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품 선호’ 폭넓은 확산에 우려도 커진다

김동석 직업상담사

우리 사회의 명품 선호 경향은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가 출시되는 날이면 새벽부터 백화점 앞이 장사진을 이루는 이른바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매장으로 뛰어가는 현상)’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김동석 직업상담사

김동석 직업상담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보상 소비’ 현상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명품 매출로 백화점 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 ‘빅3’ 중 2개 백화점은 자사 매출에서 해외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일부 부유층에 한정된 것으로 여겼던 명품 선호 풍조가 최근 들어 MZ세대와 중산층에까지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가 무색할 정도로 해외 명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요즘도 인기를 누리는 한 유튜브 쇼핑 채널에서는 온라인으로 해외에서 사들인 수천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명품을 보란 듯이 소개하고 있다. 명품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는 과소비와 사치는 사회 전체의 건전한 소비활동에 장애를 가져오고,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도 명품은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고 하니, 사람들의 명품 사랑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거의 중독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을 끔찍이도 중요시하는 사회 풍조로 대부분의 명품 소비자는 제품의 질도 제대로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신분이나 인품을 평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에게 잘 보이려고 무리를 해서라도 명품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을 하거나 내 집을 마련하기는 너무나 힘들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오늘의 삶을 중시하려는 MZ세대의 명품 소비 현상은 일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명품 구매는 결코 현명한 소비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 무턱대고 명품만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소비문화를 지양하고, 자신의 경제적 수준이나 능력에 맞는 신중한 소비, 필요에 따른 계획성 있는 소비를 생활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짝퉁 명품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얼마 전 짝퉁 명품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유명 유튜버 사례 이후 명품이나 고가의 제품을 과시적으로 구매하는 이른바 ‘플렉스’ 소비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짝퉁 명품을 과시하려는 허세에 대중이 철퇴를 내린 셈이다.

얼마나 명품을 갖고 싶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개개인의 각성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 문제 역시 근본적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명품이라고 무조건 선호할 것이 아니라 명품의 참가치를 생각하며 올바르고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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