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냉동창고 화재’의 뼈아픈 교훈, 기본에 충실하라

이영주 |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서울시립대 교수

새해 들어 평택 냉동창고 공사현장에서 ‘또’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전의 신축 공사현장 화재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진압이 이루어졌고 사망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 다행스러운 화재로 마무리될 뻔했던 화재는 결국 그 무서운 본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의 마음에 또 한번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영주 |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서울시립대 교수

이영주 |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서울시립대 교수

공사현장은 완공되어 사용 중인 건축물과 달리 건축법, 소방법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화재 및 피난 안전을 위한 시설들이 기능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화재 시 자체적인 진압 및 방어 능력이 없다. 게다가 각종 자재 및 가연물들이 밀집 적치되고, 용접·용단 등 불티가 발생해 비산하는 작업들이 시시때때로 진행된다. 여기에 뿜칠, 도장도색, 밀폐공간 작업 등 화재에 취약한 작업들도 병행된다. 그럼에도 공사현장이라는 임시성 및 가변성 때문에 화재 안전을 위한 시설의 적극적인 적용도 어렵다. 냉동창고의 공사현장에서는 그 위험 수준이 더욱 높아진다.

일반 건축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단열 성능이 요구되는 냉동창고의 특성상 엄청난 양의 단열재가 시공되는데, 화재가 발생하는 순간 이 단열재들은 강력한 가연물로 돌변해 빠른 연소 확대와 막대한 양의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

또한 단열 및 내부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문 등 개구부나 공간의 구획을 최소화함에 따라 열과 연기의 내부확산이 빠르게 이루어져 재실자 대피를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소방대의 내부 진입을 어렵게 하여 신속한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번 화재에서도 이러한 냉동창고의 공간 및 재료 특성이 재발화에 의해 급격히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대형화재를 겪으면서 재료적 측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21년 9월 건축물에 사용되는 단열재를 포함한 내외장 재료의 내화 성능을 겉재료와 심재 모두 확보토록 강화하였다.

그러나 공사현장에는 단열재 이외에도 다양한 가연물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 건축재료의 단열 성능 상향만으로는 공사현장의 취약한 화재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사현장에 대한 체계적 화재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험공정의 분리, 각 작업에 요구되는 현장 안전조치, 공사자재·폐기물 등 가연물의 안전한 적치관리, 현장에서 사용되는 위험물의 안전한 취급 및 보관 등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공사현장의 관리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공사현장의 화재가 반복될 때마다 강화된 규제와 법규 등을 만들어 내면서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것이 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냉동창고 공사현장의 화재가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기본에 충실하라!!” 너무나 뻔하지만 냉동창고를 포함한 공사현장의 화재 안전 대책과 방법에 이보다 더 적절한 문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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