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달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아침 돌봄·틈새 돌봄·저녁 돌봄 등 돌봄 서비스를 다양화하면서 학교의 업무 부담은 덜 수 있도록 방과후 업무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추진 배경에서 밝혔듯이 우리 사회는 교육격차 해소, 사교육비 절감, 다양한 교육기회 보장, 학부모 양육 부담 완화,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 초저출산 탈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초등학생 오후 시간은 사교육에 과잉 의존하여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사교육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데 기인한 현상으로 결국은 사회 양극화로 이어진다. 유치원·어린이집에 비해 하교 시간이 빨라지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전후로 학부모 양육 부담이 늘어나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 심각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초저출산으로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2020년 272만명에서 2030년 159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점에 나온 늘봄학교 추진 방안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고,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늘봄학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입학 초인 3월 또는 1학기 동안 희망하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이다. 교육부는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들이 정규 수업 후 교실에서 놀이 체육, 요리 교실, 민속놀이, 보드게임 등 놀이·체험 중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시기의 육아는 엄마에게는 돌봄과의 전쟁이다. 돌봄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생활이 무너진다. 결국 학교든, 지자체든, 친척이든 방과후 돌봄 여건이 좋은 지역을 찾아 이사할 수밖에 없다.
엄마 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영·유아기의 위기를 어렵게 헤쳐나온 워킹맘들이 결국 자녀의 입학 전후에 최대 위기를 맞아 7년간 고민해온 사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은 워킹맘에게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계획을 수립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돌봄정책은 아이를 다루듯 세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한다. 먼저, 돌봄 유형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 돌봄의 주체가 교육청인지, 지방자치단체인지를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의 돌봄은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놓고 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다투는 꼴이기 때문이다. 돌봄의 유형을 단위학교형, 거점형, 학교-지자체 연계형, 교육청-지자체 연계형, 지자체 주도형, 가정돌봄, 직장돌봄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하여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유형을 선택하든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돌봄 서비스를 실현하여 질을 높여야 한다.
다음은, 늘봄학교에 아이들의 동심을 담아야 한다. “지겨워서 가기 싫다”는 아이들이 있는 돌봄교실은 ‘방치하는 것’이지 돌봄이 아니다. 어른들은 학생 때 즐겁게 가고 싶어서 학교에 갔는가? 학교라는 경직된 공간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것은 지금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긴 시간 머무는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따뜻한 보살핌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늘봄학교의 내실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돌봄전담사의 표준화된 급여체계를 마련하여 신분을 보장하고 역량 강화를 위한 직무연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아침돌봄과 저녁돌봄에는 양질의 친환경 급식이 제공되어야 한다.
저녁 늦은 시간에 귀가할 경우의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아픈 아동의 진료 및 간호 활동에도 소홀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여러 일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력 증원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늘봄학교를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칭 ‘늘봄학교 지원 특별법’ 같은 법 제정도 필요하다.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것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늘봄학교의 운영모델 및 성과 분석으로 기반을 조성하고, 내년의 확산을 통해 2025년부터는 전국의 초등학교와 각 지역에서 안심과 동심이 담긴 늘봄학교가 활발하게 운영되기를 기대해 본다.