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성 문제로 문 닫는 원전 속출

박종운 | 동국대 창의융합공학부 교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이 발표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고리 1호기 폐쇄와 같이 경제성 문제로 조기 폐쇄하는 것이다. 경제성 문제로 폐쇄되는 원전들은 국내외에 수없이 많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고리 1호기는 전 정부에서 10년 추가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해 10년이나 조기 폐쇄한 셈이다. 이 결정도 월성 1호기와 같이 경제성, 주민수용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 1호기 소재지가 지역구인 하태경 의원(당시 새누리당 해운대기장을)이 의뢰한 국회예산정책처의 고리 1호기 1차 10년 수명연장 기간(2007~2017년)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3397억원의 손실로 나타났다고 전해졌다. 그 원인은 1차 수명연장 이후 사후처리비용 상승, 이용률 저하였다. 월성 1호기와 유사하다. 이에 하 의원은 “2007년 경제성 분석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고]경제성 문제로 문 닫는 원전 속출

일본을 보아도 노후 원전에 대한 신규 안전성 강화에 따른 설비 교체 등 각종 비용은 수명연장의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작은 용량 원전은 더욱더 경제성 저하를 피할 수 없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지되어 있는 일본 오이 1·2호기는 안전강화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격납건물 벽 두께를 늘려야 한다. 간사이전력은 그 비용 8조원에 따른 경제성 문제로 조기 폐쇄를 선언했다. 준공 후 39년 운영에 그친 것이다. 실제 일본은 신안전기준을 만족하면 수명을 20년이나 연장해 주므로 60년 운전할 수 있는데도 21년 조기 폐쇄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1982년부터 가동한 이카타 2호기도 안전성 보강 비용을 감당 못해 재가동을 포기, 24년이나 조기 폐쇄했다. 심지어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중 피해를 입지 않은 다이이니 원전 4기도 폐로를 고려하고 있다. 현재 재가동 의사를 밝히고 안전성 강화 계획을 제출한 원전은 26기에 이르나 실제 재가동한 원전은 9기밖에 없다. 안전성강화계획이 통과되어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가 추가로 안전성 보완을 요구하면 비용문제로 재가동 포기 원전들이 더 발생할 소지가 있다. 1990년대 가동한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 6·7호기 건설에는 8조원이 들었다. 안전기준 강화에 7조원이 들어갔다. 달러가격 변동을 고려하지 않으면 새로 2기를 지은 꼴이다. 1969년 12월부터 가동한, 미국 뉴저지주 엑셀론이 운영사인 오이스터크리크 원전(620㎿)이 올해 9월18일 영구 정지되고 60년간 장기휴면보관해체(SAFSTOR)에 들어간다. 이렇게 장기간 보관하는 주된 이유는 사용후핵연료가 갈 곳이 없어서이다. 2009년에 20년 수명연장 허가를 받아 2029년까지 운영이 가능하나 10년이나 조기 폐쇄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더라도 원전의 경제성은 한 국가 내에서도 원전의 형식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원전 안전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는 원자로 격납 건물 철판 두께 허용치 미달(한빛 2호기, 고리 4호기), 원전 시설물 내진 대책 미흡(한울 1·2호기, 고리 2호기), 고리 원전 침수 예방 대책 미흡 등 총 15건의 위법·부당하거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한 바 있다.

개별 원전의 정비와 안전성 강화가 노후 원전의 경제성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규 원전의 절반밖에 안되는 월성 원전의 작은 용량, 안전보강에 따른 이용률 저하,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과다와 그에 따른 중간저장시설 건립비용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할 때, 고리 1호기와 같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는 무리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해외 사례를 볼 때, 월성 1호기와 같은 비교적 용량이 적은 원전은 수명연장 후에도 경제성이 있다면 안전성 보강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할 수도 있다.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일단락되었으니 해외 수출을 위해서라도 무리한 원본공개 요구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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