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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란 맘다니는 ‘교과서’대로 했다 [김민아 칼럼]
    조란 맘다니는 ‘교과서’대로 했다 [김민아 칼럼]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 34세, 우간다 출생, 인도계, 무슬림, 민주적 사회주의자. 처음엔 프로필에 눈길이 갔다. 점차 시선이 이동했다. 선거전략과 전술 쪽으로. 전략은 교과서적이되 전술은 현대적이었다. 공약은 급진적이되, 태도는 온건했다. 대의(代議)민주주의는 문자 그대로 ‘국민을 대리(대표)할’ 사람을 뽑아 현안을 ‘의논’하게 하는 제도다. 정당과 출마자는 누구를 대표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대표하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당선 가능성은 높아진다. 맘다니 프로필만 보면 유권자층이 협소했을 것 같다. 물론 그랬다면 낙선했을 거다.맘다니는 ‘독특한’ 프로필이 아닌 ‘보편적’ 정책공약에 주목하도록 유권자를 이끌었다. ‘Affordable New York(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뉴욕)’ 구호 아래 ‘Rent Freeze(임대료 동결)’ ‘Free Buses(시내버스 무료화)’ ‘Free childcare(무상 보육)’ 를 외...

    2025.11.11 06:00

  • [세상 읽기]21세기 복지자본주의, 금융과 복지의 결합
    [세상 읽기]21세기 복지자본주의, 금융과 복지의 결합

    주식, 코인과 같은 투자에 온통 사람들의 마음이 쏠려 있다. 국정과제는 물론이고 간간이 나오는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 정부 정책에서도 금융시장과 투자가 갖는 위상이 다른 어느 것보다 높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시장에 미래가 있다고 여기고 ‘다 이루어질지니’ 하는 기대로 들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끊임없이 팽창해야 굴러갈 수 있는 자본주의 속성상, 의도적으로 거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새로운 위기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나아가 금융 부문의 주도권이 뚜렷해질수록 자산 소유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격차는 더욱 커져, 새로운 차원의 불평등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노동소득을 아끼거나 빚을 내 투자하는 개미들을 자산 소유자라 말하기는 어렵다. 무산자에 가까운 이들은 그 격차를 예감하고 자산 소유자에 편입되기 위해 부지런히 애쓰는 것일 터이다. 세대를 불문한 투자 열풍에 한국 사회에서는 10~20대부터 노동자가 ...

    2025.11.10 21:11

  • [정동칼럼]어느 법무부 장관의 뒷모습
    [정동칼럼]어느 법무부 장관의 뒷모습

    1981년부터 1986년까지 프랑스의 법무장관을 지낸 로베르 바댕테르가 10월9일 파리에 있는 판테온에 안장되었다. 그의 안장식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 정계의 전현직 주요 인사가 모두 참석한 국가적 행사로 엄수되고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되었다.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댕테르는 프랑스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교도소 인질 사건을 벌인 피고인을 변호했는데, 최선을 다한 변호에도 불구하고 그 의뢰인은 1972년 사형이 확정되어 집행되었다. 이 사건의 경험으로 인해 그는 사형 위기에 처한 피고인을 변호하는 일과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앞장서게 되었다.프랑스혁명 이후 공포정치를 상징하는 사형 집행 도구인 단두대, 프랑스어로 ‘기요틴’이 프랑스혁명 당시 혹은 20세기 이전에나 쓰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단두대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놀랍게도 1977년 9월10일이다.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

    2025.11.10 21:10

  • [기자칼럼]기후정부 첫 ‘공론화’가 남긴 것
    [기자칼럼]기후정부 첫 ‘공론화’가 남긴 것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53~61%’로 결정됐다. 유엔이 정한 제출 권고 기한을 훌쩍 넘겨 내놓은 숫자다. 하한선인 53%가 2035 NDC 달성 여부를 가를 기준이 됐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부족한 수치라는 평가가 많지만 ‘50%대’ 적정성 논쟁은 잠시 접어두자.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기대는 목표치 상향에만 있지 않았다. 목표를 정하는 ‘과정’에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2030 NDC(2018년 대비 40% 감축)를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했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공개 토론을 통해 다양한 기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약속했다.지난 9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8%, 53%, 61%, 65% 등 4개 감축안을 공론장에 내놓고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기후부는 지난 6일 2가지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산업계, 국제사회,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제안된 복수의 감축 목표 수준을 놓고 분야별로 폭넓은 의견수렴...

    2025.11.10 21:07

  • [이선의 인물과 식물]에디트 피아프와 장미

    “이제는 아무도 팝이나 로큰롤, 재즈를 듣지 않는다. 세계인이 지금 뭘 듣는지 아는가? 모두 K팝을 듣는다.” 얼마 전 한국에 왔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K팝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그 지평을 넓혀 애니메이션까지 번져나갔다. 시대별 음악 장르와 열풍은 다양하게 변모한다. 이전엔 유럽과 미국의 팝 음악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60년 이상 구대륙과 신대륙에서 주도하던 팝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다니. 과거를 회상하면 격세지감이다.유럽의 대중음악은 한때 샹송과 칸초네로 대표되었는데, 샹송의 전설은 단연 에디트 피아프였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국민가수로 손꼽힌다. 자그마한 몸으로 노래 부르는 그를 참새에 비유해 ‘피아프’라고 부르던 것이 예명이 되었다. 서커스 단원 아버지와 거리의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삶을 살았다.처절하고 굴곡진 경험이 노래와 창법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드라마틱한 삶을 풍부한 표현력...

    2025.11.10 21:07

  • [생각그림]곁눈질
    [생각그림]곁눈질

    새로운 곳에 가면 이쪽저쪽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게 맞는 건지, 이게 틀린 건지? 이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 이리저리 곁눈질로 다른 사람들을 보며, 천천히 움직이며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해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틀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들과 비슷하게 맞춰가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건지? 언제나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기는 힘이 듭니다.

    2025.11.10 20:32

  • [기고]농어촌 기본소득 정책 성공의 필요조건
    [기고]농어촌 기본소득 정책 성공의 필요조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이 내년부터 실시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공모 결과 49개 군이 신청했고, 이 중 연천·정선·청양·순창·신안·영양·남해 등 7곳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이들 군에선 내년부터 2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이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소멸 위험이 큰 농어촌 지역을 지켜온 주민의 공익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자 소비지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인구감소율은 전국 평균 5배, 고령화율은 전국 평균 2배인 인구감소지역 주민 2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당 평균 586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시범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시범사업 성과에 따라 2028년 본사업 시행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은 ‘왜 필요한가?’라는 문제 제기 단계를 넘어서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의 과제에 직면하게 ...

    2025.11.10 20:31

  • [직설]여기에 빅풋이 있다면
    [직설]여기에 빅풋이 있다면

    유니콘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뿔 달린 말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코뿔소는 분명히 현실에 존재한다. 비록 코뿔소는 유니콘이 아니지만, 이런 사례는 ‘환상의 생물’과 실재하는 생물 사이의 경계가 약간은 불명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 고대 판타지 소설 <봉신연의>에 상서로운 영수(靈獸)로 등장하는 사불상은 환상의 생물인 동시에 실존하는 종이다. 현실의 사불상도 당나귀의 몸통, 말의 머리, 소의 발굽, 사슴의 뿔을 갖추었지만 넷 다 아닌 모습(四不像)이다. 사불상의 이름에는 신화와 사실이 혼재되어 있다.반면 호주에 서식하는 오리너구리는 꽤 오랫동안 날조한 거짓말 취급을 받았다. 오리 같은 부리, 비버의 두툼한 꼬리, 물갈퀴가 달린 수달의 발을 지닌 오리너구리의 모습은 당시 영국 과학자들의 지식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현대과학으로도 오리너구리는 심히 독특한 생물이다. 이들은 조류처럼 알을 낳지만 포유류답게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오래된 유...

    2025.11.10 20:30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인스턴트 문화와 종교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인스턴트 문화와 종교

    종교는 오랜 세월 동안 인류에게 그 어떤 철학보다도 더 중요한 존재였고, 평안과 행복을 제공해주었다. 질병과 죽음과 자연이 초래하는 공포와 고통을 덜어주고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도록 도와주었다. 사람들은 종교를 통하여 마음을 순화하고 선량한 삶을 살도록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종교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비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다. 갈 데 없는 고아들을 구제해주고 사회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또한 장애인들은 종교라는 언덕에 기대어 위안을 얻었다.종교의 가르침과 인스턴트 문화물론 일부 종교 지도자들의 탐욕과 부패, 그리고 잘못된 믿음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과 좌절을 겪기도 하였다. 종교 특유의 배타성으로 인하여 갈등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참혹한 전쟁과 학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량 학살과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학살 등은 무지한 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비극일 뿐 종교...

    2025.11.10 20:29

  • [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기억하라 1995
    [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기억하라 1995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5년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는지? 내게 그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산업 현장 혹은 일상적 삶의 과정에서의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 특히 생명마저 잃는 비극에 대한 ‘의도적 용인’이 다시금 이루어진 시간이다.1995년 4월28일, 101명의 사람들이 느닷없이 생명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5년 6월29일에는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터졌다. 앞의 사건은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이고, 뒤의 사건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다.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의 사망자 중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43명은 어린 중학생들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인명피해 규모는 당시 기준으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였으며, 전쟁과 테러를 제외하면 단일면적(4154평) 대비 세계 최대였다고 한다.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는 지하철 공사장에 인접한 백화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시공사 측이 도시가스 배관을 사전에 확인하...

    2025.11.10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