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시대의 장애인과 ‘실감 콘텐츠’읽음

백승진 유엔 쿠웨이트 경제 수석

20대 대통령 선거를 100여일 앞둔 지금,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 공정과 정의 그리고 다양한 네이밍의 부동산 정책 등 정치적 슬로건만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사회를, 더 나아가 인류 전체를 초토화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지 않았던가. 이 탓에 우리의 가족이자 친구일 법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죽지 못해 살아야 했다.

백승진 유엔 쿠웨이트 경제 수석

백승진 유엔 쿠웨이트 경제 수석

그럼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특히 장애인은 어땠을까.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도 이미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들이다. 몇몇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내년 대선과 맞물려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 보장을 위한 헌법 개정을 공론화시키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혹할 것임이 틀림없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고통과 교훈 그리고 기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이 차기 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덕목이 아닐까. 특히 이러한 리더십은 장애인 정책에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기에 더욱더 간절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활성화된 온라인 비대면 활동, 더 나아가 최근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메타버스 서비스의 경우 국내에서 개발한 그 어떠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장애인의 접근성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장애인이 사회 참여, 개인 활동, 직업 활동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장기간 신체 활동 부재로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에도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미국 연방긴급재난관리부에서는 공학기술을 활용한 장애인 지원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몇몇 유럽 국가에서도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가져다준 한층 높아진 기술 접근성 및 기술 성숙도 등을 활용해 코로나 시대의 취약계층 지원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 정부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 특히 장애인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그리 뒤처진 건 아닌 듯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부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기술 등 미래 혁신기술을 활용한 실감 콘텐츠를 장애인 지원에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상상누림터’ 사업은 혁신기술을 통해 장애인에게 정신의학적 치유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일종의 장애인 활동 장벽을 해소하고 간접적인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지원 시설 관계자들은 90% 이상이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 실감 콘텐츠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특히 이러한 기술과 더불어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각광받는 메타버스의 경우, 장애인에게 전염병의 위험을 낮추면서도 적절한 활동을 하게 할 수 있으며 비장애인에 비해서도 부족하지 않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첨단 콘텐츠로, 장애인에게는 꽤나 매력적이다.

2008년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들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에 따라 각국 정부는 각종 첨단기술과 문화 향유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장애인의 사회활동 참여를 촉진해 장애인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어떤까. 약 5000억원 수준의 콘텐츠 예산 중 장애인을 위한 것은 거의 없다. 메타버스 예산에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없다.

필자가 강조하는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 이니셔티브는 비단 국제적 규범과 가치 준수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더 나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이것이 구청과 도청 등 지역사회 기반 이니셔티브와 접목된다면 정책적 효과는 괄목할 만한 수준일 것이다. 즉 기업의 CSR, ESG 경영과 지역사회 기반 정책 집행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및 입법 지원 등,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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