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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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6
  • [세상 읽기]지금 절실한 건, 불평등과 제대로 싸우는 법
    [세상 읽기]지금 절실한 건, 불평등과 제대로 싸우는 법

    포르투갈의 총리 살라자르는 1932년부터 1968년 쓰러지기 전까지 무려 36년간 독재를 했다. 1930년대 전 세계를 휩쓴 대공황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인기를 얻은 후, 폐쇄적인 권위주의에 기반해 입맛에 맞게 대통령을 갈아치우고 의회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 폄하하며 독재자의 길을 걸었다. 대통령 직선제는 간선제로 바꿨다. 그는 수많은 이들을 잡아 가두고 추방하고 비밀경찰을 동원해 감시하며 민주주의를 말살했다. 독재자는 우민화 정책과 함께 고집스럽게 잘못된 방향의 사회경제 정책을 고수했고, 나중에는 기술관료와 소수 엘리트가 그를 둘러싸고 인의 장막을 친 채 포르투갈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갔다. 그 결과 포르투갈은 식민지에 집착하고 산업 발전에는 한참 뒤처지게 됐다.지난해 계엄의 밤에 시민들이 막아낸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하고자 꺼낸 이야기다. 살라자르와 마찬가지로 의회 따위는 불편하기 짝이 없어하며, 어쩌면 독재자를 꿈꾸었던 그가 계엄에 성...

    2025.04.21 20:20

  • [양권모 칼럼]망상의 끝판, ‘윤 어게인’
    [양권모 칼럼]망상의 끝판, ‘윤 어게인’

    소위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소동을 보면, 윤석열은 정말 ‘어게인’을 망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할 당시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운 그의 ‘애국시민들’이 맹렬히 외쳐댄 게 ‘윤 어게인’이었다. 자아도취에 빠진 그는 분명 그에 고무되었을 게다. 그랬으니 “이기고 돌아왔다”고 애잔한 정신승리를 토로했을 터이고,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호기를 부렸을 것이다.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무슨 수로 ‘새길’을 찾겠느냐고 얕보면 위험하다. 부부의 안위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이다. 진짜 ‘어게인’은 턱도 없지만, 그 망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극우 세력을 선동하여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게다가 ‘탄핵 반대’로 뭉쳤던 검찰·관료·언론·법원·학계 내 수구(守舊) 카르텔이 건재하다.그들의 스크럼을 보여주는 계기적 사건 두 가지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나흘 만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석열 ...

    2025.04.21 20:16

  • [기자칼럼]콜드플레이와 생수병
    [기자칼럼]콜드플레이와 생수병

    2005년 영국 런던 캠던의 어느 작은 공연장이었다. 사실 공연장이 컸는지 작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도 생생한 건 심장까지 울리던 노랫소리, 그리고 머리 위로 떠다니던 큰 노란색 공이었다. 당시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발돋움한 콜드플레이가 기습 공연을 연 현장이었다. 무려 20년 전 일을 떠올린 건 그들이 한국을 8년 만에 다시 찾은 것뿐 아니라 이 ‘월클’ 밴드의 남다른 행보 때문이다.지난 16일부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의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한국 공연을 하루 앞두고 고지된 안내문에 관객들은 술렁였다. 공연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한 금속·유리 재질 물병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연장에는 실리콘과 플라스틱 다회용 물병만 반입이 가능했다. 대신 주최 측은 곳곳에 음수대를 설치하고 멸균팩에 든 물을 판매했다. 불만 섞인 반응도 나왔지만 공연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

    2025.04.21 20:16

  • [이선의 인물과 식물]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벚꽃

    ‘꽃은 벚꽃, 사람은 무사’는 일본인들 사이에 흔히 하는 말이다. 꽃 중 최고는 벚꽃이고, 벚꽃이 지듯 죽음을 맞이하는 무사가 아름답다는 말이다.일본인들은 원래 매화를 좋아했다. 매화는 당나라에 파견된 사절단에 의해 일본에 도입됐다. 선망의 대상이던 중국의 꽃이라 귀족들은 모두 매화를 사랑했다. 그러다 무사가 등장하던 가마쿠라 시대부터 벚꽃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삶과 죽음이 항시 공존하던 무사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벚꽃에서 찾았다. 그들은 낙화의 무상함을 자신들의 삶에 투영하면서 벚꽃을 사랑했다.벚꽃을 사랑한 대표적 인물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4년, 도요토미는 나라현의 요시노산에서 다이묘(영주) 수천명을 모아 놓고 ‘요시노 벚꽃놀이’를 성대하게 거행했다. 요시노산은 벚꽃 명소로 유명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한 그는 임진왜란에 참전한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 주기 위해 행사를 열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산속에서 그는 인생의 무상함보다...

    2025.04.21 20:16

  •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학문?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학문?

    얼마 전에 출간한 책에서 “수학은 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이다”라는 말을 썼다. 어떤 분이 이 책에 대한 리뷰를 SNS에 올렸는데, 이 책 내용이 아주 좋지만 흠이 한 가지 있다며 내가 쓴 이 말을 지적했다. 인문학과 철학의 역사를 너무 무시한 것 같다고 한다. ‘이 말’은 과연 좀 지나친 말일까?내가 한 이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오래된 학문들도 많은데 오직 수학만이 오래된 것처럼 말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느낀다. 실은 나는 약 30년간 수학사 강의를 해 오면서 강의 첫 시간에 반드시 이 말을 강조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 말에 대한 사람들 반응의 예를 들자면 “철학도 수천년간 발전해 왔다” “건축학, 천문학 등도 오래된 학문이 아니냐” “다른 학문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는 “수학은 수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에 발전한 것이지만 물리학은 그 이전부터...

    2025.04.21 20:14

  • [직설]‘빨갱이’ ‘짱깨’ ‘페미’ 연상 퀴즈
    [직설]‘빨갱이’ ‘짱깨’ ‘페미’ 연상 퀴즈

    연상 퀴즈에서 정답을 빨리 맞히려면 당연히 출제자와 생각이 비슷해야 유리하다. 사과는 빨갛지. 바나나는 노랗고, 이를 다룬 노래 가사에서 다음에 오는 것은 기차다. ‘길다’라는 단어에 대해 연상해야 하는 정답은 ‘기차’로 좁혀진다. 연상 작용은 필연적인 인과관계나 합리적 근거로 움직이지 않는다. 머릿속의 단어 지도를 문제와 얼마나 유사하게 형성하고 있는지 혹은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용례를 얼마나 공유하는지가 중요하다. ‘중국’이라는 단어에 바로 ‘짱깨’라는 말을 떠올린다든가, ‘여성’이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페미’라고 반응한다든가.‘빨갱이’도 한국 사회에서 자라나면서 거듭 접할 수밖에 없었던 연상 퀴즈였다. 나는 사실 이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파르티잔’을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당원이나 동지 등을 뜻하던 단어가 나중에 비정규 전투원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한국어에서는 ‘빨치산’으로 변했다. ‘룸펜’은 ‘놈팽이’가 되었고, 붉은색을 사용하는 공산주의자는 반공의 이름 아래 ‘빨갱이...

    2025.04.21 20:14

  • [생각그림]봄구경
    [생각그림]봄구경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눈과 우박이 쏟아졌었는데 갑자기 여름이 되어 버렸습니다. 날짜 계산을 잘못한 봄꽃들이 바쁘게 피어났습니다. 거리에는 하얀 벚꽃비가 쏟아지고, 라일락 향기와 사람들의 미소가 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짧은 봄꽃을 구경하려 모여들었지만, 겨울과 여름이 교차하는 날씨에 꽃들처럼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의 옷차림도 패딩부터 반팔 반바지까지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봄은 왔지만, 봄을 느낄 시간도 없이 강한 겨울과 여름이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짧아진 봄을 아쉬워하며 눈코입 가득 봄을 채우고, 내년 봄을 기약해 봅니다.

    2025.04.21 20:14

  • [기고]당신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누군가에겐 ‘생의 끈’
    [기고]당신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누군가에겐 ‘생의 끈’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고대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의 곁에 선 노예가 이 말을 속삭였다고 한다.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가장 화려한 순간에조차 인간은 유한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경고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죽음의 상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삶을, 오늘의 생을 더 진지하게 살아내라는 다짐에 가깝다.삶은 누구에게나 벅차고 고단하다. 어떤 이에게는 하루를 버티는 일조차 전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자살은 결코 고통의 해결책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사라지게 만드는 비극이며, 그 과정에서 가능성까지 지워버린다. 살아 있음은 여전히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죽음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되, 그것이 삶의 가치를 드러내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욱 충실히 살아내야 한다. 자연이 허락한 그날까지, 기꺼이, 때...

    2025.04.21 20:14

  • [이범의 불편한 진실]사교육을 인수분해 해보니
    [이범의 불편한 진실]사교육을 인수분해 해보니

    사교육 없이는수업을 따라가기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경쟁적 사교육 이외에보완적 사교육 수요가적지 않다는 뜻이다대입제도를 통해사교육을 억제하는 것은어느 정도 가능하지만한국처럼경쟁 압력이 심한 상황서수능을 축소하거나 없애고내신 위주로 선발한다고 해서사교육이 줄어들지는미지수다불평등, 경쟁, 사교육은 연관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불평등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처럼 대학교육을 상향 평준화시키려는 정책에 대해 냉소적인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이들의 관심이 ‘경쟁’이 아니라 ‘불평등’이기 때문이다. 정량적 연구에 의하면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계층 간 이동이 원활한 편이고,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은 줄곧 감소하고 있다. 통념과 다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그래서 이들은 왜 이렇게 격렬한 교육 경쟁이 일어나는지를 다소 엉뚱하게 설명...

    2025.04.21 20:09

  • [미디어세상]선거 , 공정보도를 넘어
    [미디어세상]선거 , 공정보도를 넘어

    우리 사회는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유난하다. 공정성은 경쟁을 전제로 한 가치이다. 선거 시기에 언론의 공정성은 더욱 중요하다. 공직선거법에서도 공정보도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선거는 누가, 어느 정치세력이 국민의 위임을 받을지 그리고 어떠한 정책과 대안들을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이다.경쟁적 속성에 편승한 선거보도가 경마식 보도다. 토머스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CBS는 바이든의 74%, 트럼프의 35%, 폭스뉴스는 바이든의 51%, 트럼프의 28%가 경마식 관련 보도였다고 한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보도를 더 수월하게 해준다. 누가 이기느냐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호기심이기도 하다. 선거를 경쟁적으로만 접근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행태가 네거티브 보도이다. 언론은 던져주는 재료를 덥석 받아 불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확인조차 잘 안된 것일지라도 자극적인 표현으로 불신과 혐오를 부추긴다...

    2025.04.2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