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북관계 개선, 서로 먹고사는 것부터 논의하자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지난 7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민심은 천심이다’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윤석열 정부를 비난했는데, 보도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북남관계 개선은 온 겨레가 바라는 대의이며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을 소망하는 8000만 민족의 열렬한 총의”라며 “북남선언들을 존중하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은 온 겨레의 기대와 염원에 부응하는 길이지만 북남선언을 거부하는 것은 민족의 대의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했다. 이는 북한이 자기의 존재를 인식해 달라는 표현이기도 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올해도 여전히 미국과 북한 관계는 서로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와 마찬가지로 북·미관계를 핵문제로 몰고 가고 있다. 즉 추가 제재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로 북한의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시간이 지나며 제재로 북한의 고통이 더 커지면 북한이 타협적 태도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반면 북한은 제재만 버티면 핵과 미사일 능력의 향상으로 자신들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도 남북 교류는 없었다. 북한 당국이 내부 정비에 주력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인도적 협력도 차단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 정부가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남북관계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일단,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재 문제는 조건부로 패스하고 경제협력을 통한 대화에 힘을 써야 한다.

남과 북의 지하자원 부존 여건은 크게 다르다. 북한은 광물자원이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반면 남한은 대부분의 광물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상호 정치적 갈등만 없다면 광물자원의 교역과 투자를 크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남북 간 광물자원 협력은 부진했다. 그나마 소규모로 추진되었던 일부 투자와 교역 사업들도 2010년 5·24조치로 전면 중단된 상태다. 그럼에도 남과 북의 광물자원 협력은 자원교역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분야로, 향후 남북 경제협력에 대비해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광물자원은 북한 경제의 성장 동력원으로 산업화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남한이 자원 확보와 투자 수익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경제개발을 촉진하는 전략적 협력 분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해 많은 외국 기업도 북한의 광물자원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선제적 투자를 하면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과 관련 산업들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는 200여종의 광물자원이 부존되어 있으며, 경제성이 있는 광물만 20여종으로 파악된다. 텅스텐, 몰리브덴, 중정석, 흑연, 구리, 마그네사이트, 형석 등의 부존량은 세계 10위권으로 추정된다. 특히 남한의 자급률이 0.2%에 불과한 철광석이나 구리, 아연 등과 반도체와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들이 북한에는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2007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북한 황해도 정촌 흑연광산을 남북 공동으로 개발해 일부 흑연 생산물을 반입했으나 5·24조치로 중단되었다. 남북 간의 광물자원 부존과 경제 구조·규모의 차이로 양자 간 광물자원 투자 협력은 남과 북 모두에게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제공한다.

첫째, 북한 광물자원 분야 투자로 남한은 원료자원의 수급 안정성을 제고하면서 수송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남한에서 사양화하는 비금속광물 가공산업(시멘트 요업, 도자기 산업 등)의 북한 이전을 통해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는 길을 열 수 있다. 셋째, 한국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와 4차 산업에 필요한 제조산업의 신규 생산기지를 북한에서 확보할 수 있다.

남북 간 광물자원 투자와 협력은 남한의 원료 공급 안정과 광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면서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이 아닌 ‘투자’를 통해 달성할 수 있게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남북 경제협력의 걸림돌이지만 이 또한 정부가 지혜를 발휘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당장 대북 제재 품목이 아닌 텅스텐, 몰리브덴 같은 광물부터 교역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서로 먹고사는 일에 지혜를 모으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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