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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의진의 시골편지]머리에 흰눈
    [임의진의 시골편지]머리에 흰눈

    전인권 아저씨 노래 ‘머리에 꽃을’, 한참 불렀던 히피 스타일의 청춘이 있었지. 이제 나와 당신 머리카락을 보니 흰눈이 설설 내리고 있구나. 주룩주룩 봄비에도 녹지 않는 당신의 흰머리칼 흰눈. 이렇게 쓰다 보니 일본의 정형시 가운데 하나인 ‘센류(川柳)’가 생각나. 그 나라 할머니 할아버지 시인들의 센류는 재밌고 또 서글프더라. “연명치료 필요 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비밀번호 카드가 많아져서 뒷면에 적는다”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바뀌고 있다” “이봐 할멈. 입고 있는 팬티 내 것일세” “아내는 여행, 나는 입원, 고양이는 호텔” “일어섰는데 용건을 까먹어 우두커니 그 자리에.” “홀딱 반했던 보조개도 지금은 주름 속.” “손자 증손자 이름 헷갈려 전부 부른다”….일찍 하얗게 센 당신 머리카락은 윤슬처럼 반짝거려. 세월 따라 흘러가다 어부의 그늘에 걸린 물고기 비늘처럼 ...

    2026.02.25 19:56

  • [강준만의 화이부동]안에서 싸우지 말고 창업하라
    [강준만의 화이부동]안에서 싸우지 말고 창업하라

    과거의 탈당·분당이 ‘대통령 제조’용이었다면, 오늘날 탈당·분당은 ‘정당 민주주의 정상화’란 관점서 추진돼야 국힘 경우엔 탈당·분당이 윤석열이 저지른 12·3 계엄에 대해 성찰하고 책임지는 의미를 갖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정당의 숙청 피해자들은 무익한 싸움에 힘 빼지 말고 새로운 창업의 비전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에 열정을 바치면 좋겠다“더불어민주당 70년 역사가 증명하듯이, 국민과 함께 당원과 함께라면 우리는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국민과 당원이 손수 채워나가는 더불어민주당 100년의 역사는 승리의 역사, 성공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2025년 9월19일 민주당 대표 정청래가 창당 70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오랜 역사의 힘인가? 70주년이라고 하니까 민주당이 좀 멋져 보인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정말 70주년이 맞나? 2023년 서강대 명예교수 최진석이 한 다음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대한민국의 정당은 모두 ‘대통령 ...

    2026.02.24 20:13

  • [경제직필]전기는 버리면서 발전소 짓는 나라
    [경제직필]전기는 버리면서 발전소 짓는 나라

    최근 코스피가 5800을 돌파했다. 그러나 내수는 여전히 차갑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이끄는 상승장에서 소외된 투자자들에게 이번 호황은 남의 이야기다. 우리 산업 1, 2위인 이들의 효율성과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다른 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없다.그 대표적 사례가 전력시장이다. 전력산업은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거대 기간산업이지만,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리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비효율의 극치다.시장 효율성의 근본은 가격이다. 물건이 귀하면 가격이 오르고, 흔하면 떨어진다. 이 상식적인 경제 원리가 유독 한국 전력시장에서만 예외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 확대 논쟁도 거세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나라는 365일 중 364일은 전기가 남아도는 것이 문제다. 한여름이나 한겨울 단 10여시간의 피크를 막기 위해 수조원짜리 원전을 짓는다. 봄과 가을 평상시에는 30GW(기...

    2026.02.24 20:09

  • [공감]AI에 도둑맞은 노동의 의미
    [공감]AI에 도둑맞은 노동의 의미

    1925년 예순두 살의 메리 리처드슨이라는 여성은 세탁기를 처음 돌려본 날의 기록을 일기에 남겼다. 열두 살 때부터 평생 가정의 세탁을 맡아온 그는 자동으로 물이 흘러들고 빨래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기뻐서가 아니었다. 이렇게 간단할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부터 새벽마다 일어나 얼어붙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고, 피부가 벗겨질 만큼 독한 세제를 만들고, 10시간 넘게 쪼그리고 앉아 손에서 피를 흘리며 빨래를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였다. 그 시간과 노력이 너무도 분해서였다고 한다.인공지능(AI) 시대다. 직장이 사라진다고들 아우성이지만, 실제로 도둑맞은 것은 따로 있다. 우리 노동의 의미다.AI의 발달 속에서 우리는 미래의 메리 리처드슨이 될까봐 두려워한다. 지금 배우는 기술과 그림, 글쓰기와 외국어가 하루아침에 무용해지는 것은 아닐지. 세탁기가 있는 줄도 모른 채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듯,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수고를...

    2026.02.24 20:08

  • [이상헌의 공평한 어리석음]이 세계 통역되나요?
    [이상헌의 공평한 어리석음]이 세계 통역되나요?

    오늘도 통역기를 낀다. 스페인어 통역사는 두 명인데 스타일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한쪽은 손짓까지 섞는 열정의 라티노이고, 다른 한쪽은 늘 무덤덤하다. 한쪽은 같이 흥분하고 울부짖지만, 다른 쪽은 감정의 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그래서 통역기가 들려주는 말은 원뜻과 전달자의 체질이 뒤섞인, 탁하지만 발랄한 소통의 언어가 된다.통역이라는 인간의 일도 조만간 인공지능에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고들 말한다. 인간의 섬세함이냐 기계의 균일성이냐, 논쟁은 길지만 결론은 짧다. 따질 틈도 없이, 당장 통역사를 고용할 돈이 없다. 국제회의가 일상인 국제기구의 새로운 풍경이다.사실, 투정할 일도 아니다. 인간이든 기계든, 통역의 정확성은 이미 부차적이다. 통역이란 본디 서로 다른 언어가 한자리에서 같은 방향을 보게 하는 작은 기계이자 연결장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통역기는 ‘연결’이 아니라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험’이 되었다. 다리를 놓는 일이 이제는 난간을 세우는 일이...

    2026.02.24 20:07

  • [국제칼럼]평화헌법, 이미 상처투성이
    [국제칼럼]평화헌법, 이미 상처투성이

    “당파를 떠난 건설적인 논의가 가속되고 국민 사이에서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 국회 발의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지난 2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의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다카이치 1강 체제’의 국회 모습이다. 이러한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화헌법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을 어떠한 내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일까?2018년,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헌법개정실현본부는 자위대 명기, 교육 충실 등 4개 항목을 담은 헌법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가 개정에 가장 적극적인 사안이 바로 주변국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위대의 명기’이다. 그는 선거 지원 유세에서 “실력 조직으로서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언급한 자민당의 ...

    2026.02.24 20:06

  • [김월회의 아로새김]세상으로부터 버려진 학문
    [김월회의 아로새김]세상으로부터 버려진 학문

    학문이 세상에서 미움을 몹시 받은 지가 오래입니다. 단정히 앉아 깊이 생각할 때는 양심이 살짝 드러나다가도 사람과 마주하고 세상사와 접할 때면 번번이 아첨하며 받아들여지기를 구하곤 합니다. 농부를 만나면 농사일만 말하고, 상인을 만나면 장사 일만 말하는데, 대부분 자신을 버려두고 다른 일만 좇고 있으니 진실로 평생의 고질입니다.(<방산에게 답하다>)18년간의 유배생활 속에서도 늘 학문에 정진했던 다산 정약용의 고백이다. 그가 말하는 학문은 좋은 삶을 빚고 세상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핵으로 한다. 오늘날의 인문사회 학술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학문이 세상으로부터 증오된 지가 오래라고 하니, 새삼 언제는 세상으로부터 각광받은 적이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게다가 다산은 학문이 세상으로부터 심히 미움받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있다. 자신이 닦고 익힌 학문을 제쳐두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들의 관심사만 얘기하는 등 기꺼이...

    2026.02.24 20:03

  • [김재인의 피지컬 vs 디지털]인지질병 시대, 무엇을 위한 속도와 정보와 효율인가
    [김재인의 피지컬 vs 디지털]인지질병 시대, 무엇을 위한 속도와 정보와 효율인가

    인지질병의 문제는 개인 취향이 아니라 사회심리서 생겨난다 그것에서 벗어날 길은 시간을 바쳐 경험을 쌓아야 초대량 소비 시대에 생산실력은 최고의 자원 그것은 빠르게에 대한 저항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빠르게에 대처하는 지혜로 느림을 꼽곤 하는데 난 천천히를 내세우고 싶다 천천히란 느긋하단 뜻이다 여기엔 실천적 함의가 크다 앞으로는 천천히 사는 것이 가장 값진 실력이다.요즘 들어 매사에 참을성이 없고 조급해졌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건 ‘빨리빨리 코리아’와는 상관없는 현상이다. 핵심은 전 세계의 현대인이 걸린 ‘빠르게’(fast)의 ‘인지질병’이다. 이것이 인류 문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인지란 정보를 습득, 저장, 인출, 사용하는 전 과정으로, 사고, 지각, 주의력, 기억, 추론, 판단, 학습 등 인간의 마음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역사를 통해 인간의 인지 능력은 향상되어왔지만, 지금 위기가 닥쳤다. 인지질병으로 인해 실력이 줄어...

    2026.02.23 20:20

  • [양승훈의 인터페이싱]두 제자 이야기
    [양승훈의 인터페이싱]두 제자 이야기

    함께 연구과제를 수행했던 사회학과 제자들이 모두 졸업을 했고, 근황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 A를 집 근처에서 만났다. 전국 사회학과 34곳 중 19곳이 수도권에 있다. 본인이 배우고 싶은 스승을 찾아보다가, 서울에 있는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문제는 주거다. 자취방 찾는 데 두 달이 넘게 걸렸다. 대학가가 가깝고 자취와 하숙집이 많아 주거비가 저렴하던 동네를 추천해줬는데, 이제는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대상이 되어서 괜찮은 집을 구할 수가 없다. A가 마산에서는 9평 원룸을 보증금 500만원, 월세 20만~30만원에 구할 수 있었는데, 서울에선 5평 원룸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고향에 정착하겠다는 제자와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늘 우수한 성적을 받던 여학생 B는 하고 싶은 일 찾기를 포기했다. 대신 지역에서 일자리 찾기가 비교적 수월한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고 지역의 청소년 복지시설에서 10대들에게 멘토링을 하고 있다. 특별히...

    2026.02.23 20:16

  • [직설]수치심 배우기
    [직설]수치심 배우기

    공중화장실에서 넘어졌다. 휠체어가 들어가는 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일반 칸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화근이었다.나는 자가 보행까지는 어렵지만 벽을 짚고서는 어느 정도 서 있을 수 있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일반 화장실을 이용한다. 꽤 시간이 소요된 탓에 볼일이 급해져 허둥대며 들어가다가 대충 신었던 부츠가 쑥 빠지며 그대로 중심을 잃었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좁은 칸 안에는 어떠한 손잡이도 없었다. 다음 순간 나는 화장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것도 슬쩍 내려간 스타킹 탓에 엉덩이를 그대로 내놓고!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공중화장실에서 넘어졌다는 사실, 바닥에 몸을 딱 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심으로 변해 온몸을 휘감았다. 바깥으로 튀어 나간 휴대폰을 급하게 칸 안쪽으로 숨겼다. 몸을 일으켜보려 했으나 힘없는 팔이 자꾸만 무너지며 몇 차례 더 바닥과 조우해야 했다.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숨을 죽였다. 미국식 화장실이 아니어서 다...

    2026.02.23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