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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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 [시선]별일 없는 한국타이어
    [시선]별일 없는 한국타이어

    광장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뜨거웠던 겨울에서 봄, 노동자들의 일터는 별일 없이 돌아갔다. 지난겨울 내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로 공장에 갈 때마다 낯선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광장의 아우성에 무관심한 기계의 규칙적인 굉음이 차갑고도 무자비한 기업의 질서를 일깨워주었다. ‘대한국민’의 운명을 좌우한 광장 민주주의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팻말이 걸린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는 것을 노동자도, 관리자도, 기업도 아는 듯했다. 노동자는 여전히 일하다 다치고 죽었다. 기업은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을 피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은 어떠한 변화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몇해 전 건설노동자의 죽음에 “이건 비일비재한 추락사다”라고 유가족 앞에서 멀쩡하게 되뇌던 사법부는 헌법재판소의 ‘명문’ 이후에도 그저 그런 판결문을 내놓고 있다.‘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6년 연속 1위, ‘한국 브랜드파워’ 20년 연속 1위 기업 한국타이어는 타...

    2025.04.13 21:24

  • [IT세상]트럼프의 ‘아메리시트’와 흔들리는 세계 질서
    [IT세상]트럼프의 ‘아메리시트’와 흔들리는 세계 질서

    2016년 6월23일,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을 때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영국인들은 EU의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통제권’을 되찾고 ‘대영제국’의 영광을 회복하길 원했다.그러나 브렉시트 후 영국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런던정경대학교 경제실적센터에 따르면 1만6400개의 중소기업이 EU 시장 수출을 중단했고, 경제성장률은 EU 회원국 평균보다 낮아졌다. 결국 브렉시트를 주도한 보수당은 2024년 7월 총선에서 참패했다.2025년 4월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은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닌, 미국이 스스로 구축한 세계 질서에서 이탈하는 ‘아메리시트(Amerexit)’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America)과 출구(Exit)의 합성어로, 지난 100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경제 시스템과 다자주의 질서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선언이다.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

    2025.04.13 21:21

  • [정동칼럼]‘시민정치’가 계속 필요한 이유
    [정동칼럼]‘시민정치’가 계속 필요한 이유

    윤석열의 내란을 저지한 가장 큰 힘은 시민정치였다.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그런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시민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민주공화국을 지켰다는 지적은 옳다. 성별, 지역, 계층을 넘어 공화국의 시민들이 나섰고, 심지어 ‘제복 입은 시민들’까지 계엄을 멈추는 데 한몫했다. 내란 세력을 제압하고, 윤석열을 탄핵한 것도 시민의 힘으로 이룬 쾌거였다.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윤석열은 파면됐고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다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시작되고 있는 즈음 시민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민정치는 이 역사의 현장에서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한다.첫째, 상황의 반전을 획책하는 헌정 파괴 세력의 모략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내란 전모가 다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우두머리는 감옥에서 나와 의기양양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국가체제 구석구석에 똬리를 튼 내란 동조 세력들은 진실을 호도하기 위해 수시로 발호하고 있다. ...

    2025.04.13 21:21

  •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21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21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지명 이어윤석열 ‘퇴거 행사’도 내란 그림자시민들, 계엄 겪으며 정치적 각성대선에서 ‘비주류의 연대’ 주목을윤석열 친위 쿠데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혁명 이후 반혁명의 악몽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역사책에서 배웠지만, 여진이라기엔 충격이 너무 큰 사건들이 연발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의 역할은 소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스스로 깨고 대통령 몫으로 남겨진 헌법재판관 두 명을 지명했다. 이제 50여일 후면 새 대통령이 들어설 텐데, 월권을 넘어 위법이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게다가 지명된 두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내란에 동조했으리라는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과 야박하기 그지없는 판결로 법조인의 품격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한 판사 출신이다. 탄핵 인용으로 국민의 신임을 받고 있는 ‘헌재 흔들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파면된 전 대통령 윤석열의 행태 역시 이해 불가한 수준이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한남동 관저를...

    2025.04.13 21:20

  • [기고]교과서 지식보다 ‘살아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기고]교과서 지식보다 ‘살아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최근 한 인터넷 교육언론 매체에 따르면 경기지역 공립고 교감이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이 권고한 ‘윤석열 탄핵 헌재 선고 TV 시청’ 교육과 관련해 교사들에게 “진도에 신경 써라, 정상 수업을 운영하라”고 지시하면서 교사들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지시가 “민주시민 교육을 방해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이 교감은 “사전 평가계획에 따라 수업(교과진도 계획)은 운영되어야 한다”면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교감의 지시는 현행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지침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가 매체 교육은 정상적인 수업이 아니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일찍이 미국 실용주의 교육철학의 대가인 존 듀이는 “1g의 경험이 1t의 지식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살아있는 현장 경험을 통한 교육이 교과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이런 사상을 반영하듯이 최근 ...

    2025.04.13 21:20

  • [지금, 여기]내란 대통령기록물 봉인되나
    [지금, 여기]내란 대통령기록물 봉인되나

    대통령 파면 이후 대통령실 비서진은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본인이 작성한 기록물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고민하면서 흔적도 없이 폐기 및 은닉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 작업은 탄핵과 동시에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닫는 것부터 시작됐다.윤석열 정부는 대통령기록물을 어떤 시스템에 의해 생산·관리하는지 알리지 않았다. 각종 회의에서 1시간 중 59분을 대통령 혼자 발언했다는 ‘말씀 기록’은 존재할지 궁금하다. 국정에 불법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기록물도 초미의 관심사다.대통령기록물을 훼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파기·은닉했다고 생각했던 기록이 대통령실 캐비닛과 강남 영포빌딩에서 부활해서 나타났다. 누군가의 직업의식과 제보 덕분이었다. 이런 일이 많아서 대통령기록물법에는 회수 및 추가이관 조항까지 신설했다.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이 궐위(파면)되면 기록물을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것을 의무화하고 ...

    2025.04.13 21:20

  • [NGO 발언대]개헌도 내란 종식을 위한 과제다
    [NGO 발언대]개헌도 내란 종식을 위한 과제다

    국회의장의 개헌·대선 동시 투표 제안은 큰 논란을 낳았다. 다양한 반대 의견이 제기됐으나 단연 눈에 띈 것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시기상조라는 주장, 즉 ‘내란 종식 우선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다수 의원들이 개헌에 동의하면서도 당장은 어렵다며 내세운 논리다. 하지만 “내란 완전 종식, 그것만이 최선이자 최우선 과제”(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라고 했을 때, 개헌은 왜 내란을 ‘완전 종식’하는 과제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국회의장발 논란은 개헌의 시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곧 ‘내란 종식이란 무엇인가’를 둘러싼 논란이기도 한 것이다.우리는 종식에 앞서 내란이 무엇이었는지 우선 따져봐야 한다. 내란 세력은 누구이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그것은 개인이나 집단, 파벌일 수도 있고 특정 정당이나 국가기관일 수도 있다. 또한 제도나 법률일 수도 있으며 정치문화나 규범일 수도 있다. 나아가 현행 헌법도 종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란을 촉...

    2025.04.13 21:18

  • [반복과 누적]위대한 쇼맨, 로비 윌리엄스
    [반복과 누적]위대한 쇼맨, 로비 윌리엄스

    밖에서는 전설인데 한국에서 인기 없는 음악가가 몇 있다. 로비 윌리엄스가 그렇다. 윌리엄스는 영국 팝이 낳은 왕 중 하나다. 기록이 증명한다. 밴드 ‘테이크 댓’ 시절을 제외해도 영국 싱글 차트 1위 곡이 7개이고, 톱 10으로 하면 30곡이다. 전 세계 앨범 판매 약 7500만장. 영국의 그래미라 할 브릿 어워즈에서는 18번 트로피를 가져갔다. 역대 최다 수상이다.윌리엄스는 1990년대 후반 EMI 코리아의 미스터리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윌리엄스의 음악은 속된 말로 흠잡을 구석이 없다. 히트의 기반이라 할 멜로디가 분명하고, 어려운 곡도 없다. 한국이 정서적으로 빌보드와 더 가깝긴 하지만 어쨌든 영국에서 인기 최고다. 그렇다면 다 차려진 밥상이다. 홍보 조금만 하면 앨범은 잘나갈 것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윌리엄스의 음반 판매량은 오르지 못했다. 그를 정상으로 이끈 수많은 곡을 통해 영국과 유럽을 정복했지만, 그 기운이 한국까지 닿는 ...

    2025.04.13 21:18

  •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민주주의가 아니라 정치가 위기다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민주주의가 아니라 정치가 위기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많다. 동의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전성기다. 세계사적으로 지금처럼 민주주의가 번성한 적 없다. 굳이 위기를 말한다면, 정치가 위기이지 민주주의는 아니다.인류 역사 대부분은 소수가 다수를 혈통과 계급, 종교와 돈의 힘으로 지배한 과두정 체제였다. 아테네 민주정과 로마 공화정 같은 ‘자유의 시간’은 짧았고, 그때에도 피의 정변은 잦았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27년 지속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가 패한 뒤 들어선 ‘30인 참주’ 시대에만 1500명이 처형됐다.현재 민주주의, 한쪽 옳음만 강요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에도 부모가 아이를 재우면서 하던 절박한 기도는 “전쟁과 굶주림, 질병으로부터 저희를 구하소서”였다. 근대 이후 종교전쟁과 내전, 노예무역의 현장은 그야말로 인간 도살장이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존엄하다거나, 자유와 평등을 불가침의 권리로 정부를 세운다는 생각에 인류가 동의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2...

    2025.04.13 21:18

  • [한입 우리말]엉겁결

    햇살이 따뜻하다.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간밤에 비가 조금 내려 땅이 촉촉이 젖어 있다.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따라 망우산 둘레길을 걷던 중, 그만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밟아버렸다. 신발은 엿처럼 끈적끈적한 진흙으로 엉겁이 되었다. 야단났다. 또 ‘털팔이’처럼 뭘 묻히고 왔다고 아내에게 한 소리 듣게 생겼다.‘엉겁’은 엿처럼 끈끈한 물건이 범벅이 되어 달라붙은 상태를 가리킨다. 이 ‘엉겁’은 요즘 하는 일 없이 사전 깊숙한 곳에 쓸쓸히 앉아 있다. 단짝 ‘결’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 딱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결’이라는 발음 때문에 간혹 엉겁이 ‘엉겹’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을 만나면 즐겁다. 함께 뭉치면 ‘엉겁결’에 갑갑한 사전 속을 나와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다.엉겁의 친구인 ‘결’은 ‘때’ ‘지나가는 사이’ ‘도중’과 같은 시간적 의미를 더하는 말이다. 엉겁과 달리 ‘결’은 쉼 없이 수많은 단...

    2025.04.13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