오일장도 차별하는 ‘기본소득’
    [기자칼럼]오일장도 차별하는 ‘기본소득’

    ‘농어촌 기본소득, 면 주민 사용불가.’ 전남 곡성군 곡성읍 가게들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가맹점이지만 면 주민들은 읍내 가게에서 사용할 수 없다. 곡성 전체 인구 2만7643명 중 읍 주민은 8032명뿐. 대부분인 1만9611명은 10개 면에 산다.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은 그나마 읍을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가 유지되고 있다. 주요 관공서와 병원, 상점이 읍에 있다. 도시에서는 흔한 치킨 가게도 대부분 읍에만 있다. 곡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면 주민들은 기본소득을 받아도 읍내 병원과 약국, 학원, 영화관, 안경점을 제외한 가게에서는 쓸 수 없다. 가맹점의 경우 곡성읍에는 523개가 있지만 고달면은 17개, 목사동면은 16개뿐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펜션 등 숙박업소다.농촌에서 5일마다 열리는 ‘오일장’에서도 면 주민들은 소외된다. 장날에 맞춰 읍에서 열리는 오일장에 나가 필요한 물건을 사고 이웃들을 만나는 것은 주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2026.06.08 19:55

  • [하승우의 풀뿌리]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이후
    [하승우의 풀뿌리]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이후

    올해 1월부터 농어촌 기본소득을 매월 15만원씩 받고 있다. 우리집 가구 수가 3명이니 한 달에 45만원, 1년이면 540만원으로 적지 않은 액수이다. 덕분에 물가가 많이 뛰었는데도 가끔 배달음식도 먹고 로컬푸드 매장에서 식재료도 넉넉하게 산다. 처음에는 매월 다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잔액은 오래가지 않았다.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지역의 연구활동가들이 만든 연구팀에 참여하게 되어 2월부터 4월까지 지역화폐로 지출된 기본소득 내역을 살펴봤다. 3개월 동안 약 204억원이 지급되었는데, 총사용액은 약 177억원(86.9%)이었다. 읍과 상권이 형성된 면에서는 사용률이 높았지만, 상권이 없는 면 주민들의 사용률이 읍보다 13.4% 낮았다. 그래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쓸 수 있는 가맹점은 기존의 2510곳에서 146곳이 늘어나 2656곳이 됐다.주민들은 어디에 돈을 썼을까? 가장 많이 지출된 곳은 식품 업종으로 약 66억원(37.2%)이 사용되었고, 그다...

    2026.06.08 19:50

  • [생각그림]나의 건물
    [생각그림]나의 건물

    나의 건물을 만들어봅니다. 1층엔 예쁜 소품가게와 맛있는 빵집, 2층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예쁜 카페, 3층엔 작지만 실용적인 사무실들, 4층엔 전망 좋은 맛있는 식당, 옥탑과 지하는 나의 생활공간과 작업실.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나만의 건물을 만들어가며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로또에 당첨되어도 만들 수 없는 건물이지만, 혹시라도 잊어버리지 않게 작은 수첩을 찾아 끄적끄적 설계도를 그려봅니다.

    2026.06.08 19:48

  • [기고]기록의날…정의 위한 아카이브 역할 재조명 기대
    [기고]기록의날…정의 위한 아카이브 역할 재조명 기대

    6월9일은 기록의날이다. 2007년 국제아카이브협의회(ICA)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창립기념일을 ‘기록의날’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도 2019년 같은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올해 ICA가 선정한 주제는 “정의를 위한 아카이브-권리, 기억 그리고 미래”이다. 기록의날을 맞아 ICA가 제시한 주제를 되돌아보는 것은 우리 기록문화의 현주소를 다시 점검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권위주의 정부 시기 중요한 기록은 파기·은폐됐으며, 아카이브 본연의 기능 역시 크게 제한됐다. 파편화된 기록은 권리를 보호하는 데 미흡했으며, 증거로서의 기록 또한 부족했다. 요컨대 ‘기록이 없는 시대’라는 비판이 타당한 상황이었다. 2000년 ‘공공기록법’의 시행, 2005년 ‘국가기록관리 혁신 로드맵’을 통한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국가 기록관리 정책 수립, 2007년 ‘대통령기록관리법’ 제정과 대통령기록관 설립, 2018년 경상남도기록원...

    2026.06.08 19:48

  • [직설]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생존급
    [직설]특고 플랫폼 노동자의 생존급

    마트 앞을 지나는데 학습지 선생님이 아이에게 기념품을 쥐여줬다. 발달에 중요하다며 그림책도 보여준다. 아이가 작은 입을 벌리며 “이게 모야?”라고 묻는다. ‘공짜노동’이다. 학습지교사가 전단을 돌리는 일은 무급이다. 기념품도 교사가 구입한다. 교육, 회의, 상담, 채점 시간도 무급이다.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재능교육 수학 수업비용은 월 4만1000원. 교사는 회원모집 성과에 따라 월 1만4350원에서 월 2만2550원까지 20단계로 나뉜 수수료를 받는다.같은 처지의 라이더, 대리운전, 방문점검원 등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이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건당 최저임금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장에는 공짜노동 체험관을 만들어 도둑맞은 임금을 전시했다. 지나가던 시민이 ‘특고’는 뭐고 ‘공짜노동’은 뭐냐고 물었다. 술 취한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30분 동안 헤매도, 새로운 제품 교육을 받아도, 오토바이 출입이 금지된 아파트를 뛰어들어가도 모두 무...

    2026.06.08 19:48

  • [서영채의 인 / 문학 현장]민주주의와 종교, 미친 코끼리
    [서영채의 인 / 문학 현장]민주주의와 종교, 미친 코끼리

    민주주의 정치와 보편 종교가 상극인 것은, 비우려는 의지와 채우려는 열망이 상충하는 까닭이다. 담론의 문법 또한 상극이다 비타협적 신앙의 문법이 정치 영역으로 넘어오면 대화 불통의 독선이 된다. 전체주의는 모든 존재들을 이념과 신앙의 도구로 만든다 한국 기독교가 선을 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민주정치 영역에 난입한 신앙의 문법은, 시장을 난장판 만드는 미친 코끼리에 다름 아니다1.최고 권력의 자리를 비워놓고자 하는 의지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특성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클로드 르포르의 말이다. 왜 그러한가. 특정 인물이나 정당이 권력을 영속적으로 차지하면 독재와 전체주의가 출현한다. 전제군주제에서는 국가 권력이 개인의 소유물이 되고, 진리의 영원성이 국가 권력의 지배자가 되면 신정정치가 된다. 이들은 모두 민주주의의 반대항들이다. 권력을 영속화하려는 힘을 제어함으로써 성립하는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세력 간 알력과 적대를 동반한다. 그 불안...

    2026.06.08 19:46

  • [정동칼럼]부실선거가 빚은 참정권 훼손
    [정동칼럼]부실선거가 빚은 참정권 훼손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하지 못했다. 종이 부족 국가(그런 것이 있다면 말이다)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농담처럼 발생한 선거 부실은 처음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실수가 빚은 해프닝처럼 여겨졌으나 곧 이를 참정권 훼손 사안으로 규정하며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모이고 있다. 어이없기는 하나 이렇게까지 분노할 일인가(특히 ‘군인들이 국회를 점거하려고 시도했던 비상계엄 당시에는 무심했으면서!!’라고 비교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그러나 선거권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부정선거의 대표 격은 이승만 정권이 주도한 3·15 선거다. 이승만과 자유당의 장기집권을 위해 집권세력이 투표부터 개표까지 선거의 모든 과정을 조작해 이승만 자유당의 압도적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전형적인 관권·부정선거다. 국민주권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3·15의거와 4·19혁명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헌법은 1960년대부터 선거관리 사무를 대통령과 정부·여당으로부터 분리시켰...

    2026.06.07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