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친 청년에게 ‘상처’ 주는 정부

전진한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

중앙정부의 서울시 청년 복지사업에 대한 ‘딴지 걸기’가 도를 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직권 취소하더니, 고용노동부가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9월부터 청년 구직자에게 최대 60만원씩 구직수당을 주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은 2831명의 청년은 이 수당을 토해내야 할 상황이다. 정부의 어이없는 몽니로 인해, 청년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기고]지친 청년에게 ‘상처’ 주는 정부

현재 청년들의 삶은 ‘처참함’ 그 자체다. 대학에서 학생들과 만나다보면,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이 자신이 왜 취업에서 반복적으로 떨어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은 떨어지고 불안감은 극단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취업을 포기하고, 알바를 전전하다 자존감이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청년실업률은 10.3%다. 전체 실업률(3.6%)의 거의 3배다.

더욱 큰 문제는 취업 자체가 애매한 청년예술인, 문학청년들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 연예, 취업 등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고,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최근 정부 관계자 중 청년들을 만나고, 이런 피폐한 삶을 연구한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청년수당은 이런 현실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청년들이 2년 넘게 토론하며 만든 정책이었고, 이를 서울시가 수용하면서 시작된 사업이었다. 정치권에서 말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이 대권용으로 만든 어설픈 정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청년들이 불안감을 덜고, 천천히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라고 만든 것이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의 본질이다. 당사자인 청년이 제안하고, 지방정부가 시작해 세계에도 자랑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이는 다른 나라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7월30일, 환경재단 주최로 열렸던 ‘피스 앤 그린보트’에 참여했던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일본 청년들과의 모임에서 서울시 청년수당을 소개했다. 문 대표는 “일본 청년들은 청년들의 피폐한 삶을 지원하는 제도에 생소한 것 같았다. 서울시 청년수당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었고, 아시아권 중 대한민국에서 청년복지정책이 가장 먼저 논의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청년수당은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협력해 확대 발전시켜야 할 사업이었지만 정부의 무원칙 행정으로 청년들에게 상처만 입히고 말았다. 더군다나 노동부가 청년희망재단과 함께 급히 발표한 청년 구직수당도 여러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수당은 정장 대여료, 사진촬영비 등 면접비용과 구직활동을 위한 교통비 등 실비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청년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이소망씨(32)는 “청년의 미래는 꼭, 사진을 붙인 이력서를 제출하고, 정장을 입고, 면접을 봐야만 열리는 것인지 궁금하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가 제 길을 갈 수 있게 만드는 디딤돌 같은 지원이다. 면접을 위한 실비를 지원하는 것은 다양한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의 삶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지원이 오히려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청년수당과 관련한 정부의 발언들이 청년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말을 청년들에게 남발하는 것은 그 자체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해이한지 보여주고 있다. 지금 청년들의 피폐한 삶에는 도덕적 해이라는 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결론적으로 지금이라도 정부는 서울시를 공격 대상으로 삼지 말고, 청년수당 정책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청년정책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만큼 청년들의 삶은 너무 심각하다.


Today`s HOT
발리 국제 에어쇼 준비 중인 호주 전투기 휴대장치 폭발... 헤즈볼라 대원의 장례식 폭우로 침수된 이탈리아의 피해자 돕는 소방관들 태국 문화 기념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
산불과 그로 인한 연기로 뒤덮인 포르투갈 메이저리그의 첫 역사, 50홈런-50도루 달성한 오타니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손된 우크라이나 교회 지진 훈련 위해 멕시코시티에 모이는 사람들
레바논 상점에서 일어난 전자기기 폭발 페루 활동가들, 당국의 산불 비효율 대응에 시위하다.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축하하고 있는 브루어스 팀 홍수 피해로 무너진 교회를 청소하며 돕는 폴란드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