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을 아시는가? ‘오징어 게임’이란 단어를 듣고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 오징어 모양의 줄을 긋고 친구들과 함께하던 게임을 떠올렸다면 아마 내 또래일 것이다. 물론 학교 운동장뿐만 아니라 동네 공터 어디든지 장소만 있으면 줄을 긋고 놀 수 있던 시절이 그리운 만큼 이젠 도시화로 인해 줄 그을 땅조차 많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땅, 즉 토양은 미생물과 양분 그리고 수분이 풍부하여 거의 모든 생물학적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태계 유지의 근간이다. 또한 지하수 등 수자원을 저장하고 1㏊당 최대 88t의 탄소 저장이 가능해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등 환경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토양 서비스 및 기능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토양은 바이오매스 생산, 영양분 함량 등을 고려할 때 약 1200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이다.
토양 중 약 30㎝ 깊이까지인 표토는 오랫동안 돌과 같은 각종 무기물과 낙엽 등 유기물이 더해지면서 풍화되어 형성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표토 1㎝가 형성되는 데, 경우에 따라서는 1000년까지도 소요되는 만큼 토양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매우 어려운 자원이다.
이런 표토가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쉽게 유실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표토 침식 위험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28개국 중 8위로 심각한 수준이다. 표토 유실은 토양 정화기능의 상실뿐만 아니라 탄소저장 능력 상실로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며, 유실된 토사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수질을 악화시켜 2차적인 환경 비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표토 보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편, 토양오염은 산업활동 등으로 인해 유류 및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토양에 축적되어 생기는 오염을 말하는데,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오염이 발견되면 이미 상당히 많은 오염이 진행된 상태여서 정화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모처의 재건축단지 토양에서 불소화합물 기준치를 넘는 오염물질이 검출되면서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오염된 토양의 복원을 위해 10개월 이상의 기간과 1000억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는 토양오염이 우리 일상생활에 부메랑이 되어 경제적인 부담으로 등장한 사례이다.
12월5일은 토양의 소중함을 알리고, 토양을 중요한 자원으로 보전하고자 유엔이 지정한 ‘세계토양의날’이며 올해 주제는 ‘토양, 보전을 약속하다’이다. 토양은 우리 발밑에 존재하다 보니 그 소중함과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세계토양의날을 계기로 토양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한편 건강한 토양과 그 가치를 물려줄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공감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어릴 적 건강한 땅에서 오징어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쌓은 추억을 우리 미래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