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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NGO 현장]84년과 12년, 기억의 시간
    [NGO 현장]84년과 12년, 기억의 시간

    지난달 ‘시사IN’에서는 84년 전 조선인 136명을 비롯해 183명의 노동자가 수몰된 조세이 해저 탄광의 유골 수습과 관련된 이야기가 보도됐다. 안타깝게도 유골 수습 작업에 자원해 참여한 민간 잠수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했던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은 ‘죽은 사람의 뼈를 가져오려다 살아 있는 사람을 죽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붕괴 가능성이 높았던 탄광을 운영하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비극에 대해 ‘기억하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고 직후, 사망한 잠수사의 유족과 동료들은 유골 수습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가오는 목요일(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대다수 대학과 지방정부는 애도를 이유로 각종 행사를 취소했다.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웃고 떠드는 자리를 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

    2026.04.12 20:05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생선구이는 멀리서 강하게
    [요리에 과학 한 스푼]생선구이는 멀리서 강하게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항상 불 조절이라고 말합니다. 요리의 품질을 결정하는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은 식재료에 전달되는 열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삶거나 튀기는 방식에 비해 굽는 요리는 제게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죠. 특히 생선구이가 그러한데요, 그래서 웬만하면 직접 조리하기보다는 전문 요리점을 찾는 편입니다.어느 날 맛있는 생선구이의 비결을 묻는 저에게 단골집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멀리서 강하게 구워야 해요.”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강하게 구울 거면 왜 굳이 멀리서?’요리에는 가급적 강한 열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식재료의 화학반응이 활발해지면서 맛과 향 성분들이 풍부하게 생성되죠. 그리고 식감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겉 부분은 수분의 빠른 배출과 단백질의 구조 변화로 바삭한 식감을 갖게 되고, 이것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내...

    2026.04.12 20:04

  • [김명희의 사회의학 클리닉]수입된 신념, 방치된 여성건강
    [김명희의 사회의학 클리닉]수입된 신념, 방치된 여성건강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놓았다. 벌써 7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7년이 흘러갈 줄은 몰랐다. 이제 임신중지 자체는 딱히 불법이 아니지만, 합법적 서비스를 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필수의료를 외치지만, 정작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임신중지 약물은 여전히 한국에서 구할 수 없고, 임신중지에 대한 진료표준이나 건강보험 수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절박한 여성들은 여전히 의학적,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음성적인 임신중지 서비스에 몸을 맡겨야 하는 것도, 시기를 놓쳐 태아 살해나 유기로 처벌을 받는 것도 여성들이다. 코모도왕도마뱀처럼 여성이 단성생식으로 임신에 이르렀다면 모를까,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임신중지를 합법화하고 정식 의료서비스로 제공하면 임신중지가 늘어날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미안하지만 임신중지는 금지한다고 줄어드는 게 아니라, ‘위험한’ 임신중지만 늘어날 뿐이다. 세...

    2026.04.12 20:03

  • [지금, 여기]착즙하는 항암 식단
    [지금, 여기]착즙하는 항암 식단

    ‘암 치유’라는 세계가 있다. 나는 암 진단과 동시에 이 광활한 세계에 떨어졌다. 겁먹은 내 머리 위로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음성이 들렸다. “암 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 음성은 곧 숯덩어리 형상의 버섯, 닭발곰탕, 슈퍼푸드를 찬양하는 노래가 되어 공중에 울려 퍼졌다. 나는 소심하게 반항했다. “저는 감염 위험도 크고 간도 약해져서 그런 걸 먹을 수 없어요.” 가사가 바뀌었다. 콩, 브로콜리, 토마토, 마늘… 나는 끝내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건 그냥 골고루 먹는 거잖아요!”고개를 들자 녹즙기와 약탕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이 보였다. 그것들은 맹렬하게 돌아가며 총천연색의 즙을 짜냈다. 나는 엉겁결에 빨간 주스가 담긴 유리컵을 받아 들었다. 사람들이 내 주위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비트와 당근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컵을 던지고 골목으로 도망치자, 비범한 풍모의 사람들이 길을 막고 마른 뿌리 조각을 내밀며 말했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다시 대로변으로 달려 나왔다. 곳...

    2026.04.12 20:01

  • [기고]세월호의 바다는 아직 안전하지 않다
    [기고]세월호의 바다는 아직 안전하지 않다

    4월의 바다는 여전히 차갑다. 전복이나 침몰이 발생하면 생존 가능 시간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구조의 성패는 단순한 출동 속도를 넘어, 정보가 모이고 판단이 내려지며 행동으로 이어지는 ‘체계의 시간’에 달려 있다.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도 여기에 있다. “또 참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 우리는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이 질문을 과거에만 묶어둘 수 없는 통계적 이유가 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24년 해양사고는 3255건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사망·실종자는 164명으로 전년 대비 74.5%나 급증했으며, 이 가운데 어선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만 119명에 달한다. 이는 2014년 이후 최대치다. 3~4월은 해빙기 사고와 산불 등 다양한 위험이 겹치는 시기다. 그러나 인명피해의 치명도를 고려하면 지금 가장 긴박하게 주목해야 할 곳은 바다다. 중요한 것은 ‘준비되어 있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준비가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2026.04.12 20:00

  • [아침을 열며]세월호 12주기
    [아침을 열며]세월호 12주기

    7년 전 이맘때 극장에서 영화 <생일>(2019)을 봤다. 2014년 4월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가족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엄마는 담담한 척하지만 단 한 순간도 아들을 잊지 못한 채 삶을 이어간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외국 감옥에 있던 아빠는 뒤늦게 무죄 판결을 받아 돌아왔지만, 예전의 가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아빠는 어찌할 줄 모르고 남은 가족 곁을 맴돌기만 한다.자세한 줄거리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정과 극장 밖으로 나설 때 눈에 들어온 풍경이 먼저 기억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지도 못할 정도로 가슴이 조여들었고, 밖에 나오니 주변의 모든 것이 바스락거리는 것처럼 메말라보였다.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얼마 전 <생일>을 다시 찾아봤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작 영화 한 편을 본 나도 이럴진대 그 참사를 온몸으로 겪은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여전히 가...

    2026.04.12 19:58

  • [시선]알바 ‘절도범’ 만드는 점주들
    [시선]알바 ‘절도범’ 만드는 점주들

    한 달 전 직장갑질119는 ‘알바 절도 누명 대응팀’을 꾸렸다. 직장갑질119에 도착한 한 편의점 직원의 e메일이 계기였다. 노동청에 임금 체불 진정을 했더니 점주가 절도로 고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폐기 음식물은 먹어도 된다고 해서 먹었는데, 점주는 CCTV를 뒤져 직원이 폐기 음식물을 먹는 장면을 찾아냈고, 그걸 증거로 절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취업준비를 하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한 청년은 한순간에 절도 누명을 뒤집어썼다. 이런 사연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응팀을 꾸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편의점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직원 대처법이 공유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직원에게 폐기 음식물을 먹어도 된다고 알릴 때, 말로 하고 메시지로는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직원이 노동법 위반으로 신고하면, 절도·횡령 맞고소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점주들에게는 CCTV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직원에게는 억울함을 풀 물증이 없으니, 직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고를 취하할 ...

    2026.04.12 19:57

  • [세계의 시, 시의 세계]축복의 시
    [세계의 시, 시의 세계]축복의 시

    누구도 눈물이나 비난쯤으로 깎아내리지 말기를.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신의 경이로운 아이러니, 그 오묘함에 대한나의 허심탄회한 심경을.신은 빛을 여읜 눈을이 책 도시의 주인으로 만들었다.여명마저 열정으로 굴복시키는 몰상식한 구절구절을내 눈은 꿈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낮은 무한한 장서를 헛되이눈에 선사하네.알렉산드리아에서 소멸한 필사본들처럼까다로운 책들을.(그리스 신화에서) 샘물과 정원 사이에서어느 왕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 갔네.높고도 깊은 눈먼 도서관 구석구석을나는 정처 없이 헤매네.(후반부 생략)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작가이자 도서관 사서였던 보르헤스는 1955년 아르헨티나의 국립도서관장이 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 무렵 안타깝게도 시력을 거의 상실했다. 신은 그에게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것이다. 사랑하는 책들을 가까이 두게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읽을 수 없게 된...

    2026.04.12 19:56

  • [정동칼럼]아동 형사처벌 확대, 나아갈 방향인가
    [정동칼럼]아동 형사처벌 확대, 나아갈 방향인가

    뭣이 중헌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가리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만든 영화 같다는 평을 보고 쓴웃음을 흘렸다. 과연 그렇다. 작고 무해하던 아기가 어느 순간 이해도 감당도 어려운 존재로 변해버린 경험을 부모라면 크든 작든 가질 것이다. 내 앞에 놓였던 아동학대 사건들 중 절반 이상은 자녀의 일탈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다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부모의 이야기였다. “판사님. 우리 애가요, 학교를 안 가요. 툭하면 가출하고 말도 안 들어요. 저는 처벌받든 상담받든 뭐든 다 할 테니까요, 우리 애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말을 들으면 막막해진다. 물론 아동학대 혐의로 내 앞에 선 부모의 말만 믿고 아이를 탓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기록 속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아이도, 부모도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 선명히 보였다.아이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막막함은 더 깊어진다.‘요즘 아이들’은 더 잔혹해졌다고 말하지만, 사...

    2026.04.12 19:53

  • [미디어세상]YTN 사태, 전횡 권력과 몰이해 자본의 산물
    [미디어세상]YTN 사태, 전횡 권력과 몰이해 자본의 산물

    뉴스채널 YTN의 대주주 유진그룹에 대한 종사자들의 저항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한전과 마사회의 YTN 지분 30%가량을 유진에 넘겨 최대주주로 만들면서 시작된 일이다. 재정 등에서 특별한 문제도 없는 상태였다. 모든 나라의 보수 정권은 일반적으로 공영언론에 불만이며, 걸핏하면 이를 없애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낙하산 사장’에 YTN 구성원들이 저항하자 사영화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엉뚱하게도 진보 성향 문재인 정부도 YTN 및 서울신문 사영화를 시도했다. 다만, 서울신문만 팔고 YTN은 내외부의 반발에 실행을 멈췄다. 문 정부는 매각이 “언론사 인사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공적 독립 구조를 만드는 노력도 없이 사영 자본에 쉽게 팔아버리려는 무책임한 판단이었다. 문 정부의 시도는 윤 정부의 디딤돌이 되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YTN 매각은 5명이 재적인 구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2026.04.12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