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한 여성 검사가 검찰 조직 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후 그녀를 향한 응원과 함께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너도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했던 진실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들 속에서도 ‘#미투’조차 말하지 못하는 소녀들이 있다. ‘힘들고 아프다’ ‘나는 피해자다’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 바로 ‘여성할례’에 희생된 소녀들이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사는 디나는 열세 살에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30시간이 넘는 지연분만으로 어렵게 아들을 출산하고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출산 직후부터 질에서 소변이 새는 ‘방광질 누공’에 시달려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소변 때문에 외출을 할 수도 없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기자 결국 남편마저 떠나버렸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소말리아 월드비전의 여성보건지원사업 담당자인 님코 아덴이 전해준 소말리아 여성들의 현실은 참담했다.
소말리아에는 디나와 같이 여성할례, 조혼, 열악한 분만 환경으로 인한 여성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고통이 질병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족한 의료시설과 경제적 상황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매년 2월6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할례 철폐의 날이다.
‘여성할례’로 더 잘 알려져 있는 FGM(Female Genital Mutilation)는 0~13세 여아의 외부생식기를 성냥 머리 크기만 한 구멍만 남긴 채 절단한 후 봉쇄해 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여성할례는 신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신적으로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만, 시술을 받지 않으면 불결한 여자라는 관념과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는 의식 때문에 이러한 악습이 계속 행해지고 있다.
특히 소말리아에서는 전체 여성의 98%가 할례를 경험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2007년부터 할례로 고통받는 소말리아 여성들을 위해 병원 치료와 생계 지원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소말리아 여성들이 더 이상 여성할례라는 악습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지역 정부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식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월드비전뿐 아니라 많은 비정부기구(NGO)들은 여성할례라는 위험한 관습을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자리 잡은 관습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길고 지치는 여정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성의 소유물이 아닌 여성들 스스로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삶을 누리며 빼앗긴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그들과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어지길,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한 일이 아니라 행복한 일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미투’라고 외치는 세상의 모든 소녀들에게 ‘#위드유’로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의 길고 긴 여정은 언젠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