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쿠팡, ‘노동환경’ 연구에 부당한 의혹 유감

김현주 | 노동건강정책포럼 대표

얼마 전 쿠팡 물류노동자 노동환경·건강수준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그날 쿠팡 뉴스룸에 ‘민주노총은 부정확하고 주관적인 실태조사와 설문조사에 근거한 왜곡을 중단해주십시오’라는 글이 실렸다. “김수근 전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도 측정 대상 직원들이 물류센터 근로자들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 및 심리 상태에 따라 변동폭이 상당한 심박수를 바탕으로 적정 근무시간을 언급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하며, “의도적으로 가장 안 좋은 숫자를 편집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기업이 연구자들의 인격적 가치와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또한 의문이 들었다. 토론회 한 시간 전, 비판 칼럼을 모 경제지에 게재한 전문가는 사전에 공개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어떻게 입수했을까? 쿠팡 뉴스룸이 그 칼럼 게재 후 바로 인용한 것은 우연일까?

김현주 | 노동건강정책포럼 대표

김현주 | 노동건강정책포럼 대표

이번 연구는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의 협조를 통해 수행했다 한다. 그렇다고 ‘부정확하고 주관적인’ 조사라 할 수는 없다. 오래전 노동조합을 통한 경기보조원 건강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한 한 연구자는 편향된 연구라는 비판을 들었다. 다음해 다른 연구자가 사업주를 통한 조사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했다. 두 연구결과는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분명한 것은 첫 연구가 없었다면 두 번째 연구는 시작되지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356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쿠팡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지난 1년간 100m 달리기를 하는 강도로 근무한 사람 101명, 산재 처리를 하지 않은 사람 30명, 화재 시 비상구를 모르는 사람 157명, 인권침해 경험 301건이었다. 조사 표본의 대표성 부족을 논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둘째, 노동 강도가 높은 집단은 수면장애, 우울증상, 불안증상 위험이 3~4배 이상 높았다. 이는 그 생물학적 기전이 충분히 설명 가능하며, 기존 지식에 부합하는 결과이다. 셋째, 쿠팡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평가결과를 근거로 오후조와 야간조는 5~6시간이 적정 근무시간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7명의 노동자를 2주 이상 실시간 모니터링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대, 최소, 근무 중 평균 심박수를 이용해서 상대심박동수를 산출하고, 검증된 모델을 이용한 결과이다.

그런데 기업 측의 연구자에 대한 부당한 의혹 제기가 낯설지 않다. 과거 삼성반도체 백혈병 행정소송에서 이례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던 기업 측 변호사는 반도체산업 실태조사를 수행한 국립대학 원로교수가 편향된 사람이므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반도체 회사는 정부의 10년간 추적조사 연구결과가 발표된 다음에야 사과했다. 다른 반도체 회사는 문제가 제기되자 마자 연구자들에게 조사를 의뢰하고, 작업장을 개선했다.

쿠팡이 최근 작업장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다고 알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쿠팡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 시스템에 내재된 노동강도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쿠팡은 이번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물류산업 선두 주자인 쿠팡은 반도체산업 선두 주자의 전철을 밟지 말고 물류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모범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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