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주의 과오에서 배우는 ‘안전운임제’읽음

마이클 롤링 호주 시드니공과대학 법학과 교수

최근 ‘안전운임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국제운수노련과 한국,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의 노동조합이 마련한 이 행사에는 세계에서 400여명의 노사정 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핵심 메시지는 한국의 안전운임제가 안전 증진을 위해 잘 작동하고 있고, 결코 폐지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호주의 경험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마이클 롤링 호주 시드니공과대학 법학과 교수

마이클 롤링 호주 시드니공과대학 법학과 교수

혹자는 안전운임제를 특수고용 화물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제도’라 부른다. 화물노동자들이 위험한 운송 행위를 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충분한 임금(운임)이 안전운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안전운임제는 보다 포괄적 제도로, 도로운수산업의 안전을 증진하는 많은 요소를 갖고 있다. 도로 공급사슬 전반에 구속력을 가지며, 최저 운임률 같은 집행 가능한 기준이 있고, 법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도로운송 화물노동자에게 적용되며, 노동조합의 역할을 포함한 분쟁 해결 절차를 포함한다.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이런 요소를 상당수 충족한다. 유사한 제도가 브라질 등 다른 여러 나라에도 존재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특수고용 화물노동자의 최저운임을 법으로 정하는 안전운임제를 수십년간 유지해왔다. 이 법은 40년간 거대 양당의 지지를 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특수고용 도로운수노동자의 운임과 안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운수회사들은 잘 준수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16년까지 화주를 포함한 공급사슬 전반을 규제하는 ‘도로안전운임심사위원회’가 전국 도로운수노동자의 급여와 도로 안전을 개선했다. 심사위원회는 운행 거리나 운송 건당 지급되는 운임이 화물노동자가 단지 적정 소득을 얻기 위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운행하도록 만든다는 점, 화주들의 요구가 급여와 안전 기준에 대한 하향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확인된 후에 설립됐다.

그러나 정권 교체 직후인 2016년, 이전 정부의 계획을 철회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새 정부가 심사위원회를 전격 폐지했다. 새 정부의 자체 조사에서 심사위원회가 정한 2개 부문의 운임 기준을 적용하면 대형차 사고가 28%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말이다. 심사위원회는 연료, 폐기물, 항만 운송 등 주요 부문을 추가로 규제하려 했는데, 이 계획이 추진됐다면 더욱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을 것이다. 다행히 호주 의회는 현재 안전운임심사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플랫폼노동자를 포함해 보다 넓은 범위를 관장하는 새로운 안전운임기구를 논의하고 있다.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2022년 말 폐지된다고 한다. 한국은 2016년 호주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제도와 호주 의회의 최근 논의를 교훈 삼아 안전운임을 보다 넓은 영역에, 플랫폼노동에까지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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