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단위 온실가스 감축 전략의 필요성

강현수 | 국토연구원 원장

지난 13일 폐막한 글래스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줄이기로 약속한 2015년 파리협약 이행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여기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다. 이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해왔던 서구 국가들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 추세인 우리나라가 이번에 국제사회에 약속한 목표는 매우 ‘도전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산업, 건물, 수송 등 배출원별 감축 목표와 전략을 발표했다.

그런데 10년도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서는 배출원별 감축과 함께 공간 단위 감축, 즉 마을·단지·도시·지역 단위 감축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

단적인 예로 지구 표면의 2%에 미치지 못하는 도시 공간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의 70% 이상이 배출된다고 한다. 도시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에 있는 산업, 건물 등 배출원별 감축이 필수적이지만, 토지 이용이나 도시계획 같은 공간적 해법도 중요하다. 예컨대 직장과 주거지, 문화 여가 시설이 모여 있는 도시,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 걷거나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녹지가 많고 바람이 잘 통해서 여름에 시원한 도시가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곳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원 중심의 감축 전략을 보완 통합하기 위해 지역 단위 공간적 감축 전략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다. 한 예로 수송 부문 감축 방안은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를 전기나 수소 자동차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런데 공간적 해법은 직주 근접, 보행 및 자전거 친화 도시계획을 통해 자동차 이용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건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패시브 방안과 건물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 방안이 있는데, 이 두 방안 다 어려운 기존 건물들이 많다. 지역 단위 접근을 한다면 동네 빈 공간에 나무를 심거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신축 건물에서 더 많은 감축 몫을 감당케 하는 등 개별 건물로는 불가능한 감축을 동네나 도시 단위에서는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배출원별 감축이 점(點)적 접근이라면 지역 단위 감축은 면(面)적 접근이다, 그리고 이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중앙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서울시가 추진한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충청남도가 준비한 ‘충남형 2050 탄소중립 비전·전략’은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앞장선 대표 사례이다.

이제 새로 조성되는 주거단지, 재개발·재건축 단지, 산업단지부터 지역 단위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추어 건설해야 한다. 지역 단위 온실가스 측정 및 감축 기법 개발, 관련 인력 및 산업 육성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매우 ‘도전적’이므로 새로 시작할 일도, 기존 관행을 바꾸어야 할 일도, 함께 힘을 합쳐야 할 주체들도 그만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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