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예술과 오늘]어설픈 환경주의자의 하루
    예술과 오늘

    어설픈 환경주의자의 하루

    환경을 생각하는 척, 하는 일이 하나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종일 물컵으로 사용하는 일이다. 여러 번 사용하면 환경 호르몬이 검출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내 몸보다 소중한 것이 나와, 내 후손이 살아갈 지구 아니던가! 문제는 커피가 하루 한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상은 오전부터 서너 개의 커피컵으로 비좁다. 환경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 편하자고,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씻는 게 귀찮아서 그렇게 할 뿐이다. 어설픈 환경주의자는 앞으로도 어설프게 환경을 생각할 게 뻔하다.영화와 시리즈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지만, OTT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세상 온갖 문제에 앵글을 들이댄 각종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는 일이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작품은 2017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과 2018년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국제경쟁 관객상 등을 받은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이다. 바다는 늘 푸른색으로 그곳에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
  •  [이용균의 초속 11.2㎞]ML 최악의 팀이 ‘감독 논술시험’ 본 이유
    이용균의 초속 11.2㎞

    ML 최악의 팀이 ‘감독 논술시험’ 본 이유

    화이트삭스, 지난해 121패 후 야구 철학·소통 능력 등 평가 한국 이끌어갈 새 감독에게도‘팀 문화 구축’ 해법 들어봐야메이저리그 야구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애팀이다. 화이트삭스는 이만수 전 감독이 코치로 뛰었던 2005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지난해 화이트삭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악의 팀이었다. 시즌 개막부터 약체로 분류됐지만 해도해도 너무했다. 5월에 한 차례 14연패를 하더니, 7월부터 다시 시작된 연패는 무려 21연패까지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패는 뉴욕 메츠가 1962년 기록한 120패였고, 신기록을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구단 공식 SNS는 실성했다. 하도 많이 지니까 ‘졌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상대 팀이 우리보다 점수를 더 많이 냈다”고 썼고, “우리는 상대보다 점수를 덜 얻었다”고 썼다. 120패가 다가왔을 때는 더 이상 쓸 말이 없었는지 “MLB 앱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적었다...
  •  [오건영의 경제읽기]엔화 강세를 보는 시각
    오건영의 경제읽기

    엔화 강세를 보는 시각

    원·엔 환율이 100엔당 980원에 육박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지난해 8월의 엔화 환율을 훌쩍 넘어서는 강세를 나타냈다. 원·엔 환율 레벨뿐 아니라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바, 그 원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우선 대내적인 요인으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3%를 넘어서고 있고, 식품 가격까지 포함할 경우 4.0%에 달한다. 한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0%인 점을 보면 전년 대비 상승률은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의 나라 일본이 겪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심각한데, 물가 상승 중 상당히 큰 부분이 식품 가격, 특히 쌀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은 부자보다 서민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을 주곤 하는데, 특히 일본인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쌀 가격이 오르고 있기에 일본 통...
  •  [역사와 현실]‘똥개천’이 남긴 것
    역사와 현실

    ‘똥개천’이 남긴 것

    1984년 9월 한밤중, 아버지가 곤히 잠든 나와 형제들을 흔들어 깨웠다. 홍수가 났다며 얼른 옷 입고 대비하라고 하셨다. 며칠 동안 퍼부은 비에 동네 개천이 넘치면서 난리가 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이때 서울에는 298.4㎜의 비가 퍼부었다. 하루 최대 강우량으로는 1904년 기상대 창설 이후 최고 기록이었다. 한강 본류는 물론 지류까지 넘치면서 서울의 피해가 극심했다.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딱 이런 때 적합한 속담이리라. 졸린 눈을 비비며 나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사람 많은 곳에 섞여 있게 될 수 있는데, 마냥 편한 옷만 입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끝에 밝은 청 셔츠에 청바지를 골랐다. 여기에 헐벗은 발은 아니라고 생각해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고, 긴 머리카락은 묶을지 풀지를 고민하다 위 절반만 양 갈래로 나누어 핀을 꽂고 대기했다. 다음날 아침, 내 패션을 보신 아버지는 이런 물난리에 무슨 청바지, 무슨 양말이냐며 황당해하셨다.그 ...
  •  [전중환의 진화의 창]왜 부끄러움을 모를까? 진화론적 '윤석열 탐구'
    전중환의 진화의 창

    왜 부끄러움을 모를까? 진화론적 '윤석열 탐구'

    자기가 여전히 으뜸인 줄 아는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 같았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은 구치소 앞을 당당히 걸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입을 앙다문 채 미소 짓는 특유의 꾸러기 표정이었다. 그는 간간이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환호를 끌어냈다.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대혼란에 몰아넣고, 국격을 추락시킨 내란 수괴치고는 너무나 태연하고 뻔뻔했다. 윤 대통령은 왜 전혀 부끄러움이 없을까? 온 국민이 내란 사태로 엄청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입었음을 그는 정녕 알지 못하는 걸까?우리말에서 부끄러움은 적어도 두 가지 정서를 아우른다. 먼저 이들을 구별하자. 첫째, ‘쑥스러움(embarrassment)’이다. 내가 던진 아재 개그에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으면 나는 어색하고 쑥스럽다. 둘째, ‘수치심(shame)’이다. 내가 공개석상에서 무심코 내뱉은 욕설을 수많은 청중이 들었다면 나는 괴롭고 수치스럽다. 그러니 이 글은 부끄러움의 두 번째 용법, 수치심에 대한 ...
  •  [공감]목욕재계
    공감

    목욕재계

    최근 몇년간 내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좋은 것은 언니들과 가까워진 것이다. 감탄, 존경, 질투, 거부감, 즐거움, 애착, 두려움, 기대, 실망, 불편함, 거리감, 이해할 수 없음, 답답함, 슬픔, 안쓰러움, 편안함… 다양한 감정을 거치면서 나는 세대가 다른 여자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아갔다. 그들이 나의 어머니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어떤 역할도 지우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들이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버텨준 덕분에 한없이 인내하고 이해하는 어머니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한 여성에게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알았다.언니들과의 관계는 숨겨진 보물섬을 찾아가는 비밀지도를 만난 것과 같았다. 배움은 언니들에게서가 아니라 언니들과 나 사이에서 얻어졌다. 언니들과 만나고 있을 때보다 언니들과 만나지 않고 있을 때 더 많이 배웠다. 엄마와는 왜 이런 관계를 맺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던 것일까?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  [경제직필]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경제직필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최근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명목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세 부담의 증가, 현금급여와 국채의 실질가치 감소 등을 통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감소시킨다. 특히 근로소득자의 경우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률을 100% 반영해 실질임금이 유지되더라도 명목임금은 높아진 소득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조세 부담이 증가한다.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인당 평균급여와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1.9배와 1.5배 늘었지만, 근로소득세는 6.1배 증가했다.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초과누진세를 적용하는 소득세율체계에서 근로소득자가 전보다 높은 과표구간의 세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명목임금이 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했다.정부가 세법을 개정하...
  •  [김월회의 아로새김]처참해진 말의 질서
    김월회의 아로새김

    처참해진 말의 질서

    말의 질서가 갈수록 처참해지고 있다. 위헌 계엄을 발동하고는 계몽령을 내렸다고 천연덕스레 말함으로써 계몽이란 말을 우롱했다. 내란 조장과 폭력 선동을 국민저항권 행사라고 호도함으로써 국민저항권이란 말을 더럽혔다.당장의 현상만이 아니다.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측이 집권할 때에는 정의니 법치 같은 말이 호되게 모욕당했다. 사뭇 정의롭지 못하고 탈법에 불법을 일삼은 자들이 오히려 국민을 향해 법치를 요구하고 정의를 부르댔기 때문이다. 때로는 법치나 정의 같은 말은 사회적 루저나 되뇌는 것이라 하며 법치와 정의란 말을 대놓고 모독했다.일반적으로 보수는 말의 가치와 권위, 질서를 지키는 쪽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를 자처하는 언론과 정치인, 목사, 교수 등이 적극적으로 말의 가치를 희롱하고 권위를 허물며 질서를 유린한다. 보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보수라고 자처하는 꼴인데, 그들은 왜 그렇게 집요하게 말을 처참하게 만들까?말에는 통합의 힘과 ...
  •  [시론]누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모함하나
    시론

    누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모함하나

    필자는 올해로 20년째 판사로 근무 중이다. 현존 판사 모임 중 가장 유명한 두 개인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법)에 모두 가입돼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인권법이 우리법연구회(우리법)의 후신으로 지목되어 탄핵 절차에 대한 공격에 동원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① 인권법 회원이 ‘재판이 곧 정치’라고 하거나 야당에 유리한 판결을 한 사례에 비추어 인권법 회원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② 이로써 다수 국민이 인권법을 정치결사체로 생각하게 됐으니 인권법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다. ③ 공수처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탄핵소추단에 우리법·인권법 출신이 포함됐으므로 탄핵심판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그렇다면 인권법은 염불(국제인권법 연구)보다 잿밥(정치)에 맘을 둔 정치집단인가? 판사의 명예를 걸고 단언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2006년에 가입한 이래 자부심을 간직해온 민판연과 비교해서 말한다. 민판연은 폐쇄성과 엘리트적 성격 탓에 ‘사법부 하나회’로 의심받거...
  •  [기고]구속기간 계산 방식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타당한가
    기고

    구속기간 계산 방식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타당한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석방됐다. 법원은 검찰이 구속기간을 초과한 상태에서 공소를 제기한 잘못이 있다며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정치적 영향을 놓고 논의하고 있지만, 필자는 법원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구속기간 계산 방식의 타당성에만 집중해 논의하고자 한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7항은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10일의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법원은 이를 “영장 서류가 실제 법원에 있었던 시간”으로 제한해서 해석했다. 예를 들어, 검사가 1일 오후 4시에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내고, 법원이 2일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후 3일 오전 3시에 서류를 반환한 경우를 보자. 기존 실무에서는 서류 접수일을 포함하여 총 3일(필자의 계산에 따르면 2일)을 구속기간에 더해주었지만, 법원은 실제 법원에 있었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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