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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의 별잇기 예술여행]첩자가 보내온 미술계의 빛과 어둠
    [김경의 별잇기 예술여행]첩자가 보내온 미술계의 빛과 어둠

    최근에 미술책 하나를 샀다.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인데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책이라 아예 옆에 두고 싶어서 구입했다. 제목은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작가 비앙카 보스커가 뉴욕 현대 미술계 이곳저곳에 잠입 취업해 마치 스파이처럼 활동하며 쓴 예술 에세이다.스파이에게는 완수해야만 하는 임무라는 게 있다. 비앙카가 ‘환영받지 못할 첩자’ 신분으로 스스로를 미술계의 밑바닥에 밀어넣으며 부여한 임무는 바로 “도대체 예술이 뭐길래 삶의 벼랑 끝에서도 인간이 그것으로 희망의 빛을 구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오는 것이었다.그 임무에 영감을 준 이는 그녀의 할머니였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던 할머니는 화가는 아니었지만 난민수용소에서도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자로 빠듯한 삶을 살면서도 미술을 사치스러운 취미가 아닌 ‘삶의 일부’로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은퇴 후 여든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직접 붓을 들고 그림 그리는 삶을 시...

    2026.06.04 19:54

  • 17세 이채원의 꿈과 삶을 기억할 것 [플랫]
    17세 이채원의 꿈과 삶을 기억할 것 [플랫]

    〈※이 기사는 2026년 6월 3일자 경향신문 ‘[여적]17세 이채원’을 재가공하였습니다.〉2019년 9월11일. 충남 아산 온양중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 숨졌다. 동생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이는 달려오던 SUV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찰과상만 입은 동생은 “엄마, 형이 나 밀어서 다쳤어”라고 했다. 부모는 아이의 실명(김민식)을 공개하며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 통과를 촉구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나섰다. 아이의 이름은 법이 되었다. 2020년 3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5조의13)이 시행됐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3세 미만 어린이 사망·상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2023년 8월3일. 경기 성남 서현역 근처에서 20세 여성이 차량에 치였다. 흉기 난동범이 몰고 인도로 돌진한 차였다. 피해자는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유족은 피해자 김혜빈씨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더 이상 ...

    2026.06.04 14:31

  • [문화와 삶]쉬었음 청년은 쉬지 않는다
    [문화와 삶]쉬었음 청년은 쉬지 않는다

    연구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할 때 종종 난감한 순간이 있다. 보통 참여자의 기준을 정해두고 그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섭외하게 되는데,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면 아예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다. 얼마 전 진행한 그룹 인터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분명 시작 전에 받은 내용에는 취업 경험이 없으며, 구직활동이나 수입을 위한 업무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청년들의 명단이 있었는데,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몇몇 참여자들은 취업을 한 적이 있거나, 현재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있거나, 느슨하지만 구직활동을 하고 있었다.객관식 설문조사에 응답할 때 개인 간 범주 해석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개인 소득이 발생하고 있거나, 회사에 취업한 적이 있어도 응답자 기준에서 그것이 ‘취업’으로 여겨지지 않으면 취업한 적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다. 구직활동 여부 혹은 취업준비 여부에 관한 기준도 다소 모호하다. 채용공고를 이따금씩 검색해보는 정도로는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기...

    2026.06.03 23:48

  • [정동칼럼]삼전닉스 성과급 논란을 보며
    [정동칼럼]삼전닉스 성과급 논란을 보며

    전쟁에서의 승리보다 논공행상이 더 어려움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는 많다. ‘중진국 함정’과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 역시 누가 얼마나 가질 것인가에 대한 시스템 오류와 관련된다. 공과가 어떻게 평가되고 누구에게 귀착되는가는 시스템 운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금 세상은 거칠고 위험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전쟁과 위협이 대화와 외교를 대신하고, 상호의존이 취약성으로 인식된다. 중소국가에 활동공간을 열어주던 ‘규범에 의한 국제질서’는 힘의 논리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러·우 전쟁은 5년째 이어지고, 중동의 불안도 높다. 미·중 전략경쟁은 무역과 기술, 금융과 군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이 평화를 보장해준다는 기대는 과거형이 되었다. 막혀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보면서 믈라카 해협과 대만 해협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이런 시대에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더 절실하다. 군사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위기의 순간에는 재정 여력과 외환보유...

    2026.06.03 23:48

  • [경향의 눈]동맹과 멀어지는 트럼프
    [경향의 눈]동맹과 멀어지는 트럼프

    지난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무역전쟁 휴전’을 연장하는 현상 유지 수준에서 끝났다. 국제 정치와 경제의 향배가 달린 ‘세기의 담판’이 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눈길을 끈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비되는 태도였다. 트럼프는 공손했고 시진핑은 대담했다.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 시진핑이 트럼프 면전에서 이런 질문을 하리란 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대답하지 못한 트럼프였다. 오히려 대만 무기 판매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고 했다. 대만은 졸지에 미국의 방어 대상이 아니라 거래 품목이 됐다.대만을 이렇게 취급하는 미국에 동맹·우방국들은 당혹스러웠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헤그세스는 “미국 방위 전략의 네 기둥 중 하나가 인도·태...

    2026.06.03 22:53

  • [임의진의 시골편지]먹방 순례자
    [임의진의 시골편지]먹방 순례자

    베드로 신부님은 배들어 신부님. 자글자글 삼겹살을 굽고, 그 기름으로 김치볶음밥도 만들어 먹고, 그랬더니 아랫배가 위로 들려졌어. 그래봤자 존잘남 외모 출중이라 미울 만큼은 아냐. 만나면 항상 유익하고 긍정적인 말씀뿐. “재밌는 영상을 찾아보면 밤새는 줄 모르겠습디다. 사투리 동영상들이 제일 재밌더구만요.” 나더러 그런 일을 해보란다. 아이고~ 가만히 살랍니다잉.인간격언집 존잘남 베드로 신부님을 뵙고, 하루는 방울을 단 고양이랑 사는 애묘인 스님을 만났지. 아랫동네엔 그냥 밍밍하고 허술한 양옥집인데 공부를 제대로 한 스님이 수행처를 삼고 지내셔. 스님은 전화기로 상담일을 보시덩만. 신자들과 말동무도 되어주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에 법어가 담뿍. 고양이가 심심해할 정도로 전화삼매경. “요샌 전화 통화로도 얼마나 의지가 되는 분들이 많은데요. 종종 전화해서 안부라도 물어주는 지인이 있음이 큰 위로가 된대요.” 틀린 말씀 하나 없다.얼음 둥둥 열무김치국수를 올해 처음으...

    2026.06.03 22:50

  • [겨를]병목을 만드는 리더들
    [겨를]병목을 만드는 리더들

    “제가 병목이 되지 않도록, 빠르게 결정하고 빠짐없이 논의드리겠습니다”라고 구성원들에게 말했던 것이, 막 팀을 맡게 된 내가 한 첫 다짐이었다. 비판을 무릅써가며 뭐든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성격도 아니고, 포근하게 이야기 다 들어주는 집중력도 안 되니, 일이라도 빈틈없이 속도감 있게 잘해내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나 혼자 아등바등 짊어지지 말고, 일거리 잘 분배해서, 조직 내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게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그런데, 요즘 내가 그 병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정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많다. 여러 제안들을 충분히 믿고 따라가도 될 거라 생각하면서도, 턱턱 걸리는 생각들에 멈칫한다. 쉬운 일부터, 급한 일부터 처리하다보면 중요한 사안은 뒤로 밀린다. 일머리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생각보다 스스로 만족스럽지가 않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AI 시대 ‘일하는 개인’의 역할은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일이라는 ...

    2026.06.03 22:50

  • [백승찬의 우회도로]조선과 6·25 사이, 광화문광장의 ‘지금’
    [백승찬의 우회도로]조선과 6·25 사이, 광화문광장의 ‘지금’

    지방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선보여 말 많았던 ‘감사의 정원’이지만 막상 가보니 존재감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광화문광장 남쪽 이순신 장군 동상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북쪽에 자리한 세종대왕 동상 쪽으로 몇분 걸어가니 그제야 왼편에 석제 조형물 ‘감사의 빛 23’이 눈에 들어온다.높이 6.25m의 기념석 23개는 한국전 참전국 22개와 한국을 뜻한다. 어두워지는 오후 8시면 조형물들이 하늘로 빛을 쏘아 올린다. 일각에서는 그 모양이 ‘양갈비’ 같아 우스꽝스럽다거나, ‘받들어총’ 모양이 맞은편 미국대사관을 향한다고 비판한다. 정작 조형물을 설계한 건축가는 디자인 단계에서 ‘받들어총’을 의도한 적이 없다고 한다. 조형물이 세종대왕 동상을 창살 안에 가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부러 조형물 뒤편으로 돌아가는 수고와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이는 다소 무리한 시각으로 보인다.서울 핵심부 중요 공간의 기념물들 조선 시대·전쟁 기억에만 갇혀 있어 시...

    2026.06.03 22:47

  • [내일의 태도]손절하는 나와 손절하기
    [내일의 태도]손절하는 나와 손절하기

    중학교 때 딱 한 번 반장을 한 적이 있는데, 엄마는 그때 각 학급의 반장 엄마끼리 만든 모임에 지금껏 참석하고 있다. 정말 이상하지 않나? 나는 정작 그 동창들과 친한 적도, 졸업 후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데 우리 엄마는 그 모임에서 20년째 ‘나의 엄마’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이름만 겨우 아는 중학교 동창들과 간접적으로 안부를 나눠야 한다는 게 싫어 매번 엄마에게 짜증을 내지만, 엄마는 그럴 때마다 자식과 관계없이 아줌마끼리 친구처럼 만나는 모임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도리어 화를 낸다. 누군가는 대기업에 취직하고, 누군가는 결혼해서 애를 낳았다는 소식도 생판 모르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으라는 거다. 아니 엄마… 내가 걱정되는 건 그들에게 전해질 내 근황이야. 일도 관두고 결혼도 하지 않고 이상한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내 소식은 대체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 건데…인간관계에서 엄마는 끊어내는 법을 모른다. 아무리 크게 싸워도 끈질기게 다시 연락하고, 좋은 일이건...

    2026.06.03 22:45

  • [예술과 오늘]지금 바로 여기
    [예술과 오늘]지금 바로 여기

    비틀스가 주목받던 1960년대 중반, 드러머 링고 스타는 비틀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 바로 여기(Be Here Now).” 또 다른 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존 레넌에게 “로큰롤이란 뭔가”라고 물었더니 같은 대답을 했다는 자료도 있다. 조지 해리슨 역시 1973년 ‘Be Here Now’라는 곡을 써서 발표했다. 누가 먼저 이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바로 여기’가 그들의 정신세계를 관류하는 문장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조지 해리슨의 ‘Be Here Now’는 미국의 영적 지도자 람 다스가 쓴 동명의 책에 감명받아 차용한 것이었다. 그는 비틀스라는 거대한 명성에서 벗어나 오직 현재에만 집중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지금 바로 여기’는 다양하게 해석됐다. 조지 해리슨처럼 정신세계와 연관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록 비평가는 대중음악의 현재성을 상징하는 문구로 활용했다.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하루에 최소 10만곡 이...

    2026.06.03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