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NS? 영미권에선 통하지 않는 ‘일본식 영어’랍니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국제관계학 박사

SNS라는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누구든 어디에서나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 들어서는 이 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고 부연 설명하는 방식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국제관계학 박사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국제관계학 박사

모든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이 SNS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SNS라는 영어는 정작 영미권에서 통하지 않는다. SNS라고 말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영미권에서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SNS 대신 ‘소셜미디어(social media)’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물론 영미권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라고 풀어서 사용하면 그 의미가 어느 정도 통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사실 영미권에서 이 표현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SNS라는 줄임말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미권에서 sympathetic nervous system(교감신경계)라는 용어가 SNS라는 줄임말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SNS라고 하면 자칫 교감신경계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오해를 받게 될 뿐이다.

그런데 이 SNS가 영미권에서 통하지 않는 영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이 SNS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콩글리시’일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이다. 이 SNS라는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져서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는 ‘일본식 영어’, 즉‘화제(和製)영어’이다. 일본에서 이 SNS는 ‘화제영어’로 분류되어 있고, 일본인들도 SNS라는 용어를 실제로 미국에서 사용했다가 알아듣지 못하여 낭패를 봤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비단 SNS만이 아니다. ‘러브콜’을 비롯하여 ‘애프터서비스(AS)’ ‘글로벌 스탠더드’ ‘TPO’ ‘굿즈’ 등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식 영어는 너무도 많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선조들은 강제로 우리말과 글을 빼앗겼는데, 이제 일본이 만든 ‘이상한 영어’를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셈이다.

말과 글이란 사회구성원 간의 약속이자 소통의 기본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언어는 사회구성원 간의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고 왜곡시킨다.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이다. 정작 영미권에서 통용될 수 없는 SNS와 같은 용어는 국제적 차원에서도 정확한 교류와 의사소통을 방해하게 된다. 더구나 일본에서 잘못 만든 말을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민족적 자존감을 훼손시키는 문제이다.

이미 일상용어로 굳어진 말을 고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본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외래어를 남용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꿔낸 것처럼, 한 걸음씩이라도 바꿔 나가야 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언론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할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SNS’란 일본식 영어는 ‘소셜미디어’(순수 우리말로 바꿀 수 있다면 더욱 좋다)로 바꿔 써야 하고, 굳이 ‘사회관계망서비스’라는 친절한, 하지만 정확하지도 않은 말을 부연 설명할 필요는 더욱 없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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