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조용히 파문을 만들고 있다. 보고 감동한 이들이 대관해 상영회를 열 만큼 가슴을 흔드는 힘이 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고, 진료실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덤이었다.주인공 주인이는 부산스럽고 쾌활한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친구와 잘 어울리고, 공부보다 태권도를 좋아하고, 진로 상담을 할 때 선생님과 농담을 하는 사회성 좋은 아이다. 그런데 아동 성폭행범이 출소 후 동네로 오는 걸 반대하는 서명을 받으려는 친구와 다투면서 숨겨온 사실이 드러난다. 그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긴 오래전 사건이 있었다. 주인이뿐 아니라 가족의 행동도 모두 그 사건과 관련이 있다.주인이가 쾌활하고 밝지만 진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몸을 쓰는 운동에 몰두하는 것, 엄마가 조용히 술을 마시고 약을 먹어야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아빠가 멀리 시골에서 자연인으로 사는 것, 동생이 마술을 익히는 데 몰두하는 것도 모두 그 사건을 다루는 각자의...
2025.11.04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